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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모의 흰머리

작성자노미자 (Helena)|작성시간16.01.12|조회수193 목록 댓글 0

 

 어느 노모의 흰머리 


오늘도 어김없이 부부는

칠순 노모가 차려주는 저녁상을 받습니다.

맞벌이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집안살림은

 통째로 눈 침침하고 허리 굽은

 칠순 노모의 차지가 돼버린 것입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노모가

차려준 저녁상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서

식사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그 때, 노모가 불쑥 말을 꺼냈습니다.

"나 돋보기 하나 사야 할 것 같다..



" 생전 당신 입으로 뭐하나 사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다

신문 한 장 볼 수 없는 까막눈

 어머니가 돋보기를 사달라니 웬일인가 

 아들은 이내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저녁.

먼저 퇴근한 아내가 막 현관에 들어서는

 남편에게 다가와 호들갑을 떱니다.

"여보 아무래도 어머님 늦바람

어제는 안경을 사내라고 하시더니,

오늘은 염색까지 하셨지 머야?"

아내의 너스레에 아들은 볼멘 소리를 던집니다.



"어머님은 갑자기 왜 안 하던 일을 하신데?"


아들 내외의 대화를 우연히 들은

노모는 멋쩍으신지 모른 체 하곤 부엌으로 갑니다

. 그리곤 언제 장만했는지 돋보기를 끼고

. 식탁 앞에 아들 내외가 앉자

어머니가 먼저 침묵을 깹니다.



"안경은 내가 장만했으니, 인자 됐다.

  엊그제 느그 아들 밥그릇에 흰머리가 하나

 들어갔나 보더라.

애가 어찌나 화를 내던지

인자 안경도 끼고 머리도 염색했으니

 그럴 일 없겠지.

" 아들은 그제야 어머니가

왜 돋보기를 사달라고 하셨는지,

하얗게 센머리를 왜 염색하셨는지 알게 됐습니다.


죄송함에 아무 말 못하고 고개를 숙인

 아들의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 먹고 살기 힘들다고 늘 바라기만 했을 뿐,

어머니의 머리가 온통 백발이 된

 것도 아들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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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를 좋아하시고,

 사과는 가운데만 드시며,

  멋 내는 걸 원래 싫어해서

 옷도 안 사시는 우리네 어머님 세대들

갓 지은 따뜻한 밥과 아삭아삭한 사과

날개가 되는 멋있는 옷

내가 좋으면 어머니도 당연히 좋은 건데..

그 당연한 걸 왜 자꾸 잊게 되는 걸까요?



편집//가리꿀(김재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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