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 무섬마을
국가민속문화재 제278호 전통마을의 품격
무섬마을 / 사진=한국관광공사 앙지뉴필름
이른 아침, 물안개가 내성천 수면 위로 피어오를 때쯤이면 이 마을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난다.
삼면을 강이 휘감아 도는 독특한 지형 덕에, 바깥에서 바라보면 육지 한가운데 섬처럼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수도리(水島里)라는 행정 지명이 이 마을의 정체를 이미 담고 있다.
물 위의 섬이라는 뜻으로, 예전에는 '물섬'이라 불리다 발음이 굳어져 '무섬'이 되었다.
면적 약 66만 9천㎡에 전통가옥 40여 동이 오밀조밀 남아 있으며, 그 중 30여 동이 조선 후기 양반 가옥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가을이 되면 이 마을은 또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과 내성천 물소리가 어우러지며, 오랜 세월 이 강 위를 오가던 외나무다리가 찾는 이들을 맞이한다.
내성천이 빚어낸 무섬마을의 역사와 지형
무섬마을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무섬마을(경상북도 영주시 문수면 무섬로 238-2 일원)은 내성천이 삼면을 휘돌아 흐르는 물돌이 지형의 전통마을이다.
강이 마을 전체를 끌어안듯 에워싸며 육지 속 섬처럼 보이는 형국은, 풍수상 매화낙지 혹은 연화부수 형국으로 예로부터 명당으로 꼽혔다. 내성천은 낙동강의 상류 지류로, 맑고 완만한 흐름이 특징이다.
조선시대에 형성된 이 마을은 조선 후기 사대부가를 중심으로 그 모습을 갖춰나갔으며,
2013년 8월 국가민속문화재 제278호로 지정되어 전통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공식 인정받았다.
마을 명칭 역시 행정리 명칭 수도리(水島里)의 우리말 발음에서 자연스럽게 굳어진 것이다.
40여 동 전통가옥과 외나무다리가 만드는 풍경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복현
마을 안에는 40여 동의 전통가옥이 남아 있으며, 이 중 김규진 가옥·김위진 가옥 등 9개 고택이 민속문화재(고택)로 지정되어 있다.
조선 후기 경북 북부 양반가의 특징을 간직한 가옥들이 즐비하며,
초가지붕과 까치구멍집 형태도 일부 남아 있어 마을 전체가 살아있는 건축사 교과서처럼 펼쳐진다.
마을 앞 내성천 위에는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다.
좁은 폭으로 한 줄씩 건너야 하는 이 다리는 서로 마주칠 때 양보와 배려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며, 그 자체가 하나의 체험이 된다.
내성천 물소리와 함께 다리를 건너는 순간은 무섬마을이 남기는 가장 인상적인 기억 중 하나다.
무섬외나무다리축제와 고택 체험
무섬마을 일몰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앙지뉴필름
매년 10월 초, 무섬마을 일원에서는 '영주 무섬외나무다리축제'가 열린다.
2025년에는 10월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개최되었으며, '흐르는 시간 위에 서다,
무섬마을'이라는 슬로건 아래 전통혼례 재연, 전통상여행렬, 외나무다리 퍼포먼스 등 마을 사람들의 일생을 입체적으로 재현했다.
영주시와 무섬마을보존회, 문수전통상여보존회가 주최·주관하는 이 축제는 지역의 전통생활사를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자리다.
축제가 아닌 시기에도 무섬문화촌과 일부 고택에서 전통한옥 숙박 및 다도·전통예절 체험을 운영하므로, 1박 2일 일정으로도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외나무다리 설치 기간과 방문 이용 안내
위에서 바라본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 사진=한국관광공사 앙지뉴필름
외나무다리는 여름철 홍수에 대비해 매년 10월에 설치하고 이듬해 5월에 철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방문 전 다리 설치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좋으며,
축제 기간인 10월 초에는 다리와 전통 행사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어 가장 풍성한 방문이 가능하다.
마을 내 전통문화체험 및 숙박 문의는 영주시청(054-639-6064)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주역에서 차량으로 약 15분 거리이며, 영주 시내에서 20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최신 버스 운행 여부는 영주여객 또는 영주시청에 사전 문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무섬마을은 단순히 오래된 마을이 아니라,
내성천이 빚어낸 독특한 지형과 조선 후기 건축 문화가 한 공간에 공존하는 살아있는 유산이다.
가을 들판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계절, 외나무다리 위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그 깊이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일상의 속도에서 벗어나 조선 시대 선비가 걸었던 그 길을 직접 걸어보고 싶다면,
단풍이 내려앉는 10월 무섬마을로 향해 내성천의 물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