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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잭룸

힘들게 마무리 한 전장_26일 목요일 후기

작성자시에라|작성시간26.03.28|조회수501 목록 댓글 30

 

쓰리카드 포커 프로그레시브 잭팟을 노리다

 

3월 중 ‘운수 좋은 날’로 표시되어 있는 26일에 강랜 입장

순번을 신청해서 350번 대의 순번을 받아 놓았다. 카페에

올라온 글을 읽다가 쓰리카드 포커 프로그레시브 잭팟이

터지지 않은 채 1790만 원에 도달해 있는 걸 보고 도전해

보고 싶어 출정을 결심했다.

 

26일 목요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세면을 마치고 아침식사로

머쉬룸 크림스프, 버터를 바른 토스트 두 쪽, 바나나와 천혜향

한 개 그리고 그릭 요거트를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보스턴 백에 필요한 여분의 옷가지를 챙긴 후

오랜만에 차를 몰고 출정 길에 올랐다. 얼마 전에 타이어를

새로 교체했기에 그 성능도 확인 겸 이 번에는 직접 운전해서

출정하기로 했다.

 

보통 버스를 타고 출정 길에 오르면 자리에 앉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 드는데 직접 운전을 하며 가다 보니 여러 가지 상념들이

자연스레 머리에 떠올라 하나씩 차근차근 정리하며 새로운

타이어가 도로를 밟는 감각을 확인하는 시간을 지녔다.

 

강랜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8시 30분 즈음이었고 입장권을

발매 후 3층의 사우나로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채 게으름을 피우는 몸과 마음을 달래

주었다. 뜨겁고 안온한 기운이 몸에 전달되면서 새로운 전장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은 차분하게 진행된다.

 

무산된 쓰리카드 포커 잭팟 도전 기회

 

내 순번의 차례가 되어 객장에 입장하자 마자 쓰리카드 포커 테이블

쪽으로 달려 갔지만 이미 모든 좌석은 만석이 되어 버렸다. 100번 대

까지의 순번이 아니면 앉을 수 없었다고 자리를 차지한 핸디들이

얘기해 준다.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28명의 핸디 중 우리 회원분이

잭팟을 터뜨리기를 기원하며 발 걸음을 5층 블랙잭 테이블로 옮겼다.

 

분기 말이자 평일이어서 그런지 5층의 블랙잭 30 테이블들은 매우

한산하다. 이 테이블 저 테이블을 다니며 분위기를 보고 벽 쪽의

테이블 하나를 선택해서 자리하고 준비한 시드를 칩으로 교환 후

따뜻한 차를 한 잔 하며 다른 핸디들이 자리하기를 기다렸다.

 

모든 핸디가 착석 후 첫 게임은 10시 24분에 시작되었다.

늘 그렇듯이 내가 받는 첫 패는 긴장이 된다. 마치 그 날의 게임

흐름을 암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두 카드의 합이 13인데 딜러의 오픈 카드는 10이다. 받자 마자

10을 받고 버스트 된다. 시작이 좀 그렇지만 뭐 어쩌겠는가?

어차피 오후 1시 까지의 내 목표는 시드를 사수하면서 그 날

카드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다.

 

오후 1시 04분 확인한 전적

 

오후 1시 04분에 새로운 딜러로 교체되면서 확인한 내 전적은

8명 딜러와 98번의 승부를 겨루어

43승(44%), 2무(2%), 53패(54%)를 기록했고 다행히 시드를

온전히 사수한 채 52만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었다.

 

새벽에 집을 나서기 전에 챙겨 먹은 아침식사의 열량은 이미

오래 전에 소진된 듯 허기가 져서 팬지 레스토랑으로 가서

임연수 구이를 시켜 정말 느긋하게 식사를 즐겼다. 쉽지는

않은 카드 흐름이었지만 승률이 44%에 달했고 52만 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으니 매우 우호적인 흐름이라 할 만했다.

 

오후 1시까지 시드를 온전히 사수한 날에는 윈컷 할 확률이

90% 이상이었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1시 40분경 테이블로 돌아와 자리에 앉아 있는데 테이블

분위기가 차갑게 내려 앉은 듯 싶고 옆의 핸디가

이 테이블에서는 이제 딜러의 바닥 패가 로우 카드여도

더블 없이 마음대로 받기로 했다고 넌지시 알려준다.

