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부: 확장과 순수함 사이에서
성훈 씨의 '사람 중심 경영'은 단순한 기사가 아니라, 사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선한 영향력이 되었다. 그의 회사는 더욱 견고해졌고, 민준 씨의 웹소설은 신간 도서상을 수상하며 더 많은 사람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그 여파로 '삶의 에클레시아'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진정한 교회를 찾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민준 씨의 작은 아파트 거실은 더 이상 모든 지원자들을 수용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민준 씨는 이러한 변화가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에클레시아'의 확장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초심'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그의 마음 한구석을 맴돌았다. 그는 거룩한 부담감을 느끼며, 이 성장과 확장 속에서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복음의 진정성'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어느 날, 민준 씨의 웹소설을 극찬했던 한 기독교 언론의 영향력 있는 칼럼니스트, 최 목사가 직접 민준 씨의 아파트를 찾아왔다. 은퇴한 원로 목회자이자 교계의 원로였던 최 목사는 민준 씨의 활동에 깊은 공감을 표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 속에는 단순한 격려를 넘어, '대안 모델'로서 이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강한 기대가 담겨 있었다.
"민준 형제, 자네의 웹소설과 이 모임은 현 한국 교회가 잃어버린 '본질'을 되찾는 등불과 같네. 이런 소중한 공동체를 그저 아파트 거실에만 둘 수는 없어. 이제는 체계적으로 조직을 갖추고, 번듯한 예배 공간을 마련해서 더 많은 영혼들을 품어야 할 때일세! 자네의 리더십이라면 충분히 수천, 수만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을 걸세!"
최 목사는 민준 씨에게 법인 등록, 새로운 예배당 건축, 목회자 양성 프로그램 구축 등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했다. 박 장로와 웹툰 작가, 지수, 하은을 비롯한 공동체 멤버들 중 몇몇은 최 목사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며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쩌면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닐까?', '우리가 더 크게 성장해서 선한 영향력을 펼쳐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기대감이 모임 안에 번져갔다. 그동안 숨죽여 활동해왔던 그들에게, 정식적인 '교회'의 모습을 갖춘다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인정을 받는 것과 다름없었다.
민준 씨는 다시 깊은 고뇌에 빠졌다. 거절하기 어려운, 달콤한 유혹이었다. 과거 그가 '탈출했던' 그 대형 교회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함께, 이 귀한 '말씀의 불씨'를 더 널리 퍼뜨려야 한다는 책임감 사이에서 갈등했다. 그의 마음속에서 옛 교회 시스템의 화려함과 권위가 다시 아른거리는 듯했다.
이럴 때일수록 그는 성경 속 인물들의 선택을 묵상했다.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사탄에게 세 가지 시험을 받으셨다. 그 중 하나는 세상의 모든 왕국과 그 영광을 보여주며 자신에게 절하면 이 모든 것을 주겠다는 유혹이었다 (마태복음 4:8-10). 예수님께서는 "주 너의 하나님을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 (마태복음 4:10)고 단호하게 물리치셨다.
예수님의 나라는 이 세상의 방식으로 확장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셨던 것이다. 또한, 사도 바울은 고린도 교회의 분열과 파벌 다툼을 비판하며 "우리가 전파하는 것은 사람의 지혜가 가르친 말이 아니요 오직 성령께서 가르치신 것으로서 신령한 일은 신령한 것으로 분별하느니라" (고린도전서 2:13)고 강조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조직의 크기나 화려함보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진리의 말씀을 붙드는 것이 중요했다.
구약의 선지자 이사야 역시 거창한 제사나 화려한 의식을 비판하며 "너희가 내게 나아와 기도할 때에 내가 너희 얼굴을 가리우리라" (이사야 1:15)고 경고하며, 참된 예배는 "너희의 손에 피가 가득하니, 악한 일을 그치고 선을 행하며 정의를 구하고 압제받는 자를 도우며 고아와 과부를 변호하라" (이사야 1:16-17)는 실제적인 삶의 실천에 있음을 명백히 했다.
민준 씨는 성경책을 덮고 공동체 멤버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그들의 눈빛 속에 '성공'과 '확장'에 대한 갈망이 읽혔지만, 동시에 그들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가졌던 '순수한 갈증'과 '진정한 사랑에 대한 열망' 또한 여전히 빛나고 있음을 보았다.
그는 다음 모임에서 최 목사의 제안에 대한 공동체의 의견을 물었다.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다. "더 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필요해요!", "이런 거실 모임으로는 한계가 있어요!"라는 주장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민준 씨는 차분하게 그들의 말을 경청한 뒤,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저는 이 모임이 '교회'라는 이름의 또 다른 '시스템'이 되기를 원치 않습니다. 우리가 이곳에 모인 이유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잃어버렸던 말씀의 순수함과 예수님의 참된 가르침을 되찾기 위함이 아니었습니까? 우리는 '확장'을 위해 '본질'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고 하셨지, '땅끝까지 이르러 건물을 지으라'고 하시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우리의 사명은 '크고 웅장한 교회'를 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작지만 진정성 있는 에클레시아'로서,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예수님의 증인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훈 형제님은 회사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지수 자매님은 학교에서 정직함을 지키며, 하은 자매님은 친구들 사이에서 순수한 진심을 보여주는 것. 박 장로님은 병든 몸으로 고통받는 이웃들을 찾아가 위로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실천할 '삶의 예배'이고, 이 작은 빛들이 모여 세상에 빛을 비추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겨자씨 한 알이 자라 큰 나무가 되는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마태복음 13:31-32). 우리의 성장은 거대한 건물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삶이라는 밭에서 말씀의 씨앗이 자라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민준 씨의 진심이 담긴 목소리에, 모임은 다시 침묵으로 잠겼다. 벅차오르던 확장 욕구는 차분한 성찰로 바뀌었다. 그들은 다시금 자신들이 왜 이 작은 거실에 모였는지를 깨달았다. 화려한 외형이나 거대한 규모가 아니라, 오직 말씀에 순종하여 삶의 자리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에클레시아의 모습임을 말이다.
모두가 동의했다. 그들은 최 목사에게 정중하게 감사를 표하며, 당분간 지금의 소박한 모임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최 목사는 아쉬운 표정이었지만, 민준 씨의 흔들리지 않는 신념에 깊은 감명을 받은 듯했다. 그는 "자네의 길을 응원하겠네. 부디 이 귀한 불씨를 잘 지켜나가게."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민준 씨의 '삶의 에클레시아'는 '확장'이라는 시험의 문턱에서 '순수함'이라는 본질을 선택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길이 쉽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세상은 늘 크고 화려한 것을 주목할 것이고, 그들의 작은 모임은 종종 비주류로 치부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직 말씀만이 그들의 가장 굳건한 기초가 되며, 예수님의 가르침만이 그들의 가장 진정한 길잡이가 됨을. 텅 빈 의자에서 시작된 그들의 여정은, 이제 세상을 향한 작은 등불이 되어 오늘도 고요히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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