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12월 1일 화요일 맑음
‘저 놈들을 어떻게 해야 속이 시원할까 ?’
뾰죽한 방법이 없어서 바라보기만 한지 1년이 다 돼간다.
쫓아도 소용없고, 소리를 질러도 들은 체 만 체 ‘나 잡아 봐라’다.
약기는 어찌나 약은지 내 머리 꼭대기에 앉아있고, 재빠르기는 얼마나 빠른지 철망의 좁은 틈바귀도 거침없이 왕래한다.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떼로 몰려와 뱃속을 그득히 채우고 가니 닭 사료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라 예쁘게 봐줄 수만 없더라.
‘우리 동네에 참새가 저렇게 많았었나 ? 식량이 넉넉하니까 새끼를 양껏 키웠나 ? 이웃 동네 참새들까지 소문을 듣고, 이사를 왔나 ?’
들판에 벼가 고개를 숙일 때쯤은 잠시 꺼끔하더니만 이젠 다시 문전성시다.
멍청한 닭들은 즤들 밥 도둑질하든 말든 관심도 없다.
“어머니 자 참새들 잡을까요 ?”
“응 잡어. 전이는 별로 읎었는디 요새 부쩍 늘었어, 냉겨놓은 게 읎어. 들깨가 익기도 전에 다 빼먹고, 벼가 익을라구할 때 진을 다 빨아먹어서 쭉쟁이만 생겨. 그레서, 옛날이는 논두랑 뛰어가매 쫓는게 일였어. 얼른 잡어야 되어. 그런디 으떻기 잡을라구 ?”
사실 방법이 없어요. 사람들을 그렇게 가지가지로 성가시게 해서 미운털이 박혔으면서도 사람 주위에서 번창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 나름대로 생존 전략이 있어서니까....
새그물을 쳐도 소용없고, 어찌나 눈치가 빠른지 손을 댈 수가 없어요.
사람이 쫓으면 훌쩍 날라서 멀지 않은 곳에 앉았다가 뒤돌아서자마자 다시 날이오니 얄밉기 짝이 없지만 내가 날아서 쫓아갈 수도 없고....
겨울이 오면서 닭장에 바람막이 비닐을 쳐주면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사방을 비닐로 막고, 그 안에서 잡아보자’ 무릎을 탁 쳤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튼튼하게 비닐을 쳤지 뭐야.
‘요놈들, 조금만 기다려라. 맛을 보여주마’
드디어 D-day 날이다.
조심조심 닭장 문에 이르렀다. 사료통에 머리를 박고 있던 참새 수십마리가 우르르 날아 오른다. 장관이었다.
전에는 내가 닭장 문에 이르기도 전에 보초 참새가 보고 경고를 하면 우하고 날아 도망을 쳤는데, 비닐에 가려 보이지 않았나 보다.
일단 문을 안에서 닫고 잡을 태세를 취했지.
‘햐, 이걸 어떻게 잡는다 ?’ 너무 많으니까 나도 당황됐다.
이놈들도 사방이 비닐에 막혔으니까 이리저리 날며 혼란스럽다.
그런데, 지붕 끝의 작은 틈바귀를 보더니 줄줄이 빠져나가더라. 내가 얼른 그 쪽으로 쫓아갔지. 그랬더니 내가 막고 있던 문쪽의 빈틈으로 싹 사라지네.
‘귀신같은 놈들이네 !’ 그렇다고 포기할 나인가.
우선 구석구석 빈틈을 모두 막았다. 그리고 틈이 많은 문쪽엔 구멍이 좁은 그물을 쳤다. 이 그물은 평소에 말아 올려 닭들이 드나들게 하고, 내가 참새를 잡으러 닭장에 들어서면서 내릴 수 있게 했지.
만반의 준비를 한 후에 다시 작전에 돌입했다.
닭장 안에 들어서자 십여마리의 참새들이 날아 오른다.
나는 서두르지 않으면서 뒤로 돌아 그물을 내렸지. 이젠 준비 완료다.
참새들은 전에 빠져나갔던 구멍들이 모두 막혀있으니까 어쩔 도리가 없지.
나는 붕어 뜰채를 들고 여유있게 한 마리 한 마리 잡았지. 통쾌하더라.
20분 후에 갔더니 또 왔어요.
하, 이렇게 서너번 했더니 스무 마리가 넘게 잡혔네.
‘아이고 이젠 쉬자. 내일 또....’
참새가 소 등에 앉아서는 ‘네 고기 열 점보다 내 고기 한 점이 더 맛있단다’했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