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 권정옥,김현영,김혜정,정은미,유경은,한주현
토론책: <베니스의 상인> 민음사 구판
<셰익스피어 5대 희극 세트 전5권> 민음사 2023
<셰익스피어 5대 희극> 아름다운날
📌김현영
베니스의 상인은 희극이지만 블랙코미디 같다.
등장인물 중 유대인 샤일록은 더 그렇다. 복수심에 가득 차 눈 앞에 뵈는게 없는 인물이다. [3막 1장]에서 안토니오의 불행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다가 딸 제시카의 사랑의 도주에 분통을 터뜨리는 장면이 그렇다.
유대인이기에 겪는 일들을 토로 하는 장면은 마음이 아팠다. 유대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더 거칠게, 더 표독하게 생존하며 부를 이뤘지만 하나 남은 딸 마저 아버지를 배신하고 재산의 일부를 들고 사랑의 도피를 하는 장면에서는 샤일록이 불쌍하기 그지없었다.
[4막 1장]에서 포셔의 심판으로 사건은 해결되지만 모든 재산과 가족을 잃은 그에게 샤일록에게 동정심이 일었다. 이번 <베니스의 상인>을 통해 유대인의 역사적 배경을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불쌍한 샤일록!
기억에 남는 문장은 포셔가 말하는 자비에 대한 이야기.
[4막 1장] 포셔/
자비심은 강요해서 생기는 게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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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탄원은 정의지만 정의를 좇는 동안 우리들 누구도 구원을 못 받는단 사실을 고려해 보시오. 우린 정말 자비를 기원하고 이 기원은 우리 모두 자비를 행하라는 가르침을 줍니다.
📌정은미
그 유명한 링컨의 연설을 빌려 대입하면 이 책은 포셔의, 포셔에 의한, 포셔를 위한 책이라 해도 무방하다. 포셔의 대단한 지혜와 사랑이 아니었다면 세 남자(안토니오, 바사니오, 샤일록)는 그야말로 나락으로 갔을 것이다.
베니스의 상인인 바사니오와 안토니오는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사일록과 얼토당토않은 계약을 맺는다.
목숨을 건 보증이라니!
사랑을 위해 친구의 목숨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친구라니!
이 황당하고도 대단한 우정을 지켜주기 위해 놀라운 지혜를 발휘하는 포셔의 사랑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샤일록은 자신을 개 취급하는 안토니오에 대한 증오로 돈이 아닌 목숨을 조건으로 한 계약을 내건 무자비하고 악독한 고리대금업자로 보인다. 고리대금업자에게 최고는 돈일 텐데 살 1파운드라니! 차라리 몇 배의 돈을 더 받는 게 낫지.
더불어 당시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유대인 혐오 문제와 고리대업, 그리고 법이 가진 허점, 기독교의 무자비가 부각된다. 사회의 부조리를 비웃고 조롱하는 듯한 희비극이 뒤섞여 있다.
베니스의 상인과 포셔 입장에서는 해피엔딩인 희극으로 볼 수 있으나 샤일록의 입장에서는 결코 희극일 수 없는 가장 비극적인 이야기다. 2막~4막으로 휘몰아치는 극의 재미가 흥미진진하다.
희극이 사회 병폐나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조롱이나 웃음을 섞어 풍자하는 것. 우리나라 탈춤이나 가면극과 유사하다고 보면 될 듯.
셰익스피어 희극의 사랑이 결국 결혼으로 이어지고 변장과 오해가 핵심장치라고 함.
그래서 셰익스피어 희극을 낭만적 희극이나 로맨스 희극으로 본다고.
넷플릭스에서 브리저튼인가 하는데 이게 약간 영국식 희극이라고 보면 됨.
📌김혜정
어린이 입문용 동화책 내용에 익숙했던 내게 샤일록에게 딸이 있었고, 그 딸이 아버지를 배반하여 사랑의 도피를 하는 장면이 새롭고흥미로웠다. 또 유대인이 금융업에 종사하게된 역사를 정옥씨와 경은씨가 설명해주어 작품의 배경을 더욱 잘 이해할수 있어 큰 도움되었다.
그래서인지 <도둑질만 아니면 돈벌이는 하느님의 축복>이라는 샤일록의 주장도 일면 수긍이되어 탐욕스런 악인으로만 인식되었던 이미지가 한꺼풀 벗겨지는 계기도 되었다.
포샤의 남편감고르기 금, 은, 납 상자는 우리나라 전래동화 <금도끼, 은도끼, 쇠도끼> 내용이 떠올랐다. 바사니오가 상자를 고를때 화려한 겉모습만으로 선택하지 않아 행운이 따르는 장면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진실을 따르면 운도 함께 따른다는 교훈(?)을 보여주는듯 했다.
가장 인상적인 문장은 1막 2장 포샤가 한 말 ”좋은 일을 실천하는 것……청춘이란 미친 토끼 같아서 둔한 절음발이 지혜가 쳐놓은 그물을 쉽게 뛰어넘는 법이거든“
지혜는 아는 것보다 실천하기가 더 어렵다는 이말은 중년인 나에게 하는 말로 들리고, 청춘은 미친 토끼(20대 청년인 자녀, 혹은 과거의 나?)로 해석되어 확~닿았다.
전체적으로 <베니스의 상인>은 선택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안토니오의 선택, 바시니오의 선택, 샤일록의 선택, 포샤의 선택, 제시카의 선택, 란슬롯의 선택, 구혼남자들의 선택… 우리네 인생이 모든 한 순간 순간 선택의 연속에서 희노애락을 경험하며 살고 있구나하는.
