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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행기 - 목가적 향취 물씬한 샤르트르와 환상의 라크레

작성자오수현|작성시간06.11.15|조회수32 목록 댓글 0
USC, College of Social Work, MSW 과정에 계신 장경희 학우의 여행기입니다.


5.11.2002

우리는 샤르트르로 간다. 그곳에 사는 언니의 친구 가족이 점심초대를 하

셨다. 프랑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어딘지 풍경이 한국을 닮아있다.

그리운 낮은 구릉들이 만들어내는 곡선! 가도가도 들판만 보이는 미국과

는 달리 가끔씩 보이는 농가의 정취가 한가롭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하는데 언니는 와이퍼를 작동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와이퍼가 오래

되어서 돌리고 나면 오히려 앞이 뿌옇게 되어서 앞이 더 안 보인단다. 나

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너무나 언니답다! 비가 제법 많이기 내리기

시작하자 언니가 와이퍼를 돌린다. 이정도 비가 와야 제 기능을 한단다.

ㅎㅎ. 파리의 고속도로에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한없이 달려도 지

루하지 않을 것 같다. 운전하는 언니는 싫겠지만 ... 샤르트르 시내는 파

리와는 사뭇 달랐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나즈막하고 평화로운 시골 분위

기가 물씬 풍긴다. 샤르트르 성당은 노틀담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스테인

드글라스가 어느 성당보다 아름답다. 노틀담성당이 이 성당을 본떠서 만

든 거란다. 무거운 잿빛 하늘 아래 육중하게 서있는 성당의 위엄에 마음

이 숙연해진다. 성당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섬세한 부조물들. 저 높은

첨탑의 마무리는 과연 누가했으며, 저 높은 꼭대기의 부조들은 누가 만들

었을까? 성당 안은 다른 성당보다 어두웠다. 스테인드글라스에 그려진 세

세한 그림들을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그것들을 만들던 장인들의 손길을

떠올리게 된다. '거룩하다는 것'이 어쩌면 이런 것들로 부터오는 착각인

지도 모르겠지만 뭔가 숙연해지는 이런 느낌이 우리에게 어쩌면 꼭 필요

한 지도 모르겠다. 어느 성당이든 관광객들을 모두 받아들이면서도 미사

나 각종 의례행사들은 언제나처럼 거행된다. 예배를 드리는 성소를 둘러

싸고 있는 섬세하고 작은 조각상들이 머리를 가로젓게 한다.


몇 개의 작은 마을들과 벌판을 지나, 또 하나의 작은 마을에 접어드니 언

니를 반기는 개가 컹컹거리며 뛰어나온다. 집주인 유봉상 화백이 우리를

맞는다. 뛰어난 위트와 유머감각이 언니와 쌍벽을 이루며 시간가는 줄 몰

랐다. '못을 박아서 근수대로 파는 화가'라는 언니의 소개에 흔쾌히 맞다

하며, 자신이 재불작가라 불리기 보다는 '재벌작가'라 불리기를 원하다

하지만, 심플하면서도 깊이 있는 '오브제회화'(나는 이런 걸 꼴라쥬라고

하나요?했다가 언니한테 쿠사리만 받았다. 한국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답을 찾았지만.)의 작품성에 암암리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요리를

하나도 어렵지 않게 탁탁 해내는 안주인과 아직도 어리광이 남아있는

딸, 이 세명의 가족이 똘똘뭉친 친구처럼 보인다. 집 내부는 우리나라 토

담집을 연상시킨다. 직접 꾸미신 거란다. 커다란 체리나무가 한가운데

선 뒤뜰에는 채소를 심으려고 한편이 밭으로 갈려져 있고, 옆 집의 아기

자기한 꽃정원과 한가롭게 산책을 나선 닭들이 여느 시골의 모습을 떠올

리게 한다.


점심식사로 나온 싱싱한 연어회가 말그대로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든

다. 날씨가 쌀쌀하다고 계획에 없이 썩둑썩둑 썰어만든 부추오징어전 또

한 기가 막히다. 메밀가루로 반죽을 한거라는데 고소한 맛과 깔깔한 느낌

이 입맛을 당긴다. 남은 연어회로 만든 회덮밥은 배가 아무리 불러도 절

대로 남길 수가 없었다.


저녁은 절대!! 안먹을 것이며, 점심만 먹고 일찍 파리로 돌아가자는 언니

의 애초 결단이, "라크레 해줄께 더 놀다가!"라는 말에 우루루 무너졌

다. 밥값(?)도 할겸, 생전 처음으로 하는 잔디깍기를 자진했다. 라크레

는 익힌 감자 위에 햄과 불에 녹인 프로마쥬(치즈)를 얹어 먹는 음식이

다. 치즈가 썰 때는 고리고리한 냄새가 지독하더니 익혀서 먹으니 고소

한 맛이 입안 가득히 감돈다. 거기에 향그로운 적포도주!!! 환상 그 자체

다. 모두 프랑스에 오래 살아서, 맛에는 대가들이다. 적포도주는 따놓고

시간이 흘러야 제맛이 난다고 한다. 나도 미각이라면 안 빠지는데 아직

은 그 섬세한 차이를 잘 못느끼겠다. 막 뽑아낸 에스프레소 두 잔과 한국

에서 일년에 단 450 밖에 생산되지 않는다는 '일로향'(녹차)을 두 차례

나 마셨다. 웃고 떠들며 놀다가 10시 30분이 되어서 샤르트르를 떠났는

데 길이 막혀서 12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프랑스는 사회주의 국가

라서 노동자의 나라다. 노동자들은 '놀기위해 일한다' 할 정도로 노는 데

에는 철저하단다. 출근시간 체크도 일한 시간을 체크하기 위해서라나.

(더 일하게 하지 않으려구) 바캉스면 무조건 떠나고 ? 릿?이들 때문에 아

썽시옹(예수승천일) 끝 무렵의 파리행 고속도로가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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