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에는 참 별것에도 가슴이 뛰었다.
선거철이면 내 일처럼 후보를 응원하며 목이 쉬도록 외쳤고,
좋아하는 사람이 당선되면 내 일이 잘된 것처럼 기뻤다.
축구, 야구, 올림픽만 시작하면 밤을 새우는 것도 예사였다.
새벽까지 응원하다 다음날 하루 종일 비몽사몽이어도
그 피곤함마저 살아있다는 증거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어제도 한국과 멕시코 축구를 틀어놓고 보긴 봤다.
분명 빅매치였고, 예전 같으면 소리 지르고 손뼉 치며 봤을 경기인데
이제는 그저 축구니까 틀어놓고 본다.
이기면 좋은 거고,
지면 그런가 보다 하고,
가슴이 예전처럼 들끓지 않는다.
처음엔 이게 서글펐다.
‘내가 열정을 잃은 건가.’
‘내가 늙어서 무뎌진 건가.’
그런데 생각해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젊을 때는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아 세상 모든 일이 내 일 같았다면,
나이가 들수록 살아온 시간이 쌓여서
웬만한 일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열정이 사라진 게 아니라
흥분보다 담담함이 자리를 차지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몸만 늙는 게 아니다.
마음의 문도 조금씩 닫힌다.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게 귀찮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망설여지고,
무언가에 미쳐보는 일이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더 애써야 한다.
큰 열정이 아니라 작은 설렘 하나쯤은 남겨두려고.
친구들과 웃는 일,
한 번 더 여행 가는 일,
좋은 음악 한 곡 끝까지 들어보는 일,
누군가에게 전화 한 통 먼저 거는 일.
흥이 사라지는 것이 늙음이라면,
다시 조금이라도 웃고 설레려는 마음은
아직 늙지 않았다는 증거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오지만
마음까지 함께 문 닫을 필요는 없다.
우리 나이엔 거창한 열정보다
오늘 하루 괜찮았다,
그 한마디면 충분한지도 모른다
비오는 주말 상념에 젖어 구시렁 거리고 감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한솔아 (하남) 작성시간 26.06.20 가슴에 열정을 담아 다시한번 피워 보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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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경호 (경기 구리) 작성시간 26.06.20 나이가드니 흥을 못느낀다
전에 사랑방가면 음악소리와 동시에
나의 춤 흥이 일어났는데
지금은 안그려 흥 이 안나 ㅋㅋ -
답댓글 작성자박정옥(동대문) 작성시간 26.06.21 어? 경호가 얌전해져서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나도 그래 ᆢ
신나는 음악만 나오면 궁딩가 들썩거렸는데~ㅎ -
작성자박정옥(동대문) 작성시간 26.06.21 좋은것도 없고 안좋은것도 없고~ 여행도 힘있을때 즐거운거지 ᆢ그저 힘들면 만사귀찮다
기정씨의 글이 내맘과 똑같어^^ -
작성자이유준(서울 성북) 작성시간 26.06.21 재미보다 안전에 중점을 두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