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최 영 철 숭숭 하늘 향해 솟은 나무 그늘에 서 있었다 곧고 푸른 지조가 만들어낸 텅 빈 육체에서 플륫 소리가 났다 위로 뻗어가느라 아무것도 품지 못한 생애가 한 번은 꽃 피고 한 번은 꽃 지고 싶다고 우수수 잎을 날려보냈다 나이를 숨기느라 마디진 등뼈 타고 초록을 물들이며 노랗게 솟는 대쪽의 亢進, 창공을 버티느라 굵어지지는 않고 다만 단단해진 울대가 무성한 잎을 떨어뜨렸다 위로 뻗기만 하는 삶을 받치려고 실타래처럼 엉킨 땅 아래 상념들 스산하게 흔들렸다 너 한 번 꽃 필 때마다 하늘 향한 가지 꺾이고 너 한 번 꽃 피려고 무너진 자리 우르르 몸 기댄 백로 제비꽃 와서 피었다. ---------------------------------------------- 대나무의 나이테는 허공이다. 살이 없으므로 비대생장(肥大生長)을 하지 않는다. 굵어지는 대신 돌탑 쌓듯이 마디마디 허공을 쌓으며 위로, 위로 항진한다. 그 '곧고 푸른 지조' 때문에 대나무는 '텅 빈 육체'로 '아무것도 품지 못한 생애'를 산다. 그러나 비어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그 육체 속에서는 맑은 '플루트 소리'가 난다. (김기택/시인) (중앙일보 2005년 1월 4일) --------------------------------------------- 【시집】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열음사, 1987 【산문집】 【어른을 위한 동화】
** 최영철(崔泳喆)은 1956년 12월 22일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젖먹이 때 부모님을 따라 부산으로 왔다. 부산의 범일동 산동네와 매축지, 부암동, 연지동, 양정동을 거치며 삼십 여년을 살았고, 1988년 여름에서 1990년 봄까지 아내 딸 아들과 함께 직장 때문에 서울 명륜동에서 살았다. 다시 부산으로 돌아와 양정동에서 살다 지금은 수령 오백년의 천연기념물 푸조나무와 곰솔이 지척인 부산 수영동의 작은 단독주택에서 소설가 조명숙과 함께 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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