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채식주의자
저자 한강
년도 2007년
| 문득 이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에 그녀는 놀랐다. 사실이었다. 그녀는 살아본 적이 없었다. 기억할 수 있는 오래전의 어린시절부터, 다만 견뎌왔을 뿐이다. 그녀는 자신이 선량한 인간임을 믿었으며, 그 믿음대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다. 성실했고, 나름대로 성공했으며,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후락한 가건물과 웃자란 풀들 앞에서 그녀는 단 한번도 살아본 적 없는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 「채식주의자」 한강 - |
| 아무것도 문제될 것 없었다. 사실이었다.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언제까지나 살아나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것 말고는 어떤 다른 길도 없었다. 잠은 깨끗이 달아났지만, 대신 육중한 피로감이 그녀의 목덜미를 짓눌러왔다. 온몸의 습기가 바싹 말라버린 것 같다고 그녀는 느꼈다. 그렇게 건조된 육신이 이미 너덜너덜해진 것 같았다. - 「채식주의자」 한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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