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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수필강좌(일반)

수문회원의 수필 - 서정길의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날다.'(여행기)

작성자이동민|작성시간26.06.06|조회수87 목록 댓글 0

  남아프리카 여행기를 기행수필 형식을 빌어 쓸 작정입니다.
선배, 동료 문우님
 기행수필은 여행체험에 문학적 요소를 가미하여 감동을 주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만 난생 처음이라 서툰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지도편달을 바랍니다.


1.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날다(8월16일)

 아침 5시 자명종 소리에 군기 든 이등병처럼 벌떡 일어났다.
 지난 한 주간 아프리카 여행에 필요한 자료며 옷가지, 선물까지 꼼꼼하게 챙겼는데 왼팔에 깁스를 한 아내는 다시 가방을 열어 확인하느라 부산을 떤다. 선교지역 흑인들에게 줄 선물까지 마련하다보니 짐짝이 만만치가 않았다. 통관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항공사와 타진이 필요했다. 통관이 불허될 경우 포기할 물품도 생각해 두었지만 안심이 되지 않았다.

 정오의 인천공항은 출국을 축복이라도 해 주듯 밝게 빛났지만 부피가 큰 화물이 걸림돌이었다. 불가능 할 것 같았던 수화물 의뢰는 사정 끝에 일인당 30킬로그램까지 허용 받았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할 물건이라 하느님께서 돌봐 주신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자 주위의 여행객도 다행이라는 듯 축하의 미소를 보낸다. 정작 문제는 출국 심사장에서 발생했다. 손가방 무게를 7킬로그램으로 조정해 오라는 것이었다. 두 배 가까운 무게였다. 남겨둘 물건은 아무것도 없었다. 현장에서 가방을 열어제치고 무게가 많은 물건을 비닐봉투에 별도로 담느라 순식간에 난 장터가 되고 말았다.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눈길까지도 의식할 여유가 없었다. 세관원이 이런 정성을 가엾게 본 걸까. 다행이 비닐봉투는 저울대에 올려지지 않았다.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탈출한 심정이랄까, 가슴을 쓸어 내리면서도 묘한 희열을 느꼈다. 감사의 성호를 그었다. 창백해진 아내 얼굴에도 엷은 미소가 번졌다.

 오후 4시, 거대한 기체는 요란한 엔진 소리와 함께 하늘 높이 비상했다. 아내와 함께 처음으로 나서는 해외 여행길이었다. 서해의 수많은 섬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시야에 잡혔다. 긴 비행시간 때문일까. 외국인들은 아예 신발을 신지 않은 체 기내를 오갔다. 발이 부어오르는 것을 방지하고 피로를 푸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따라 할 순 없었다.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인데 함부로 예를 범할 순 없었다. 와인과 주스, 과일, 커피, 빵까지 기내 서비스가 나무랄 때 없이 좋았지만 여섯시간 여 동안의 비행은 만만치가 않았다. 아내는 말을 아꼈지만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착륙직전 창을 통해 바라다 본 싱가폴은 도시국가답게 시가지는 온통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4시간 동안 창이 공항에서 머물었지만 열대지방이라는 것을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냉방시설이 완벽했다. 인천공항 못지 않게 수많은 외국인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지구촌임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거대한 쇼핑몰마다 요란한 조명으로 유혹의 시선을 던졌다. 나방이 불빛에 빨려들 듯 매장에서 아이 쇼핑을 즐겼다. 두 뼘쯤 크기의 without pay(무료)란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20분 동안 허용되는 인터넷으로 한국의 소식과 메일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한글이 새삼 고맙다.

 케이프타운으로 향하는 항공기를 탑승 할 무렵 그제야 낮선 이방인이자 미지의 땅 아프리카로 여행하는 길목에 서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흑인들이 대부분이고 나와 피부색이 같은 여행객은 몇 명 보이지 않았다. 강릉에서 둘째 아들을 만나기 위해 출국하는 할머니는 우리부부를 마치 이산가족 해후라도 하는 듯 기뻐하며 손을 덥석 잡았다. 입국 신고서를 받아 든 할머니는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대충 소속국가와, 성명, 체류기간, 방문목적을 써 주었더니 몇 번이나 고개 숙여 고마워했다. 아들이 항공사에 부탁하여 도우미의 도움을 받도록 했지만 출국장 안에서는 도움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13시간의 긴 비행은 난기류에 수 십 번이나 기체가 심하게 흔들려 불안하기도 했지만 생사는 이미 하늘에 맡긴 몸이라고 마음을 추스르니 한결 편해졌다.
 서투른 영어로 창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내식사는 미리 메뉴 판에서 음식을 정해 버렸다. 아내는 그 때마다 뭘 먹을지를 몰라 손가락으로 펴며 two 하고 나직이 말했다.
 후식으로 제공되는 과일과 술은<apple, orange,="" red="" win="">만 외쳤다. 재대로 영어를 배우지 못하게 후회되었다. 13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란 비행항로가 소개되는 화면이나 수필집 <탱고, 그 관능의 쓸쓸함에 대하여-맹난자>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것이 고작이었다.</apple,>

 별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붉은 기운이 지평선에 긴 획을 남기더니 창공에 붉은 기운을 토해 놓았다. 찬란한 여명이었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아 얼른 카메라로 담았다. 조용하던 기내는 환호가 울려 퍼졌다. 장엄한 우주 쇼에 매료된 듯 <원더풀>을 외쳤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광경이 아닌 듯 상기된 표정이다. 저 상스러운 기운에 취해볼 요량으로 몇 번이나 심호흡을 했다. 쪽빛 창공에 가끔 구름이 절묘한 모양을 이루는 것을 목격했지만 저토록 붉은 기운을 어디에 숨겨 두는지 창조주의 권능 앞에 절로 고개 숙여진다.
 자막에 speed 940km/h, 고도 12,192m, 목적지까지 1,800km, 외부온도 -55도 숫자 하나 하나는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 같았다. 주리가 틀리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결혼하여 지금까지 연로하신 어머니의 병 수발과 4명의 동생의 학업과 출가까지 도맡아 해오면서도 불평을 하지 않았던 아내다. 통증은 심하지 않다지만 깁스를 한 몸으로는 무리인지 발과 손까지 부어 올라 있다. 어깨에 기댄 채 잠든 아내의 얼굴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다. 그 곱던 눈가에도 크고 작은 세파의 흔적이 무게만큼 내려 앉아있다. 분명 나에게는 과분한 사람이다. 창조주로부터 받은 선물 중에 가장 존귀한 선물이다. 파도가 밀려오듯 진한 사랑이 가슴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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