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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떤 기도를... /이해인

작성자노미자 (Helena)|작성시간16.01.04|조회수451 목록 댓글 0

 


기도로 마음을 여는 이들에게
신록의 숲이되어 오시는 주님

제가 살아 있으므로 살아있는
또 한번의 새날을 맞아

오늘은 어떤기도 를
바쳐야 할까요 ?

제 작은 머리속에 들어찬
수 천갈래 생각들도

제 작은 가슴속엔 풀잎처럼 돋아나는
느낌들도








오늘은 더 새롭고
제가 서있는 이자리도

함께 살아가는 이들도
오늘은 더 가깝게 살아옵니다

이제껏 제가 만나왔던 사람들
앞으로 만나게될 사람들을 통해

만남의 소중함을 알게 하시고
삶의 지혜를 깨우쳐 주심에
거듭 감사 드립니다

하루의 길 위에 서서
제가 더러는 오해를 받고

가장 믿었던 사람들로 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쓸쓸함에








눈물을 흘리게 되더라도
흔들림 없는 발걸음 으로
걸어가는

인내로운 여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도 제게 맡겨진
시간의 옷감들을

자투리까지도 아껴 쓰는
알뜰한 재단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할 일과
하기 싫지만 꼭 해야할 일들을

잘 분별할 수 있는 슬기를 주시고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 밖에는 할수없는 것처럼 투신하는

아름다운 열정이
제안에 항상
불타오르게 하소서

제가 다른이에 대한
말을 할때는

사랑의 거울앞에
저를 다시 비춰보게 하시고

자신의 모든것을 남과 비교하느라
갈길을 가지 못하는

오늘을 묶어두지 않게
하소서







몹시 바쁠 때일수록
잠간이라도 비켜서서

하늘을 보게 하시고

고독에 층계를 높이올라
내면이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흰옷의 구도자가 되게 하소서

제가 남으로부터 받은 은혜는
극히 조그만 것이라도
다 기억하고

제가 남에게 베푼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큰 것이라도 잊어버릴 수 있게

아름다운 건망증을
허락 하소서








오늘 하루의 숲속에서
제가 원치 않아도

어느새 돋아나는 우울의 이끼
욕심의 곰팡이

교만의 넝쿨들이
참으로 두렵습니다

그러하오나
주님

이러한 제자신에 대해서도
너무쉽게 절망하지 말고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꿔가는

꿋꿋 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게 하소서






어제 열매이며 내일의 씨앗인 오늘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 때쯤이면
어느날 닥칠 저의 죽음을

미리 연습해 보는
겸허 함으로
조용히 눈을감게 하소서

모든것이 감사 했읍니다
모든것을 사랑 했읍니다

나직이 배우는 저의 기도가
하얀 치자 꽃 향기로
오늘의 잠을 덮게 하소서........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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