 

도대체 내가 점심 먹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나마 핸디 들이 별 문제 없이 무난하게 게임을 해 왔는데

갑자기 ‘묻지마’ 테이블이 되어버린 것이다. 가만히 앉아

핸디들의 카드 운용을 지켜보고 있으니 오전에는 볼 수 없었던

무리한 스테이와 힛이 난무한다. 아마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핸디들 간에 카드를 받는 문제로 갈등이 있지 않았나 싶었다.

그러고 보니 약 40분 동안 핸디들의 칩이 많이 사라진 듯

통이 꽤 비어 보였다. 당연히 딜러들의 잔인한 칼춤이

시작되면서 시작된 갈등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늘 경험하는

일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문제는 내게도 찾아왔다.

 

모처럼의 풀벳에 딜러의 바닥패는 4 그리고 내가 잡은

패는 8 두 장. 당연히 스플릿을 했고 첫 카드는 A, 합이 19.

좋은 시작이다. 스플릿 한 두 번째 8의 첫 카드는 2.

합이 10이다. 당연히 더블을 쳤고 10을 받아서

20을 만들었다. 투입한 칩은 30만원과 60만 원

모두 90만 원이다. 딜러의 바닥 패가 4인데 스플릿 후

19와 20 카드를 만들었으니 이길 확률도 매우 크다고

생각했다. 딜러가 오픈 한 히든 카드는 7.

이런이런….  합이 11이다.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고속도로에

진입한 듯 아찔했다. 운이 없으면 19와 20을 만든 내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순간이다.

 

후우 ~ 그래… 늘 세상은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것이 실체화되는

이상한 현상이 꼭 존재한다. 딜러가 자동 셔플 기계에서 꺼내

뒤집은 카드는 10. 내가 모처럼 풀벳해서 두 장의 8을 잡아

스플릿을 해 힘들게 만든 19와 20 카드는 허무하게 공중에서

산화해 버렸다.

 

양보 없는 치열한 육박전

 

이후 내 칩 박스 안의 칩들은 끊임없는 썰물과 밀물에 의한

해수면처럼 채워졌다 비워졌다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잠시 숨돌리려 쉬고 오면 핸디가 바뀌어 있고 핸디들은

몇 번씩 새로운 물을 길어 부은 채 패배의 손실을 더욱

키울 뿐인 전형적인 악슈의 흐름이 테이블을 지배했다.

언제 그칠지 모르는 거친 폭풍 속에서 이를 악문 채

갑판 위를 몰려다니는 선원들이 갈팡질팡 하는 위기의

배 한 척처럼 시간은 더욱더 핸디들의 목을 죄기 시작했다.

 

오후 한 시까지 훌륭하게 사수한 시드는 이미 칩 박스

안에서 바닥을 반 이상 드러낸 채 민망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녁 6시 30분경 겨우 겨우 버티다 감행한 풀 벳이

모처럼 7 두 장을 받고 딜러의 바닥 패 3을 마주하게 되었다.

딜러 4 바닥에 두 장의 8을 스플릿, 더블을 했다가 공중에서

허무하게 산화해 버린 풀벳의 악몽이 아직 눈 앞에 선연하지만

어떡하겠는가?

 

당연히 스플릿을 감행한다. 스플릿한 7 두 장은

또 다시 7 두 장을 불러들여서 7이 네 장이 되어 버렸다.

이젠 돌이킬 수 없다.

 

첫 번째 7은 8을 받아 15 스테이. 두 번째 7은 10을 받아

17 스테이. 세 번째 7은 A를 받아 18 스테이. 네 번째 7은

9를 받아 16 스테이. 스플릿을 하며 기대했던 더블 기회는

전혀 없이 120만 원의 칩이 고스란히 투입되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냥 자동 셔플 기계가

딜러에게 내 주는 카드를 초조한 눈으로 바라보는 일만 남아

있을 뿐이다.

 

딜러의 바닥패 3 밑에 있던 히든 카드는 2. 합이 5다.

셔플 기계가 딜러에게 전달한 첫 카드는 5. 합이 10이다.

그 순간 이제 다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카드는 2.

합이 12가 되었다. 일단 살았다. 이제 10 한 장만 나오면

이긴다….. 셔플 기계가 딜러에게 건내 준 카드는 하필 Ace.

이런 젠장….. 이젠 자동 셔플 기계가 핸디들의 초조해하는

모습을 즐기는 게 아닐까 하는 기분 나쁜 생각마저 들기

시작한다. 이제 딜러 카드의 합은 13이 되었다.

