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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

17년 4월 13일 목요일 맑음

작성자이건표|작성시간17.04.14|조회수39 목록 댓글 0

17년 4월 13일 목요일 맑음

“너 늦게까지 안 잤지 ? 왜 핸드폰 안방에다 갖다놓지 않았어.”
안사람이 충정이에게 큰소리다.
“형이 아빠 오신 날은 안방에 들어가지 말랬어. 아빠 엄마 주무시든데 방해 된다고....” 충정이가 투덜 댄다. 안사람도 할 말이 없나 보다. 웃고 넘어간다.
웃음이 푹 터진다. ‘우리 큰 아들은 효자다.’
중2때부터 “난 알 건 다 알어” 소리치던 충희다.
우리가 들킨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갈수록 똑똑해지는 큰아들이 클수록 더 부모 생각이 깊어지니 효자가 될 것이 틀림 없다. 마음이 든든해진다.
운전하는 내내 奇緣을 만남이 흐뭇하다. 26분회 앞날에 기대가 크다.
어제의 장면들이 생생하게 떠 오른다.
싱글벙글하며 행복을 반추하다 보니 어느새 정산이다.
접붙일 준비를 갖추고 불당골 정상에 올랐다.
온갖 꽃들이 흐드러지게 만발한 봄 날. 산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는 일품이었다. 나 혼자 보기엔 아까울 정도로....
자 아래에 고사리 순을 꺾으러 부지런히 황새 고갯짓을 하는 중호가 보인다.
불당골 산에는 고사리가 많이 돋는다. 나는 쳐다 볼 새도 없지만.....
마련해 온 접순 40개를 붙이기 시작했다. 큰 힘이 들지는 않는 일이나 조심스럽게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라 벌써 땀이 흐른다.
무슨 일을 해도 산 위를 헤매는 일은 언제고 간에 숨이 차 오른다.
이러다 평지에서 일을 하면 마치 노는 것과 같아진다.
일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을 볼 새도 없다. 아니 볼 필요도 없다.
배가 출출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12시를 넘더라.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다시 접순거리를 잘랐다. 하나하나 세면서....
“하나, 둘........마흔 아홉, 쉰” 50개를 마련하고, 일어섰다.
부지런히 불당골 꼭대기에 올라 접붙일 준비를 했다. 그런데 접순이 없네.
 ‘어라, 한참을 뒤적거려도 오늘의 주인공 접순이 없다’
이 거 야단났다. ‘오다가 흘렸나 ?’ 차안을 샅샅이 뒤져봐도 온데간데 없다.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오는데 밭에서 김을 매시던 장모님이 물으신다.
“왜 또 다시 와 ?” “접순 자른게 없어졌어요. 어머님 못 보셨어요 ?”
“내가 뭘 봐. 집에 들어가 찾아 봐”
거실에도 방에도 없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그 안에 떡하니 앉아있는 것 아닌가. “야 이놈들아 왜 여기 있어 ?” 누구 탓할 것도 없었다.
내거 접순을 자른 후 조금이라도 덜 마르라고 냉장고에 넣어 놓고는 그냥 출발한 것이다.
장가갈 때 뭐 떼놓고 간다더니 꼭 그 짝 아닌가.
어쨌든 찾았으니 다행이고, 잃어버린 시간만큼 더 서둘러야겠다.
이제부터는 고접이라고, 한 나무 전체에 한가위 접을 붙이기 시작했다.
쓸모없는 개 밤나무를 통째로 한가위로 바꾸는 작업이다.
접붙이기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야만 덤벼들 수 있는 일이다.
그럭저럭 하다 보니 한 나무가 완성됐다.
이제 살기만 하면 나도 접붙이기 숙련공이 되는 것이다
다 붙여 놓고 보니 그럴듯하긴 하다. 속은 기다려 봐야겠지만...

접붙이기만 잘하면 묘목값을 아낄 수 있다.
신품종 묘목은 부르는 게 값이라 부담이 된다. 심는 대로 다 사는 것도 아니고, 잘해야 80% 정도면 성공이다.
접붙이기 달인이 돼 보자.



밤 늦게 안사람이 전화다. “여보, 왜 ?”
“왜 아직 귀농일기 안 올렸어 ?” “응 귀농일기 기다렸어 ?” “응”
‘우리 마누라가 귀농일기 애독자가 됐나 ? 남편 감시하려고 그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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