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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가 ‘쇠락’이 아닌 ‘완성’이기 위해서는 - 평생학습

작성자Snowman|작성시간26.06.11|조회수2 목록 댓글 1

 

노화가 ‘쇠락’이 아닌 ‘완성’이기 위해서는

인류는 공간 속에서뿐만 아니라 시간 속에서도 나눌 수 없는 하나의 전체이다

▲알기 위한 학습(learning to know) 

▲행동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do) 

▲함께 살기 위한 학습(learning to live together) 

▲존재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be)

 

 

“얼른 어른이 되고 싶어!”라고 외치는 아이들은 많지만, “어서 노인이 되고 싶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노화를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을 특별히 어려운 상황에서가 아니라 노화에 쓰는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지식과 지혜를 모아 미래를 대비하는 데 정말 진심인 유네스코라면, 아마 늙어감을 고민하는 우리 모두에게 “피할 수 없으면 배워라”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이번에 파리 인류 박물관에서 노년 관련 특별전시를 관람하던 주재관의 머릿속에서도 혹시 그런 유네스코의 속삭임이 들린 것일까요? “현대 사회 속 노년에 대한 새로운 재현 방식을 질문”하는 전시에서 유네스코의 평생학습을 떠올렸다는 주재관의 이야기를 한번 같이 들어 보시죠.

 

파리 인류 박물관의 ‘노년 특별전시회’ 전시 작품 (출처:  Exposition Les grands âges  © Nikos Aliagas)

프랑스 파리에는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습니다. 그중 파리 16구에 위치한 인류 박물관(Musée de l’Homme)은 인간과 인간 사회의 진화 과정을 생물학적·사회문화적 시각에서 조명하는 흥미로운 박물관입니다. 설립자인 폴 리베(Paul Rivet)는 “인류는 공간 속에서뿐만 아니라 시간 속에서도 나눌 수 없는 하나의 전체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하는데요. 이 문장을 통해서 시공간을 아우르며 지속적으로 진화를 거듭해 온 인류를 하나의 거대한 주체로 인식하는 박물관의 시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달 인류 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노년 특별전시회(Exposition Les Grands Âges)’에 가 보았습니다. 우리나라가 유독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이번 특별전시에 개인적으로 더 관심이 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시장에는 다양한 노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요. 사진을 통해 시간이나 노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사회 속 노인의 위치, 그리고 세대 간 관계의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특별전의 기획 의도라고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전시회장 입구에는 이번 특별전시가 “초고령기의 복합적인 삶의 현실과 현대 사회 속 노년에 대한 새로운 재현 방식을 질문하기 위해 기획되었다”는 안내 문구가 있었는데요. “초고령기의 복합적인 삶”이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어떤 모습이면 좋을지 생각해 보던 중 유네스코의 ‘평생학습(lifelong learning)’ 개념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평생학습이란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평생토록 배울 필요가 있다’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평생학습 개념을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보고서들을 발간했습니다.

1970년에는 랑그랑(Lengrand) 보고서(An Introduction to Lifelong Education)를 통해 평생교육 개념을 제시하였고, 1972년에는 포르(Faure) 보고서(Learning to Be)를 통해 학습사회의 개념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1996년에 이르러 이른바 들로르(Delors) 보고서(Learning: The Treasure Within)를 발간하며 교육의 네 가지 기둥(pillars)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는 21세기를 맞이하기 위한 교육의 비전과 방향을 정리한 것으로

▲알기 위한 학습(learning to know) 

▲행동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do) 

▲함께 살기 위한 학습(learning to live together) 

▲존재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be)

의 개념을 담고 있습니다.

들로르 보고서가 제시한 교육의 네 가지 기둥 각각은 모두 노년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노년층이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존엄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더 나아가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존재하기 위한 학습’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초고령화 사회에서 청년층과 노년층이 세대 간 갈등 없이 조화롭게 ‘함께 살기 위한 학습’도 중요합니다.

 

물론, 각자의 삶에서 평생학습을 실천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일 수 있습니다. 평생학습을 실천한다고 해서 모든 세대의 삶이 당장 극적으로 나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노화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노화가 불행한 일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의 한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평생 함께 노력하고 학습하는 일은 정말 중요합니다.

 

전시회장을 나오는 출구에는 주름살 가득한 노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 아래에는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Marguerite Yourcenar)가 쓴 “시간, 그 위대한 조각가(Le temps, ce grand sculpteur)”라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노화가 단지 피부의 주름이 늘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조각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으로 인식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각자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자신의 삶 속에서 평생학습을 실천하는 게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백영연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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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달빛사냥꾼 | 작성시간 26.06.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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