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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

24년 12월 18일 수요일

작성자이건표|작성시간24.12.26|조회수65 목록 댓글 0

"여보, 올 해는 은행줍기를 그만두어야 겠어"

"왜요 ?" 안사람이 의아한, 또 신기한, 그리고 믿지못하겠다는 눈으로 쳐다 본다.

'이 사람이 죽을 때가 됐나 ? 생전에 안 하던 소리를 하고 있네' 생각하는 것 같다.

"올 해 폭우, 폭염때문에 그런지 은행 알이 굵지를 않아. 병이 든 것도 많고.....  속이 상해서 손을 대고 싶지도 않구먼"

"그래요. 당신도 쉬어야지. 몸 생각도 해서 일을 줄여나가요"  반색을 하더라. 평상시에 노래하던 말이다.

일 욕심이 유난히 많아서 매년 일을 늘려나가면 나갔지 줄여본 적이 없는 나였기에 '당신 그렇게 일을 많이 하다간 늙어서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허리 구부러지고 다리 아파서 걷지도 못할려구 그래' 하는 마누라의 푸념은 귓등으로 흘려보냈었지.

'그래 올 한 해 은행 농사는 쉬어보자, 그 게 어디냐'  편하게 미음을 먹었다. 그런데 그게 그러니까 그렇게 되기도 쉽지않았다.

매년 줍던 은행을 포기하려 하니 자꾸만 눈에 걸린다.

'그래두 저걸 줏으면 얼마는 할텐데....' 

차라리 안 보면 괜찮을 것 같아 서당골 은행밭에는 가질 않았다.

그런데 집 입구 텃밭 끝에있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자꾸 눈에 밟힌다. 올 해따라 이 은행은 알이 굵기도 하다.

매일 몇번씩 오가며 볼때마다 갈등이 생기더라..

'거참 은행을 안 줍기도 어렵네. 요 두그루만 줏어 ? 몇 푸대는 넘겠지만, 그럼 그 걸 갖구 팔어 ? 말어 ?'

매년 11월 한달은 은행의 달이었다.

한 달 동안 은행을 주워서 탈피를 한 다음 말려서 광생리 공판장에 가면 그래도 돈 한웅큼은 쥘 수 있었다.

그 맛이 쏠쏠했는데.....

게다가 모든 농사가 끝나서 할 일이 없는게 문제였다. 내년 농사 준비는 아직 이르고.... 하루가 지루하더라.

'쉬는 것도 알하는만큼은 어렵구나. 이럴거면 차라리 ,,,,' 

"여보, 텃밭 둑에 있는 은행나무는 알이 아주 굵으네. 그냥 버리긴 아까운데....."

안사람이 쳐다보고 웃는다. 내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왔나 보다.

"그럼 하나라도 주워야지"  "그렇지, 그 게 마음이 편하겠지. 그리고 이왕 할려면 다 줏어야지"

이렇게 해서 뒤늦은 은행줍기가 시작되었다. 

올해 마지막 농사다.

밤줍기가 끝나고 11월 초부터는 은행줍기가 시작되어야 하는데 이레저레 꾸무럭대다보니 때가 많이 늦었더라.

중간에 눈이 오고 비도 와서 작업 진척이 더뎌졌다. 추은 날에는 손이 곱아 힘들었다.

그래도 하루에 몇 포대씩 주워담았더니 마음의 짐도 그만큼씩 가벼워진다.

한달 동안 꼬박 주웠더니 비료포대에 반이 넘게 담아 250포대가 되었다. 예년에 비해 꽤 많다. 알이 굵은 것도 많더라.

'줍기를 잘했지, 두고두고 후회할 뻔 했다'  

농부는 좋던 싫던 농부의 길을 뚜벅뚜벅 가야되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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