터미널, 혹은 / 박명숙
당신이 손을 흔들던 자리에 앉았습니다
캐리어는 아직 겨울이군요
냉이꽃, 민들레, 이팝꽃이 깔린 대합실을 지나왔어요
내가 손을 흔들던 빗소리에 당신은 없군요
모르는 사람들만 듬성듬성 서 있습니다
유리창은 나를 복사해서 인편으로 붙이고 싶어해요
당신도 희석되어 본 적이 있나요
가장자리가 조금씩 닳아가고 있습니다
나를 끌고 가는 건 음악도 아니고
밖에서 손 내미는 어둠은 더욱 아니며
시간은 빵부스러기처럼 시들어갑니다
서로 등을 돌리고 의자는
표정관리에 들어가지요
나는 마주 앉은 당신을 발견하지 못하고
리필한 감정 때문에 목이 마릅니다
당신의 부재는 아직 발권되지 못했습니다
어떤 사람
- 겨울을 지나온 나무는 제 몸에 무늬를 새긴다 - / 박명숙
옆구리에서 신접살림은 자주 허둥댔다
얼룩말은 달아날 때마다 발목이 잡혔다
딱따구리가 나무 쪼던 소리 들리는 빈집
상처는 서로 끌어당겨 한 몸이 되었다
눈물을 먹고 자란 하얀 애벌레
각질이 일지 않는 날이 없었다
고집이 세어 뚝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았다
눈을 깜빡거리며 애정은 결핍으로 희석되었다
도마의 칼자국처럼 욱씬거리는 긴긴밤
생장점까지 도달하지 못한 물관은 밥맛을 갈아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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