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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가계치유 문제점 지적하는 소책자 발간한다

작성자지성용신부|작성시간10.08.01|조회수36 목록 댓글 0

한국교회, 가계치유 문제점 지적하는 소책자 발간한다
-가계치유, 조상의 죄가 대물림된다며 어려움에 빠진 신자들 현혹
-영적으로 물질적으로 가난한 이들 교회가 더욱 배려해야..
2010년 07월 22일 (목) 09:41:07 한상봉 기자 isu@nahnews.net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위원장 조규만 주교)가 가계치유의 문제점을 밝히고 신자들이 올바른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권고하는 <죽은 이를 위한 올바른 기도 - 가계치유의 문제점>이란 제목의 소책자를 발간할 예정이다.

그동안 신앙교리위원회는 1년 넘게 소책자에 실릴 내용을 검토해 왔으며, 이 책자에 대한 교리주교위원회의 감수를 받아 주교회의 가을총회에서 인준할 예정이다.

가계치유의 문제점은 지난 2007년 10월 15일부터 나흘 동안 진행된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심각하게 제기되었으며, 이 자리에서 주교회의는 가계치유 신심 행위가 교회의 가르침에 위배되며 신앙에 대한 잘못된 해석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보았다. 주교회의 결정에 이어 그해 11월에 수원교구, 대구대교구, 인천교구장의 '가계치유'를 우려하는 사목적 권고가 잇달아 발표되어 신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웠다. 

가계치유에 대해서는 <경향잡지> 2008년 5월호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바 있는데, 지성용 신부(인천교구)는 "가계정화라고도 하는 가계치유는 조상의 죄가 후손에게 육체적, 정신적, 영성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가계치유 기도와 가계치유 미사로 그 사슬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곧 자신의 가계 안에 어떤 조상들이 무엇인가 한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 있거나 또는 조상들이 지은 죄가 있을 때 그 좋지 않은 영향이 현재에 미치기 때문에, 미사나 특별한(?) 기도를 통하여 그것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계치유 문제는 이미 개신교에서도 1990년대 말부터 논란이 되어 온 것인데, 많은 교파들 사이에서 가계저주론, 가계축복론 등의 논의를 금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가계치유를 행하는 이들은 여전히 존 햄쉬의 '가계치유 기도문'을 유포시키고 있다. .

지성용 신부는 "가계치유를 말하는 사람들은 세례성사의 성사적 의미와 효과를 간과하고 세례 후에도 여전히 그 ‘죄가 (소멸하지 않고) 유전된다.’라고 주장하며, '원죄'뿐 아니라 '조상죄'까지 대물림된다고 주장해서 인간에게 더욱 큰 죄의 부담을 주어 사랑과 위로, 기쁨과 희망을 주어야 할 신앙이 위험에 놓이게 된다."라고 말한다. 

이들은 고통을 일정한 의례를 통해 '피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며, 고통을 통해서도 다가오는 하느님의 은총을 무시한다.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은 언제든지 자연재해와 개인적인 불행에 직면할 수 있다. 개인에게 다가오는 실직, 비정규직 노동, 실업, 산업재해, 파산 등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거나 각종 재난과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고통의 원인을 '조상'들에게서 찾는 것이 문제다. 문제해결의 당사자를 비주체적으로 소외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죄와 환난의 책임을 조상에게 돌리고, 그 집안에 흐르는 무서운 저주의 힘이, 더군다나 저주의 배후에 있는 마귀가 인간실존의 문제인 고통의 뿌리라는 설명은 건전한 신앙생활을 방해하여 미신과 무속적인 경향으로 흐르게 할 소지가 다분하다."라고 지성용 신부는 말한다. 

더구나 가계치유가 죽은 이들을 기념하는 미사성제(위령미사)의 본질을 왜곡시키며, "이들처럼 미사의 횟수나 미사예물의 금액이 가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만사형통 방법으로 제시된다면, 이는 신앙을 속된 것으로 오염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계치유 기도모임에서는 치유 방법으로 구마기도와 미사봉헌을 권고하는데, 불행과 재난 뒤에 마귀가 있다고 느끼면 그 마귀를 묶고 추방하는 기도를 바친다. 그리고 가계치유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길 권한다. 가족 안에 불행하게 죽은 영혼이나 화해하지 못하고 죽은 영혼이 있으면 그 영혼을 위해 미사를 봉헌해야 저주의 사슬에서 놓여난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신자들에게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죽음 너머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조장해서 추종자를 모은다. 그러나 지성용 신부는 "가톨릭교회는 심판에 대한 두려움을 주는 신앙이 아닌 희망의 신앙임이 틀림없다. 조상한테 물려받은 좋지 못한 유전적 기질들은 주님의 자비와 은총에 힘입은 신앙인의 자발적인 회개와 노력으로, 또한, 끊임없는 영적인 투쟁을 통하여 극복해 가는 것이지, 조상의 죄와 죽은 영혼이 치유를 받아서 극복되는 것은 결코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성용 신부는 가계치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상처받은 가족 구성원을 위한 다양하고 폭넓은 프로그램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다. 가족치료(Family Therapy)와 상담을 위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가정 사목에 관심을 둬야 하며, 특히 이혼자와 재혼자 프로그램, 도박 중독과 알코올 중독자 가정을 위한 배려, 가정폭력으로 고통받는 가정에 대한 사목적 배려, 독거노인과 한 부모, 조손 가정에 대한 배려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 교회의 대형화, 중산층화 경향이 물질적으로, 영적으로 가난한 이들의 자리를 교회 내에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계치유 모임에 참여하는 신자들 가운데 경제적인 어려움에 놓인 사람, 오랫동안 불치병이나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사람, 마음에 큰 상처를 가진 사람, 사회적인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 이들 대부분은 현실세계에서 당하는 고통에서 치유와 위로와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 했던 사람들이라는 점을 환기시키며 교회의 뼈아픈 반성을 촉구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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