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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사목 연수 '에파타' 참가자들이 전례 참석

작성자성은정 마리아|작성시간14.02.13|조회수30 목록 댓글 0

강정숙 수녀가 청년들에게 그레고리오 성가를 설명하고 있다. ⓒ한수진 기자

 

“그레고리오 성가는 박자가 없어요. 기도하듯이 부드럽게 흘러갑니다. 같이 따라서 불러 볼까요? 오소서 성령이여.”

 

강정숙 수녀(예수 성심 시녀회)의 선창에 따라 일곱 개의 목소리가 하나둘 빈 강당을 채우기 시작했다. 불규칙하게 시작된 목소리들은 이내 자리를 되찾아 짧은 전례곡 하나를 마무리했다. 청년들은 강 수녀의 설명을 공책에 받아 적고, 직접 따라부르면서 어렵게만 느꼈던 그레고리오 성가에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졌다.

 

강당 옆 식당에서는 ‘혼전순결, 꼭 지켜야 하는 걸까’를 주제로 토론이 한창이다. 청년들은 자신들의 경험에 비춰 생각을 나누는 한편, 궁금한 것도 많았다. 개방적인 성문화를 갖고 있는 유럽에서는 교회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혼전순결을 지켜야 하는지 등 답이 필요했지만 딱히 물어볼 곳이 없던 질문들을 토론을 진행한 송현주 수녀(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에게 꺼내 놨다. 한 청년은 “배우자가 내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는데, 그럴 때에는 서로의 순결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묻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7일부터 2박3일 동안 경기도 양평군 용문청소년수련장에서 열린 청소년사목연수 ‘에파타’ 참가자들이다. 서울대교구 용문청소년수련장(원장 이승주 신부)이 주최하고 햇살 청소년사목 센터(소장 조재연 신부)가 주관한 이번 연수에는 10개 교구 33개 본당에서 청년 128명이 참가했다. 사제 11명과 수도자 4명도 청년들의 양성 과정에 동반자로 나섰다.

 

8일 오전 용문청소년수련장에서 만난 청년들은 각자 선택한 주제가 적힌 방에 일고여덟 명씩 자리를 잡고 진지한 눈빛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청취하고 있었다. 이날 선정된 주제들은 햇살 청소년사목 센터가 교회에서 활동하는 청년 100명을 대상으로 청년들이 당면한 삶의 과제를 조사한 결과다. 그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한 주제들을 골랐다. 연수 참가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주제 3개를 선택해, 1주제에 40분씩 돌았다. 각 방에는 주제를 설명하고 도움말을 해줄 사제 혹은 수도자가 한 명씩 배치됐다.

 

   

▲ 청년 사목 연수 ‘에파타’ 참가자들이 전례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햇살 청소년사목 센터)

 

십여 개의 방문마다 적힌 주제는 다양했다. ‘내겐 너무 어려운 기도’와 ‘성경은 1권이 아닌가요?’같은 종교적인 주제들과 ‘나는 대체 잘 하는 게 뭐지?’, ‘운명의 수레바퀴, 거꾸로 나와 본 적 있나요?’ 같은 사춘기보다 더 혼란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청년들의 고민 사이로 ‘교회는 왜 신부님 마음대로인가?’, ‘가톨릭 신자는 모두 좌파여야 하는 걸까?’ 등 민감한 주제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대교구 삼성동성당에서 참가한 정나희 씨는 “세례를 받은 지 2년밖에 되지 않아 부족했던 교리 지식을 알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성서’와 ‘교회의 사회참여’ 주제에 각각 참여하면서 “가톨릭이 보편교회이며, 보편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에파타에 참가한 청년들은 3일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워크숍과 강의, 전례 프로그램 안에서 교회의 전통과 공동체의 친교를 체험하며 그리스도의 사도로 성장하는 과정에 동참했다.

 

인천교구 상동성당 신자 정하율 씨는 연수 첫째 날 저녁 전례 시간에 또래 청년들과 떼제 기도를 하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유아세례를 받고 신앙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지만, 어느 순간 그 생각이 깨지면서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다. 신앙의 의미가 희미하다 뚜렷해지다가를 반복하다가, 결국 인간이 채울 수 없는 무언가가 하느님에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 씨는 전날 떼제 기도 속에서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또래들과 함께 있으니 더 기운을 얻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동반자로 연수에 참여한 차바우나 신부(서울대교구)는 “청년들의 마음이 열려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청년들이 같은 본당 안에서도 단체를 넘어 교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넓은 교회를 경험하면 본당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 신부는 “연수 참가자들이 본당 공동체에 돌아가 좋은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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