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6월 6일 현충일을 맞이하여, 초봉 김철수 선생께서 나의 집을 찾으셨다. 선생께서는 "너의 아버지 김재봉동지가 보고 싶어 왓다"고 하시면서 "먹을 갈아라" 하시고는 정성스레 붓을 들어 글씨를 쓰신 뒤, 자리에 모인 회원들에게 한 점씩 선물해 주셨다.
선생께서 이날 쓰신 글들은 주로 이별, 추원보본(追遠報本·조상의 덕을 추모하여 제사를 지내고 자기의 근본에 보답함), 민족의 대동단결, 그리고 남북통일에 관한 깊은 고뇌가 담긴 내용이었다.
원불교 정녀인 안ㅇ은에게는 부안 출신 기생 매창의 시를 써주시며 '지나간 역사를 기억하고 결코 잊지 말 것'을 당부하셨고, 원광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박ㅇ수에게 주신 글에는 '기억한 것을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라'는 뜻을 담으셨다.
김구기념사업회 간사인 박ㅇ보에게 써주신 글은 '이념을 초월하여 하나로 대동단결하자'는 통일의 염원을 담은 시였다.
그리고도 여러장을 쓰신것은 지금와서 그 내용을 기억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주신 '연이관지(憐以觀之)'라는 글귀에는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나라와 백성을 연민의 마음으로 살피라'는 선생의 강한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초봉 김철수선생을 따르는 제자들의 모임에서 선생께서는 항상 "앞으로는 단순한 기념일인 '현충일'을 넘어, 그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국가적 대제로서 '현충절'로 격상되어 불려야 한다"고 강조하시기도 하셨다.
새삼 돌아보면 6월은 유독 슬픔과 추모로 기억되는 날이 많다.
원불교 교조 소태산 대종사의 열반일을 추념하는 육일대제(6.1)를 시작으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을 기리는 현충일(6.6),
순종 황제의 인산일을 기해 청년 학생층이 주도한 6·10 만세운동(6.10),
그리고 동족상잔의 비극이자 국제전이었던 6·25 전쟁(6.25)이 모두 이달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초봉 김철수 스승님께서 남기신 귀한 가르침들을 몇 편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선생의 말씀은 우리가 지금 누리는 평범한 일상이 과거 누군가의 위대한 용기와 희생 위에서 성립된 것임을 깊이 깨닫게 해준다.
그 숭고한 애국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이어받아야 할 진정한 '현충의 정신'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