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보다 쉽고 살가운 우리말 "굳기름"
[ 굳기름 - 새로 났다가 사라진 말 ]
새로 나서 한동안 쓰다가 사라진 말이 퍽 많습니다. 우리 문화와 환경에 안 맞으나 새로 들어와서 예부터 써온 말을 밀어낸 말도 퍽 많고요.
`그녀(被女)'라는 일본투 한자말은 남녀를 두루 가리키던 `그'라는 말을 밀어냈지요. 흔히 쓰던 `페이지'라는 말은 초등학교를 발판삼아 `쪽'이란 말로 담아냈어요. 새 말이 아닌데도 `책'이라는 말을 `북'으로 쓰고-이 글을 싣는 <한겨레>에도 `북 카툰'이 있어요- `야하다'고 쓰던 말도 `섹시하다'라는 말로 써요. 배운 사람이 더 다른나라말을 즐겨 쓰지요. `멜랑꼴리하다' `오픈한다' `심플하다' `딜레이하다' `미스했다'… 참말로 대수롭지 않게 씁니다.
“우리 몸은 73.1%는 물이고 나머지는 굳기름 등으로 되어 있다.”
<새소년> 1969년 12월호에 실은 이정문씨 만화 `알파칸 세균전쟁'에서도 `굳기름'이란 말을 쓰고 `숨통(기관)'이란 말을 씁니다. `염통(심장)'을 쓰고 `밥통(위)'이란 말을 씁니다. 그런데 여기서 `굳기름'이나 `흰자질' 같은 새 말은 아예 사라지고 `밥통'이란 말은 욕할 때만 쓰며 `숨통'도 `숨통이 막힌다'고 말할 때만 쓰고 `애(창자)'도 `애탄다' `애쓴다'라는 말을 쓸 때만 남았지요.
숨통, 밥통, 염통, 애는 우리 겨레가 예부터 써온 말이라서 다른 말과 어울리는 말에서만 겨우 숨줄을 잇습니다.
육십년대 생물 교과서에서는 `굳기름'과 `흰자질'이란 말만 썼지만 칠십년대로 접어들어 문교부 장관과 교육정책이 바뀌면서 `지방'(脂肪)과 `단백질'(蛋白質)이 다시 나왔습니다. 그래서 애써 우리 말로 빚어낸 `새 말'이 나날이 다시 죽어가지요.
났다가 죽거나 써오다가 죽은 말을 다시 살리긴 힘듭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애써 빚은 말이 죽도록 내버려두진 말아야겠어요. `검썩은병'이든 `탄저병'이든 같은 병이예요. `이메일'도 `인터넷편지'로 쓸 수 있어요. `핸드폰'도 `손전화'로 쓰면 더 쉽고 살갑듯 우리 스스로 우리 힘으로 우리 말글을 가꾸는 길을 찾아나가면 좋겠습니다.
최종규/출판인
[ 굳기름 - 새로 났다가 사라진 말 ]
새로 나서 한동안 쓰다가 사라진 말이 퍽 많습니다. 우리 문화와 환경에 안 맞으나 새로 들어와서 예부터 써온 말을 밀어낸 말도 퍽 많고요.
`그녀(被女)'라는 일본투 한자말은 남녀를 두루 가리키던 `그'라는 말을 밀어냈지요. 흔히 쓰던 `페이지'라는 말은 초등학교를 발판삼아 `쪽'이란 말로 담아냈어요. 새 말이 아닌데도 `책'이라는 말을 `북'으로 쓰고-이 글을 싣는 <한겨레>에도 `북 카툰'이 있어요- `야하다'고 쓰던 말도 `섹시하다'라는 말로 써요. 배운 사람이 더 다른나라말을 즐겨 쓰지요. `멜랑꼴리하다' `오픈한다' `심플하다' `딜레이하다' `미스했다'… 참말로 대수롭지 않게 씁니다.
“우리 몸은 73.1%는 물이고 나머지는 굳기름 등으로 되어 있다.”
<새소년> 1969년 12월호에 실은 이정문씨 만화 `알파칸 세균전쟁'에서도 `굳기름'이란 말을 쓰고 `숨통(기관)'이란 말을 씁니다. `염통(심장)'을 쓰고 `밥통(위)'이란 말을 씁니다. 그런데 여기서 `굳기름'이나 `흰자질' 같은 새 말은 아예 사라지고 `밥통'이란 말은 욕할 때만 쓰며 `숨통'도 `숨통이 막힌다'고 말할 때만 쓰고 `애(창자)'도 `애탄다' `애쓴다'라는 말을 쓸 때만 남았지요.
숨통, 밥통, 염통, 애는 우리 겨레가 예부터 써온 말이라서 다른 말과 어울리는 말에서만 겨우 숨줄을 잇습니다.
육십년대 생물 교과서에서는 `굳기름'과 `흰자질'이란 말만 썼지만 칠십년대로 접어들어 문교부 장관과 교육정책이 바뀌면서 `지방'(脂肪)과 `단백질'(蛋白質)이 다시 나왔습니다. 그래서 애써 우리 말로 빚어낸 `새 말'이 나날이 다시 죽어가지요.
났다가 죽거나 써오다가 죽은 말을 다시 살리긴 힘듭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애써 빚은 말이 죽도록 내버려두진 말아야겠어요. `검썩은병'이든 `탄저병'이든 같은 병이예요. `이메일'도 `인터넷편지'로 쓸 수 있어요. `핸드폰'도 `손전화'로 쓰면 더 쉽고 살갑듯 우리 스스로 우리 힘으로 우리 말글을 가꾸는 길을 찾아나가면 좋겠습니다.
최종규/출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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