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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감상방

대숲에서 / 최영철

작성자arirang717|작성시간07.09.09|조회수26 목록 댓글 0



      대숲에서

         詩  최 영 철


      숭숭 하늘 향해 솟은 나무 그늘에 서 있었다
      곧고 푸른 지조가 만들어낸 텅 빈 육체에서
      플륫 소리가 났다
      위로 뻗어가느라 아무것도 품지 못한 생애가
      한 번은 꽃 피고 한 번은 꽃 지고 싶다고
      우수수 잎을 날려보냈다
      나이를 숨기느라 마디진 등뼈 타고
      초록을 물들이며 노랗게 솟는 대쪽의 亢進,
      창공을 버티느라 굵어지지는 않고
      다만 단단해진 울대가
      무성한 잎을 떨어뜨렸다
      위로 뻗기만 하는 삶을 받치려고
      실타래처럼 엉킨 땅 아래 상념들 스산하게 흔들렸다
      너 한 번 꽃 필 때마다 하늘 향한 가지 꺾이고
      너 한 번 꽃 피려고 무너진 자리
      우르르 몸 기댄 백로 제비꽃 와서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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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나무의 나이테는 허공이다. 살이 없으므로 비대생장(肥大生長)을 하지 않는다. 굵어지는 대신 돌탑 쌓듯이 마디마디 허공을 쌓으며 위로, 위로 항진한다. 그 '곧고 푸른 지조' 때문에 대나무는 '텅 빈 육체'로 '아무것도 품지 못한 생애'를 산다. 그러나 비어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그 육체 속에서는 맑은 '플루트 소리'가 난다. (김기택/시인)
      (중앙일보 2005년 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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