📌유경은
두 남자의 뜨거운 우정과 의리, 지혜로운 재판, 탐욕스러운 고리대금업자가 벌을 받는 권선징악의 이야기로 흔히 알려져있던 작품 안에서 인간은 선과 악 어느 한쪽으로만 결코 규정될 수 없는 존재임을 발견하며, 개개인의 모순들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과거 탐욕스럽고 어리석은 악의 전형이었던 샤일록은 현대적 관점에서 차별과 혐오가 만들어낸 비극적 인물로 재해석된다(철없고 부모 가슴에 대못 박는 딸을 둔 아버지로 여겨지니 한층 더 불쌍해진다).
열악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기꺼이 돈을 빌려주고 사회적 지위와 명망도 있으며 친구를 위해 자기 목숨도 내놓을 수 있는 안토니오는 샤일록을 개라 부르고 그의 수염에 침을 뱉고 혐오를 드러내는데 거침이 없다. 사랑에 헌신하는 남자이자 친구와의 우정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으며 변호하는 멋진 모습의 바사니오는 낭비로 모아놓은 돈도 없고 친구를 보증삼아 거액을 빌려 부잣집 딸과 결혼하기 위해 선물과 치장으로 자기를 꾸민다. 똑똑하고 판단력도 빠르고 모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끌고 오는 영민함과 강단을 가진 포셔는 입으로 자비를 말하지만 정작 그 자비는 내 편에만 적용되는 편협함을 지니고 있다.
스스로가 정의롭다고, 선하다고, 정당하고 자비롭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다른 한편으로는 얼마나 다른 인간을 존중하지 않고 비인간화시킬 수 있는 일인지를 깨닫는다.
이미 기독교인으로 힘의 균형이 기울어져있던 당시에 이 연극을 봤던 관객들은 이중성을 조롱했던 블랙코미디라고 느꼈을까? 아니면 처절한 유대인의 몰락에 통쾌해했을까? 궁금해진다.
그나저나, 낭비벽과 반지를 내주는 무심함까지 더해져 앞으로 포셔에게 목줄 잡힌 험난한 결혼생활이 예상되는 바사니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장재경
저는 여러 일들을 처리하는 중에 시간이 잠시 나는 동안 다행히 근처에 도서관이 있어 책을 읽게 되었는데 거기 있는 책이 어린이를 위한...밖에 없어서 그간 읽었던 세익스피어의 당시의 생동감은 없어지고 정제된 내용을 본 것 같네요. 올려주신 대사들 보며 아쉬움이 생기네요.. 그간 직접적인 대사를 볼땐 우스꽝스러움에 취해 내용을 잘 못본것 같고 이번엔 내용에 집중하게 되는 장점이 있었네요. 유대인이 히틀러 이전에 이미 저토록 핍박 받았다는 게 너무 놀라웠고 친구를 위해 빚을 내어서라도 도와주는게 선이라 여기는 것은 참으로 삶을 아름답게만 보는구나 싶었고 여자를 만나기 위해 돈을 꾸는 그 뻔뻔함이 당연시 되는 저 사회는 당최 어떤 곳이었을지 상상이 잘 안갔네요. 그리고 판결은 초반에는 현명하다 여겨졌으나 갈수록 잔혹하게 샤일록을 몰고가는 상황에 너무 가혹하여 억울하기까지 하더라구요.. 이게 왜 희극인지 책을 막 읽은 직후엔 갸우뚱하기까지 했네요. 이 이야기의 여운은 답답함이었네요.
📌권정옥
한탕주의 안토니오와 사랑보다 돈많은 친구를 더 의지하는 바사니오를 보면 남자들이란~
지혜로운 포셔가 주인공이구나라는 생각이들었다~ 자유 돈 지혜 사랑 자비 중에 뭐가 가장 중요할까보다 그건 상황에따라 각각이 다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군요~~^^
📌한주현
어릴 때 읽은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은 돈에 집착하고 복수심에 불타는 전형적인 악당이었다. 그러나 반백 살이 된 지금 다시 읽은 <베니스의 상인>은 나에게 많은 반전을 주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무시당하고 차별받아 온 샤일록의 처지를 생각하니 그의 잔인한 행동이 이해될 뿐만 아니라 복수와 분노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또한 16세기에도 이미 유대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유대인 박해가 독일 나치 시대에 시작된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나의 역사적 무지를 깨닫게 했다. 유대인들이 종교적 이유로 아주 오래전부터 차별과 멸시의 대상이 되어 왔다는 사실은 안타깝고 씁쓸했다.
마지막으로 세익스피어의 희극과 비극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도 바뀌었다. 나는 그동안 희극은 웃기고 즐거운 이야기, 비극은 슬프고 불행한 이야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샤일록의 결말은 매우 참담하고 슬픈데도 이 작품은 희극으로 분류된다. 세익스피어의 희극이 단순히 웃음을 주는 작품이 아니라 당시 사회의 모순과 편견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역할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는 조선 시대의 판소리, 탈춤, 고전소설 등이 양반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고 풍자했던 것과도 닮아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학과 예술 등을 통해 지배층의 위선과 부조리를 풍자하고 비판하려한 것은 비슷했던 것 같다.
야생화 모임에 처음 참석했는데 모두가 편안하게 환영해 주셔서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소규모 모임이라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다들 엄청 맛난 간식을 준비해오셔서 더욱 정겹고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