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호미
저자 박완서
년도 2009년
| 꽃과 나무에게 말 걸기 오늘도 나는 나의 목련나무에게 말을 건다. 나를 용서해줘서 고맙고, 이 엄동설한에 찬란한 봄을 꿈꾸게 해줘서 고맙다고. 일년초 씨를 뿌릴 때도 흙을 정성스럽게 토닥거려주면서 말을 건다. 한숨 자면서 땅기운 듬뿍 받고 깨어날 때 다시 만나자고, 싹 트면 반갑다고. 꽃피면 어머머, 예쁘다고 소리 내어 인사한다. 꽃이 한창 많이 필 때는 이 꽃 저 꽃 어느 꽃도 섭섭지 않게 말을 거느라, 또 손님이 오면 요 예쁜 짓 좀 보라고 자랑시키느라 말 없는 식물 앞에서 나는 수다쟁이가 된다. - 「호미」 박완서 산문집 - |
| 그리운 침묵 들판의 모든 것들, 시방 죽어 있지만 곧 살아날 것들, 아직 살아 있지만 곧 죽을 것들, 사소한 것들 속에 깃든 계절의 엄혹한 순환,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침묵이란 지친 말, 헛된 말이 뉘우치고 돌아갈 수 있는 고향 같은 게 아닐까. - 「호미」 박완서 산문집 - |
| 내가 문을 열어주마 어느 부모가 그렇지 않겠냐마는 나도 내 자식이 문 열고 나가 부딪힐 몇 겁의 이 세상이 아이들에게 우호적이길 바랐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아마 점점 비우호적인 세상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간판은 읽으면서 배운 친절과 배려, 그림책을 읽으면서 상상한 동물과 식물 곤충하고까지 소통하고 우정을 나눌 수 있는 한없이 놀랍고 아름답고 우호적인 세상에 대한 믿음이 힘이 되길 바랐다. - 「호미」 박완서 산문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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