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장전 로비 ]
아직 로비는 한산했다.
시계를 보니 09:10분이다.
나는 내 루틴대로 입장권을 끊고 주차 등록을 한 다음
콤프 카드를 재발급 받고 가방을 물품 보관함에 넣자
한두 명씩 모이기 시작했다.
뉴요커님 파노라마님 줄이머꼬님 송곳님 잭헌터 부부
스페셜윈 그리고 비트님까지. . .
갑자기 예전 생각이 났다.
특별히 약속을 하지 않았어도 입장전 로비는 회원들로
늘 붐볐었다. 적어도 열 명씩은 말이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오늘의 게임 계획을 세우고 어떤
테이블로 갈지를 얘기하다 보면 마치 그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고는 한다. 단지 얼굴이 바꼈다는 사실만 빼면 모든게 똑 같았다.
[ 최악의 출발 ]
우리들은 15피트의 한 10만 테이블을 차지하고 기세등등
게임을 시작했지만 그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뉴요커형님은 7연패, 나는 1승 1무 6패로 출발을 했으니
시작부터 테이블 분위기는 참혹했다.
말구에 앉은 송곳님은 어느새 칩이 바닥나 은행을 다녀
온다. 난 그가 수혈(?)받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저 7년만에 처음으로 은행 다녀왔어요."
송곳님은 어이없다는 듯 허허 웃었다.
[ Tackle & VAR ]
최악의 초반이 지나고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던
낮 12시 쯤이다. 플로어로 보이는 차장이 내게 오더니
"서서 게임하시면 안 됩니다." 라고 말을 한다.
난 내가 말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저 여기 20년 다니는 동안 서서 게임하지 말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 무슨 얘기냐? "
"앞에서 서 계시면 뒷전에서 불편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계속 서 계시면 안 됩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가뜩이나 게임도 어려운데 길게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알아서 하겠다. 더 이상 얘기하지 말아달라"
그리고 오후 1시쯤이다.
슬쩍 핸폰으로 사진 몇 장을 찍었는데 이번에도 그
플로어 차장이 내게 다가온다.
"영상 촬영하시면 안 됩니다."
"난 영상 촬영한 적 없다."
조금 있다가 이번엔 보안실 직원이 직접 찾아왔다.
"같이 보안실로 가시죠."
"이미 주의를 들었다. 왜 또 왔느냐? 한 번만 해라."
"그래도 보안실로 가셔야 합니다."
"난 가지 않겠다. 안 가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달라."
차장이 보안실 직원을 밀어내고 중재에 나섰다.
동영상은 없고 찍어 놓았던 몇 장의 사진을 삭제하는
조건으로 상황실행은 모면했다.
옆자리의 잭헌터가 몰래 찍어 카톡으로 보내준 사진
한 장이 용케도 살아 남았다. 이 스플릿 성공 이후 나는
불슈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차장의 깊은 태클과 상황실의 VAR 체킹까지 좀처럼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이 한꺼번에 터진 날이었지만
재밌었던 건, 그 사건들 이후로 난 전화위복의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는 게임사진 첨부가 좀 어려울 것 같아서 후기가
좀 밋밋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장 사진이 있어야 보다
생생한 후기가 만들어질텐데 많이 아쉽습니다.
[ 콤프 거지들 ]
뉴요커형님은 줄이머꼬 스페셜윈 두 사람과 파전에
막걸리 한 잔 하신다고 사북으로 내려가셨고 우린
오리엔으로 향했다.
오리엔으로 가면서 우린 각자 남은 포인트를 합산하기
시작했다. 탈탈 털면 얼추 한 끼 식사는 해결될 것 같았다.
식사후에 여러명이 계산대 앞에 줄을 서서 남은 포인트를
오링(?)시키는 모습은 꽤나 볼만 했다. ㅎㅎ
계산 이후 우린 모두 진정한 콤프 거지들이 됐다.
[ KARINA ]
오후 서너시쯤이다.
어떤 젊은 여성 딜러가 왔는데 첫인상은 콧날이 오똑하다는 느낌밖에는 없었다. 아마도 내가 초구라 옆모습을
주로 봐서 그랬을 것이다.
"와~ 카리나 닮으셨네. 그런 얘기 많이 듣죠?"
말구에 앉은 송곳님은 딜러가 에스파의 카리나와 똑같다며 흥분을 한다. "여기 딜러 뽑을 때 얼굴로 뽑나봐요."
그의 능청스런 멘트에 딜러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난 사실 카리나가 누군지 몰랐다.
잭헌터 부부는 진짜 닮았는지 검색까지 했다.ㅎㅎ
카리나 딜러는 얼굴만 이쁜게 아니었다. 어찌나 카드를
잘 주는지 테이블 분위기는 후끈 달아 올랐다.
이런저런 사건으로 초반의 참혹하고 조금은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이 무렵부터 차차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 큰 형님의 방황 ]
블랙잭에 재미를 못 느끼신 뉴요커 형님은 막걸리로
전자바카라로 또 다시 홀덤으로 유랑을 다니신다.
가뜩이나 감기로 몸도 안 좋으셔서 그랬는지 조금은
안쓰러워 보였다.
"형님. . .무리하지 마시고 오늘 저와 함께 서울로 가요.
제가 모셔다 드리고 갈께요."
형님은 1박2일의 계획을 접으시고 새벽에 나와 함께
출발하기로 결정을 하셨다.
[ 윈컷 타이밍을 놓치다 ]
늦은 밤, 나는 160만 까지 칩을 올렸다.
