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
물비늘이라고도 한다.
햇빛이나 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을 이른다. 휘영청 달 뜬 밤에도 볼 수 있고, 해가 뜨거나 지는 어스름에도 만날 수 있다. 하늘색이 한가지가 아닌 것처럼 물색도 하나가 아니다.
이내
개와 늑대의 시간
낮도 밤도 아닌 애매모호한 경계의 시간
볕이 누워 볕뉘다
작은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는 햇볕. 어쩌면 사진은 햇볕과의 숨바꼭질이다.
자연의 찰나에도 이름이 있다. 그것도 어여뿐 우리말 이름이 있다. 중앙일보 손민호 기자의 '우리말 찾기 여행'에서 만났어요.
우리말 찾기 여행
상고대
수목에 내린 서리다
외씨버선길
오이씨처럼 갸름하고 맵시가 있는 버선길. 지도를 보고 버선을 연상한 상상력이 놀랍고, 시에서 길 이름을 받은 감수성이 부럽다. 길도 이름처럼 맵시가 있다.
아우라지, 두물머리, 아우내
두 물 어울려 아우라지, 두 물 만나 두물머리. 병천 아우내는 물길이 어울리는 지점
안돌이지돌이다래미한숨바우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지명이다.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깊은 계곡 안에 숨어 있다. 이름을 읽으면 바위 같지만 길이다. 길 이름이다.
모두 5개 의미가 이름 하나에 들어 있다. ‘안돌이/ 지돌이/ 다래미/ 한숨/ 바우.’ ‘안돌이’는 ‘바위가 많아 두 팔을 벌려 바위를 안고서야 가까스로 지나다’는 뜻이고, ‘지돌이’는 ‘바위를 등지고 돌아가다’는 뜻이다. ‘다래미’는 다람쥐의 정선 사투리다. 각 단어의 뜻을 이어붙이면 다음의 의미를 이룬다. ‘바위를 안거나 등지고 지나가야 하는, 다람쥐도 한숨을 쉬는 험한 바위길.’ 한 편의 서사가 읽히는 작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