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고 나무에 기대 사는 蘭, 'Dancing Lady' (3/2019)
*** 立夏 - 꽃바람 속에 봄은 가고 여름이 오네
1. 오늘이 여름이 들어선다는 立夏이다. 한낮에는 덥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서늘하다.
보리가 익어가는 시절이라 입하절기를 맥량(麥凉) 또는 맥추(麥秋) 라고도 한다.
초여름이란 뜻으로 맹하(孟夏), 초하(初夏), 괴하(槐夏), 유하(維夏)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늘로써 봄은 공식적으로 퇴역한다.
어수선한 시절이라 꿈결처럼 봄빛이 스러진다. 꽃은 바람을 타고 핀다.
옛 사람들은 바람이 꽃소식을 전한다고 믿었다.
꽃이 필 무렵에 부는 바람을 화신풍(花信風)이라 하여 인간이 설정한 시간의 지평에 꽃무늬를 수(繡) 놓았다.
小寒부터 봄의 마지막 절기인 穀雨까지 120일 동안 닷새에 한 번씩 모두 24번의 꽃바람이 분다고 하여
이십사번화신풍(二十四番花信風)이라 불렀다.
그러고 보니 요 며칠 사이 마치 떠나는 봄을 아쉬워하듯 바람이 제법 요란했다.
무심한 듯 하지만 계절의 순환은 어김이 없다.
2.
茶山 정약용은 강진 유배 시절, 8년 가까이 읍내 주막 집 골방에서 지내다가 연화풍이 부는 늦봄에
餘年聊爾作園翁 (여년료이작원옹) 남은 해를 채마밭 가꾸는 늙은이로 지내라고
天借蓮峯一畝宮 (천차연봉일무궁) 하늘이 백련봉의 한 뙈기 집 빌려줬지.
野外新歡楡莢雨 (야외신환유협우) 들밖에는 유협우(楡莢雨)를 새로 기뻐한다지만
山中小劫연花風 (산중소겁연화풍) 산중이라 연화풍(연花風)이 조금은 겁난다네.
榻自枯禪去復空 (탑자고선거부공) 선승 가면 그 자리 다시금 텅 빈다네.
已識人生都寄寓 (이식인생도기우) 부쳐 사는 인생인줄 진즉에 알았거니
繫瓜何必勝飄蓬 (계과하필승표봉) 매여 산들 떠돌이보다 나은 게 무엇이랴
유협우(楡莢雨)는 느릅나무 새순이 돋을 무렵 내리는 봄비를 뜻하고, 계과(繫瓜)는 매달린 조롱박으로
귀양살이 하는 자신을 은유한다.
그러나 다산초당의 생활이 정착 되어가는 어느 봄날, 다산초당과 백련사 사이에 난 오솔길을 산책하다가
떨어지는 동백꽃을 아쉬워하며 지은 ‘산행잡구(山行雜謳)’라는 시에서 연화풍을 감춰서라도
봄을 더 잡고 싶은 마음을 노래한다.
無計留春住(무계유춘주) 봄을 붙잡아둘 계교 없으니
何如迎夏來(하여영하래) 오는 여름 맞이할 수밖에
也知僧院好(야지승원호) 알겠다, 절집이 좋겠구나
夾岸山茶樹(협안산다수) 언덕 여기저기 동백나무들
猶殘완晩紅(유잔완만홍) 아직 간간이 붉은 꽃 남았네
那將錦步障(나장금보장) 어찌해야 비단장막 가져다가
遮截연花風(차절연화풍) 연화풍 막을 수 있을까
3. 詩聖 杜甫는 ‘가석(可惜)’ 이라는 시에서 지는 꽃을 아쉬워하며 세월의 무상함을 슬퍼했다.
花飛有底急(화비유저급) 꽃잎은 무엇이 급해 저리 빨리 지는가
老去願春遲(노거원춘지) 늙어가니 봄이 더디 가기 바라는데
可惜歡娛地(가석환오지) 안타깝구나 즐겁게 노니는 곳
都非少壯時(도비소장시) 어디 가도 젊은 그 때 아니구나
遣興莫過詩(견흥막과시) 춘흥을 푸는데 詩만한 게 없네
此意陶潛解(차의도잠해) 이 내 마음 도연명은 헤아렸겠지만
吾生後汝期(오생후여기) 늦게 태어났으니 이를 어찌하리오
봄날 꽃들은 왜 그리 서둘러 지는가.
도연명은 자신의 뜻을 알겠지만 자신은 도연명보다 늦게 태어났으니 만날 수가 없어 더욱 애석하다는 것이다.
두보(杜甫, 712년 ~ 770년)는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이다.
4.
백거이(白居易)도 惜落花 (지는 꽃이 애달파)라는 제목으로 두보의 可惜과 같은 느낌의 시를 지어
짧게 왔다 가는 봄을 아쉬워했다.
夜來風雨急(야래풍우급) 간밤에 비바람 심하니
無復舊花林(무복구화림) 옛 꽃과 숲 다시 오지 못하리라
枝上三分落(지상삼분락) 가지 위 삼분의 일이나 떨어져
園中二寸深(원중이촌심) 정원에 두 치나 깊이 쌓였네.
春盡老人心(춘진노인심) 저무는 봄날 늙어가는 사람들 마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