원래 이 정도면 윈컷을 하고 남은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한 달에 한 번의 출정이 아쉬워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사실 블잭 10만 테이블에서 160만 승이면 일어나는 게
맞다.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게임을 더 하고 싶은 욕심에 아웃 타이밍을 놓쳤다.
역시 우려대로 자정을 넘어가자 위기가 찾아왔다.
이 날은 종일 더블다운의 실패로 좀 고생을 했었는데
간만에 찾아온 5바닥 9더블에 나는 A를 받고 느긋했다.
하지만 5, 10, A,를 차례대로 뽑고 하우스는 결국 다시
5로 마무리하며 내 멘탈을 무너트렸다.
그 이후 거칠어진 베팅에 칩은 100만 언저리까지
내려갔고 난 사서 고생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운이
따라줘서 빅벳 스플릿 두 번의 성공으로 칩을 다시
130만 까지 올리고 아웃을 할 수가 있었다.
역시 윈컷 타임을 무시한 대가는 항상 찾아온다.
[ 양평해장국 ]
뉴요커 형님과 나는 정확히 새벽 두시에 랜드를 나와
사북읍내 양평해장국 집을 찾았다. 출출한 허기를
달래는 데는 해장국만한 게 없는 법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갑자기 형님은 계산대로 뛰어
가신다. "내가 지난 번에도 너한테 얻어 먹었는데 오늘은 내가 낼께."
난 형님에게 단호하게 말씀드렸다.
"돈을 잃은 사람은 밥값을 낼 자격이 없습니다."
형님은 그 말씀을 듣고 고집을 꺽으셨다.
이번 계산대 전투는 간만에 내가 이겼다. ㅎㅎ
[ 어른의 자격 ]
우린 차안에서 많은 얘기들을 나눴다.
"헌터 처음봤을 때 게임하는 거 보고 난 쟤 오래 못 가겠
구나 생각했다. ㅎㅎ 근데 요즘봐라 얼마나 잘 하니. . .
대견해 죽겠어."
형님의 잭헌터 얘기에 우린 한참을 웃었다. 십여년전
잭헌터가 어떻게 잭을 했는지 너무나 잘 알기에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너 요즘 니가 왜 성적이 좋은지 아니?"
" . . . . . . ."
갑작스런 형님의 질문에 난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건 말이다 니가 마음이 편해서 그래. . .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출정 횟수를 잘 조절하기 때문이야."
그러면서 한 가지 부탁을 하셨다.
"앞으로도 한 달에 한 번이라는 원칙은 꼭 지켜라."
"게임이 잘 된다고 또 재밌다고 자주 다니기 시작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거야 알았지?"
난 형님을 댁까지 모셔다 드리고 내부순환로를 달려
집에 도착했다. 그렇게 숨가쁜 24시간이 지나갔다.
내가 뉴요커 형님을 처음 만났을 때, 형님은 지금의
나 보다도 더 적은 나이였다. 하지만 그는 그때 이미
이 카페에서 어른 대접을 받았다.
어른 이라는 건, 나이만 먹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나이는 누구나 공평하게 먹는다. 하지만 깊은 성찰없이
나이만 먹은 사람은 그냥 노인일 뿐이다.
그는 해장국 값을 낼 자격은 없었지만 어른 대접을 받을
자격은 충분했다.
더하는 말
정말 즐겁게 놀고 왔습니다.
24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쉬운 시간이기도
했구요. 이렇게 한 번 다녀오면 또 한달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기도 하지만 또 5월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래서 한 번의 출정을 허투루 보낼
수가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송곳님과는 6번째로 같은 테이블에서 게임을 했는데
이번에도 이겼으니 송곳과 함께하는 불패 신화는 계속
됩니다. ㅎㅎ
파노라마 형님이 주신 커피 잘 마셨습니다.
담에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아웃하고 나간 자리에 앉아 게임하신 줄이머꼬님
고생하셨어요. 저는 단물(?)이 좀 남았는 줄 알았는데
제가 쪽쪽 다 빨아먹었나 봅니다. ㅎㅎ
그리고 항상 내 일정에 맞춰주는 우리 잭헌터 아우님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경주 감포 문무대왕암에서 저를 위해
기도까지 했다는 마박아우가 보내준 영상입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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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그린데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4.09 고생하셨네요.
5월에는 일정 맞춰 지난 3월 처럼
즐겁게 게임했으면 좋겠어요. -
작성자파노라마 작성시간 26.04.09 ㅎㅎ~ 나는 여지껏 카지노
다니면서 통틀어 아우한테 석살이 만칩을 받아 본것도 "4월 6일" 월요일날이 첨이었고, 게임 응원 해주러 5층에
내가 놀고 있던 테이블에 올라왔던 자네한테 미숫가루 한잔 사달라고 부러 해본것도 첨이었는데 ~ㅋ
고마우이~!!^^
덕분에 내 게임은 밤12시경까지 치고
빠지는 덕분에 칩을 훔쳐올수 있어 좋기는
했는데 ~ 갈때 나한테
전화라도 했었으면 떨거지(?) 두사람을 제껴두고 좋은것으로 함께 형님과 자네와 맛난거라도 먹은후 올라가게 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만
크게 들었구먼~ㅎ
그너메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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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그린데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4.09 새벽에 정신없이 나오느라 미처
인사도 못 드렸어요. 죄송함다.
담에 맛난거 사주세요. ㅎㅎ -
작성자스포츠빌리 작성시간 26.04.10 승리 축하드리고 행복한 하루 보내신 것도 축하드립니다!
건강하게 오래 즐기세요~~~ -
답댓글 작성자그린데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4.10 건강하게 오래 즐기시라는 말씀이
참 듣기 좋습니다. 제가 바라는 게 딱
그거니까요.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