자동 셔플 기계의 입에는 한 장의 카드가 이미 그 뒷 모습을

드러낸 채 엎드려 있다. 딜러가 조심스럽게 꺼내어 뒤집은

마지막 카드는 9. 그래. 이거쥐~ 이게 블랙잭 승부의 진수다.

 

딜러는 22로 마침내 버스트 되었다. 핸디들은 모두 일어선 채

뜨거운 숨을 내 뱉는다. 그러취~ ~

 

248승 43무 361패

 

한 판으로 다시 시드를 복구하고 마주한 전장은 팽팽한

기세 싸움 속에서 일진일퇴의 공방을 지속하기 시작했다.

전방 진지 구축을 위해 투입되는 만 원 칩 선봉대들의

생환이 점점 힘들어지는 딜러 초강세의 흐름이 다시 전장을

암울하게 뒤덮기 시작했고 적군의 심야조가 투입된

밤 11시 35분 이후에는 그 흐름이 더욱더 악화되었다.

 

점심 식사 때 채운 열량은 자정이 넘어가면서 완전히

고갈되어 더 이상 버티기 힘들게 되었다. 밤 12시 40분에

팬지 레스토랑에 내려가서 어묵 꼬치가 달랑 하나 얹혀 있는

우동으로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하면서 따끈한 우동 국물과

함께 허기진 배를 달래 주었다.

 

핸디들은 차례 차례 올인되며 쓸쓸히 그 뒷모습을 보이며

아웃했고 새벽 2시 30분 경부터 두 명의 핸디와 함께 셋이

묵묵히 전장을 지킨 채 게임을 지속했다.

 

지루한 공방전 속에서 칩 박스 안의 칩들이 조금씩 불어나기

시작해서 윈컷 기준선에 도달한 시간은 새벽 4시 40분.

더 이상 싸울 기력이 없는 듯 눈꺼풀이 무겁다.

정리해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총 48명의 딜러와 652회 승부를 겨루고 최종 전적은

248승(38%), 43무(7%), 361패(55%).

 

블랙잭 승부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음을 요즈음은

절실하게 실감하게 된다. 전에는 가끔씩 저녁 6시가

되기도 전에 기분 좋게 윈컷하곤 했는데 이제는

기본적으로 새벽까지 힘들게 버텨내야 겨우 윈컷

기준선에 도달할 수 있는 게임이 빈번해지고 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모든 사항들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자신이 수립해 놓은 수칙들을 온전히

지키며 게임을 운용해도 수익을 내기가 참으로

힘들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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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시에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3.28 게임 할 때는 잘 몰랐는데 호텔에 들어가서 씻자마자
    바로 잠들어서 정오 쯤 깨고 나서야 피곤함이 다시
    몰려 오더군요 ㅋㅋ

    어제 집에 돌아와서 푹 쉬고 오늘 산책도 다녀오고
    이제는 개운합니다 ~
  • 작성자잭헌터 | 작성시간 26.03.28 4바닥 8,8 스플릿의 고난을 겪으셨는데 무사히 복구 하셔서 다행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시에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3.28 함께 한 핸디 한 분이 그러더군요. 새로 놓인 셔플 기계는
    예전 126 머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성능이라서
    핸디들이 더블 치거나 스플릿하면 알아서 핸디를
    교묘하게 죽이는 카드를 섞어서 내 뱉는다고요.

    이것 참....10년 후 정도면 AI 휴머노이드 딜러가 카드를
    돌릴텐데 그 때는 핸디들이 뭐라고 할 지 궁금해집니다 ...

    승패는 모든 승부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인데
    워낙 핸디들이 손실을 많이 입으니 뭐든지 의심스러운 것
    같습니다 ㅜㅜ
  • 작성자뉴요커 | 작성시간 26.03.28 시에라님 후기는 읽을 때마다 무슨 전쟁 영화를 보는 듯 흥미롭습니다..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노련한 하사관의 뒷 모습이 떠오르는 멋진 후기 잘 읽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시에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3.28 일상의 지루한 업무 틀에서 벗어나 블랙잭 테이블 앞에 앉으면
    멋진 승부의 세계가 펼쳐지며 순간 순간 모험 속의 즐거움을
    맛보면서 새로운 기운이 몸 안에 퍼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2주에 한 번 정도 씩 경험할 수 있는 생활의 큰 활력소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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