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읍성
밀양읍성의 성벽 상단 산책로
밀양의 첫걸음은 도심 중심에 우뚝 솟은 아동산(무봉산) 자락의 밀양읍성에서 시작합니다. 성종 10년(1479년)에 돌로 처음 쌓아 올린 이 성곽은 옛날 우리 선조들이 고을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만든 소중한 군사 방어 시설입니다. 돌의 본래 모양을 그대로 살려 정교하게 맞물려 쌓은 튼튼한 성벽은, 아쉽게도 일제강점기 시절 철도 공사와 도시 확장 과정에서 대부분 헐리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옛 기록대로 성벽을 철저히 복원해 내면서 지금의 당당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자연적인 해자(성 밖의 도랑)가 되어주는 푸른 밀양강을 곁에 두고 부드럽게 휘어지는 성곽길은, 과거의 역사와 현대의 도시 풍경이 한눈에 어우러지는 밀양 최고의 전망대입니다.
단층 망루인 동장대
동장대에서 내려다보이는 밀양강과 밀양 시내
자연석을 촘촘하게 맞물려 쌓은 튼튼한 성벽을 곁에 두고, 돌판이 깔린 성벽 윗길을 따라 언덕 위로 숨을 고르며 올라가 봅니다. 완만하게 굽이치는 성곽 길을 따라 전통 군대의 오방기와 영기들이 화려하게 휘날리는 풍경은, 마치 조선 시대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온 듯한 깊은 생동감을 선사하죠.
이 길의 끝, 성벽 능선의 가장 높은 동쪽 끝 지점에 다다르면 당당한 자태의 ‘동장대’와 마주하게 됩니다. ‘장대’란 전쟁이 났을 때 장수가 올라서서 군사들을 지휘하던 높은 망루입니다. 군사들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평평한 돌을 깔아 다진 성벽 정상부와 동장대 정자 마루에 서면,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정자 기둥 사이 공간 너머로 천혜의 도랑 역할을 하는 푸른 밀양강 줄기와 밀양 시가지 전체가 한눈에 굽어보여, 복잡했던 머릿속을 차분하게 비워내기에 참 좋습니다.
성벽길 너머로 위풍당당하게 솟은 동장대
나지막한 성벽 여장 아래로 시원하게 펼쳐진 밀양 시가지
역사적인 성곽 위에서 시원한 풍경을 충분히 즐겼다면, 이제 숲이 주는 청량함을 만끽할 차례입니다. 동장대 아래 언덕으로 발길을 옮기면 멋스럽게 휘어진 노송들이 반기는 울창한 소나무 숲길 산책로가 지그재그로 다정하게 이어지죠. 쾌적한 솔바람을 맞으며 산책로를 걷다 보면 사각형 원목 프레임을 겹쳐 만든 감성적인 목재 터널 구간을 지나게 되는데, 이 길은 다음 목적지인 아랑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싱그러운 숲길입니다. 낮에는 푸른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밤에는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조명들이 아늑한 정취를 선물하는 이 길을 따라 설레는 걸음을 옮겨봅니다.
동장대 아래로 조성된 아늑한 소나무 숲길
아랑각으로 향하는 숲길
- 주소: 경상남도 밀양시 영남루1길 16-11
아랑각
밀양강 위 무봉산 자락의 숲속에 안겨있는 아랑각
아랑각으로 올라가는 호젓한 길
밀양읍성 무봉산 자락의 소나무 숲길을 따라 영남루 아래쪽 강변 절벽으로 발길을 옮기면, 고즈넉한 비밀의 숲이 나타납니다. 바로 밀양의 애달픈 전설이 깃든 사당, 아랑각입니다. 이곳은 조선 명종 때 밀양부사의 딸이었던 ‘아랑’이 정절을 지키려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뒤, 그녀의 굳건한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뜻깊은 공간입니다. 매년 음력 4월 16일이 되면 밀양의 대표 축제인 '밀양아리랑대축제'의 서막으로 아랑의 정절을 기리는 경건한 제사인 아랑제가 이곳에서 정성스럽게 치러지기도 하죠.
화려한 단청과 황색 외벽이 돋보이는 아랑각의 정문
거대한 느티나무 고목과 아랑각 진입 계단
영남루에서 울창한 가로수와 대나무 숲이 에워싼 돌길을 따라 내려오면, 화려한 단청과 선명한 노란빛 외벽이 눈길을 사로잡는 정문과 마주합니다. 그 옆에는 수령이 수백 년에 달하는 거대한 느티나무 보호수가 역동적인 가지를 뻗어 참배객들에게 청량한 그늘 쉼터를 선물하죠. 이 고목은 아랑의 슬픈 전설과 긴 세월의 흐름을 묵묵히 지켜봐 온 산증인이기도 합니다.
아랑의 위패와 영정을 모시고 있는 사당 본전인 아랑사
본전에 봉안된 아랑의 영정과 기록화
정갈하게 다듬어진 안마당 돌계단을 한 걸음씩 올라 가장 높은 지대에 다다르면, 단아한 맞배지붕 양식의 사당 본전인 아랑사에 닿습니다. 활짝 열린 문 안쪽 제단에는 단아한 초록색 당의와 분홍색 치마를 입은 아랑의 영정 초상화가 모셔져 있습니다. 이당 김은호 화백이 그린 영정 우측 벽면에는 설화 속 결정적인 순간을 담은 기록화도 걸려 있습니다. 신임 밀양부사 방에 나비로 환생하여 나타난 아랑이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고하고 원수를 갚아달라고 청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본전에서 내려다본 정문
활짝 열린 문짝 사이로 보이는 밀양강
나가는 길에는 전통 건축이 주는 최고의 미학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높은 본전 마당에서 아래를 굽어보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옛 기와들이 촘촘히 얹어진 정문의 지붕 곡선과 주변의 울창한 활엽수림이 어우러져 아늑하면서도 포근한 공간감을 선사하죠. 특히 활짝 열린 정문의 나무 판문 사이로 시선을 돌리면 눈부신 반전이 펼쳐집니다. 전통 목조 문틀이 까만 액자 프레임이 되어주고, 그 틈 너머로 잔잔한 밀양강의 수려한 풍광이 그림처럼 담기는 차경의 아름다움이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문틀 사이로 아스라히 빛나는 푸른 강물과 가로수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따뜻하고 깊은 여운이 잔잔하게 차오릅니다.
본전에서 본 정문과 그 너머의 평화로운 밀양강
- 주소: 경상남도 밀양시 중앙로 324
- 운영 시간: 09:00~18:00
- 문의: 055-359-5590
밀양 영남루
밀양강 절벽 위의 영남루
마지막으로 풍류를 즐길 밀양 여행지는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조선 3대 누각’으로 손꼽히는 ‘밀양 영남루’입니다. 영남루는 옛날 밀양을 찾은 손님들을 맞이하고 묵게 하던 공공 숙소인 객사에 속한 유서 깊은 누각입니다. 밀양강 절벽 위에 당당하게 서서 빼어난 강변 경관을 한눈에 품은 이 건물은, 조선 후기 목조 건축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최고의 걸작입니다.
영남루 마당으로 향하는 계단
넓은 마당 너머 밀양 영남루와 왼쪽의 침류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