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대접 냉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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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내 알던 우물가, 시원한 한 대접의 물은 아직도 목에 있다. 커피나 홍차를 마시며 더욱 레지들의 석고 같은 동작을 보면 나는 아주머니의 친절이 자꾸만 그립다. 예쁜 커피잔보다 찌그러진 두레박의 푸짐한 물이 얼마나 좋았는지. 이제 나는 타기에 익숙한 두 다리와 손잡이가 좋은 낚싯대나 다름없는 도시형이 되었지만 으흐흐, 으흐흐, 짐승처럼 웃을 때가 있다. 혼자서 멍청히, 논두렁 사이로 해서 미류나무 저 아랫길, 풀이 우거진 샛길로 갈 때가 있다. 싱싱한 파줄기에는 벌이 잉잉대고 알몸으로 쏟아져오던 햇빛들 특히 잠을 설친 날 아침. 햇빛이 녹슨 철사처럼 얽혀내릴 때 옛날 내 알던 우물가, 시원한 냉수 한 대접을 마신다. 만원 버스에서나 월급 받는 날, 그때 그 냉수 한 대접을 마신다. 내 땅의 젖, 내 땅의 두레박, 내 땅의 냉수 나는 우리 가정의 나무, 우리 가정의 찌그러진 두레박, 한 대접 물이었으면 한다. - 이탄 <감상> 고향이란 말은 한 마디도 없지만 이 시도 역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게 배어 있는 시다. 시원한 한 대접의 물은 고향에서 마신 물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 물은 다시 우리 전통적 정서가 되고 정갈한 우리 민족의 얼이 되기도 한다. 이미 도시형이 되어 있는 화자에게 이 한 대접의 물은 소박한 옛정을 일깨워 주고 고단한 생활에 지쳐있는 화자에게 한 대접의 물은 다시 원기를 회복시켜 주고 있다. *이탄(1940~ ) : 대전 출생. 본명 김형필. 외국어대 및 한양대 졸업 (문학박사).196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외국어대 교수 역임. 시집으로 <바람불다>, <줄풀기>등이 있음. *최일화 : 인천 선인고 교사,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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