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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리막 길을 올라가다-
노년도 인생의 삶 중의 한 형태이지 나이가 들었으니
쉬어야 하는 시기가 아닙니다.
마라톤을 할 때 목적지에 가깝게 왔다고 걸어가거나
쉬어가지 않듯이 목적지까지 완주해야 하지요.
곱고 품위 있게 늙어 늙음 속에 낡음이 있어서도 안 되고,
도리어 새로움이 있어야 합니다.
주어진 시간은 계속 줄어들고 이에 반비례해 시간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니,
시간 낭비는 생명의 낭비로 나의 삶을 허비해서 안 됩니다.
세월의 내리막길에서 목표를 향해 간단하게 짊어지고 올라갑니다.
젊었을 때 달고 살던 <희망의 도전> 이란 명찰을 떼고,
나이 들어 내 몸에 맞는 <단순하게 생각하고 느리게 살자>로
명찰을 바꾸어 달았습니다.
환갑 때 병풍자전을 출판하여 한 고개를 올랐고
지금까지 50여 개국을 여행하며 지구의 피부와 거기서
기생하는 동식물도 보았지요,
지구는 그 어느 것도 불평 없이 만물을 받아 주고, 키워주고,
죽은 것과 쓰레지, 방사능 폐기물까지도 받아주며,
심지어 총 포탄까지 맞아주는 겸손함의 한계를 나는 배웠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간이 지구 피부암덩어리는 아닌지
염려 스럽습니다. 지구도 때론 속이 불편하면 지진으로, 분노가
폭발할 땐 화산으로 표출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60대 중반에 상해대학으로 유학 가서 89 개국에서 유학 온
젊은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며 지구촌이 한 지붕이고 국적과 인종에
관계없이 모두가 형제자매임을 확인했지요.
지금 내 삶으로 천당이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삶 속에
있다는 것도 실감합니다.
고희를 바라보면서 명언보감을 출판하며 두 고개를 오릅니다.
나이 든다는 것이 세월의 원숙함과 인품의 향기가 어우러져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를 보여 주며, 죽어서도 썩지 않고 잘
숙성되어 독특한 묵향이 영원한 뒷모습을 만들고 싶어,
나이가 낙엽처럼 쌓여 앞길이 잘 보이지 않지만 쌓인 낙엽 밀어내며
오늘도 길을 찾아 나섭니다.
ㅡ박 홍 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