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의 추운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온다
우리동네는 원래 바람길이다
터가 좋지는 않다는 말이다
다른 동네보다 바람이 많이 분다
그래도 일제 강점기부터 육이오까지 일본군인이 되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전란을 피해 숨어 들어온 사람들도
도깨비도 나오고 호랑이도 나오던 시절부터 뿌리 내리고 살던 사람들도
그리고 미래에 닥칠지도 모르는 환란을 피해 들어온 사람들과 멋도 모르고 흘러 들어온 우리까지
오지중에 오지인 골짜기 마을은 사람들이 많이 살았고 지금도 꽤 많이 사는 편이다
산골에 들어와서야
짐승도 자기들만 다니는 길이 있고
모든 공간을 향유하는 제멋대로인 바람도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도 앞숲의 나무는 흔들리는 것이 유독 많이 흔들리며
흔들림이 옆나무로 전해져 바람이 전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람도 지나가는 길이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준다
동쪽 땅의 개망초는 과연 할미들이 싹을 다 뽑아 먹어 버린탓에 우점종의 지위를 잃었다
노란색 금계국이 많이 피어있다
봄에 귀지같이 가볍고 작은 꽃씨 스무개 정도를 한올 한올 땅에 뿌려 심었는데
두종류의 싹이 났다
땅에 붙어 있는 여린 싹 몇개와
조금 크게 자란 포기 두세개
작은싹이 내가 씨를 뿌린 것일 것이다
큰 싹은 지켜보다가 여린싹을 방해한다 싶으면
파서 다른 곳으로 옮겨야 겠다
아침먹고 춘양 마트가려고 나서다가
조금만 걷기로 맘을 먹는다
정원수로 심어도 참 예쁠것 같은 낮은 나무
물가에 많다
큰나무ㆍ 작은 덤불같이 자란 나무 모두 가지가 수없이 분화하여 동그마니 자라
하나같이 수형이 참 예쁘다
걷는 길가 딸기가 지천이다
딸기가 크고 맛있다
딸기 덤불 옆으로는 너무 가까이 가서 헤적이지 말라고
산골집사에게 교육 받았다
뱀이 나온다고 ㆍㆍ조심하라고 했다
우리는 사람이 걷는 길에 나와 있는 뱀을 두마리나 보았다
ㅡ잠시만요 우리 쫌 지나갈게요
하나는 비경길에서 작은놈
하나는 동네길에서 좀 더 큰 놈
거기다 동네길을 어슬렁거리는 예쁜 꽃무늬 노루도 만났다
천지분간이 안되는 녀석인지 동네 마실 다는듯 차가 다니는 도로을 어슬렁 다니고 있다
음 ㆍ 과연 산골동네 맞궁
비경길읃
아름답다
무슨 미사여구가 필요하겠는가
다음에는 이 돌다리 저쪽편 길을 이어 걸을 것이다
햇빛가리개로 얼굴 완벽 차단
임기교를 기점으로 오른쪽 물길은 산골물굽이길
왼쪽은 원시비경길로 나뉘지만 모두 이어지는 길고 긴 낙동강 상류지역 길이다
물길을 따라 길이 나 있으니 결국 골짜기 길인 셈이다
와이파이도 데이터도 아무것도 터지지 않고
오직 긴급전화만 가능한 깊은 골이다
걷기 시작하면 마을로 빠지는 길을 만나기 어렵다
우리는 차로 어드만치 가서 주차하고 시간을 정해 걷고
다시 돌아온다
그래서 아주 조금씩만 길을 걷는 셈이다
그러나 물길 구비구비 그야말로 원시비경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을 온통 우리만 누리며
빠르게 또는 느릿느릿 걷는다
딸기도 따먹고
천사나방의 해를 입지 않은 오디도 따먹고
물가에 앉아도 보고
간식도 먹으며
장보러 가려다 들른 길이라서 한시간 세팅해 놓고 걸었다
놀매 놀매 걸어서 왕복 합 세시간
내가 좋아하는 보라싸리도 참 많다
멀리 보이는 건물은 소수력 발전소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동생과 나는 똑 같은 말이 입에서 터져 나온다
ㅡ호오 저기서 근무하면 참 좋겠다
아주 낡은 내 등산화는
가볍고 좋아서 버릴 수가 없다
신발도 너무 오래 신으면 발에 안좋다고 하는데 ㆍㆍ
지난번에 밑창이 입을 벌리는 바람에 버릴까? 하다가
마침 동네 수선집이 있어 맡곁더니
구두 장인께서 밑창을 대어 주시며 한마디 했다
아주 오래 더 신을 수 있습니다 ^_^
그러나
여분으로 신는 신발로 하고
트레킹화를 새로 사야 겠다
창조주께서 인간에게 딱 하나
잘 살기 위해서 해야 될 활동으로
야외에서 걷거나 뛸 것을 명하셨다
뒷꿈치로 전해지는 자극은 뇌를 건강하게 하고
아릴레스 건을 통한 자극은 종아리와 허벅지의 근력을 키워
생명력을 강화 시킨다
산골에 들어온 두 할미는
춤을 추고 걸어도 아무도 보는 사람없는
걷고 또 걸어도 질리지 않는 천혜의 비경길을 선물받았다
장보고 와서 장바구니 뒤집어쓰고 기념사진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