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에 보허자 세번째 관람을 했었네요.
자첫, 자둘은 허무함이 더 크게 남았는데, 그 날은 슬프고 아름답운 여운이 남는 회차였습니다.
재연은 초연 때보다 조명이 밝아지고 핀포인트를 잘 써서 무대가 훨씬 또렷하게 보이네요. 덕분에 마지막에 붉은 조명 아래 처절하게 안평의 사사를 시적으로 그려내는 장면이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다들 그려셨겠지만 저도 눈물 범벅이었네요. 그 순간 제 안의 이상주의자가 죽어 있음을 함께 깨달으며 그를 둘러싼 이들의 비극에, 제 안의 꿈도 가볍지 못했음을 같이 애도하며 더 서글퍼지는 거 같아요.
첫 장면에서 허리끈을 제대로 묶지 못한 채 들고 끌려가는 상황이 되었는데, 오히려 그 붉은 끈으로 엮이는 질긴 인연을 제 손으로 묶어 매는 게 아니라 차마 놓지 못해 따라가는 것 같아 오히려 좋았습니다.
무대 위에 계시는 내내 단 한 순간도 흐트러짐 없이 연기를 이어가시고, 안평이라는 인물이 지닌 이상과 고통, 그리고 점점 무너져가는 내면을 끝까지 밀도 있게 쌓아가시는 모습은 언제나와 같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근데 중간중간 “뜨러지란 말이요” 같은 대사에서 살짝 묻어나는 전라도 발음이 소소한 재미...)
아제 제 표는 주말 공연만 남았는데, 더 많이 보고 싶어 어쩌냐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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