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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 우리말

누보로망(Nouveau roman)

작성자나영호(바우솔)|작성시간16.05.13|조회수850 목록 댓글 0

누보로망이라는 말을 제일 먼저 사용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기는 어렵지만, 그 말의 기원이 된 앙티로망(anti-roman)이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사르트르(J. P. Sartre)이다 그는 1947년에 발표된 나탈리 사로트(N. Sarraute)의 『어느 미지인의 초상화』의 서문에서 그 책을 '앙티로망'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전통적인 소설을 거부한다는 '반소설'을 의미하기 위해 사용된 표현이데, 그 후 전통적인 소설을 거부하고자 하는 의도로 씌어진 일련의 소설을 '누보로망' '앙티로망' '시선학파' 등의 이름으로 언론 매체에서 부르게 되었고 그것을 나중에 작가들이 수용하면서 공식적인 이름이 되었다. 로브-그리예(Robbe-Grillet) 자신이 1953년부터 1963년 사이에 10년 동안 발표한 도전적이고 논쟁적인 글에서 20세기 중반에 1세기 전의 전통소설을 어떻게 쓸 수 있는가 반문하면서 '누보로망'을 써야 한다고 강변하고, 많은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불평하는 자신의 작품이 '누보로망'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1963년 자신의 산문집에 『누보로망을 위하여』라는 제목을 붙인다. 그는 이 책에서 '작중인물', '이야기', '인본주의', '사실주의' 등의 개념이 19세기적인 낡은 개념이라고 주장하고 전통소설에서 이야기로서 자연스런 내용이나 형식이 모두 20세기에는 자연스런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묘사하고 제시하고자 하는 노력이 소설의 반성을 가져왔고 그 결과 누보로망만이 새로운 인간조건과 세계의 모습을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공통의 선언도 없고 방법론도 없다. 누보로망 작가로 불리는 사람 각자의 작품들은 서로 어떤 유사성을 가지고 있지 않고 문체나 구성이나 인물의 공통점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 작품의 유일한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그 방법은 서로 다르지만, 세계와 인간조건에 대한 새로운 탐구로서의 소설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소설의 새로운 현실에 대한 탐구이다. 따라서 소설의 전통적 형식과 결별하고 소설문학의 방법과 내용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소설 속에서 추구되고 있는 소설을 누보로망이라 할 수 있다. 누보로망 특집을 제일 먼저 기획한 사람은 미셀 푸코로서 그는 1958년 『에스프리』 7월-8월호에서 누보로망 작가 리스트를 최초로 작성했다. 물론 그가 작성한 리스트에 들어간 사람도 자신이 누보로망 작가로 불리는 것을 거부한 사람도 있기 때문에 누가 누보로망 작가인지 확정짓는 것이 쉽지 않았다. 1971년 스리지 라 살에서 '누보로망,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는데, 그때 그 동안 각종 미디어에 누보로망 작가로 등장한 모든 작가들에게 스스로 누보로망 작가로 불리기를 원하는 지 앙케트를 실시한 결과 일곱 명의 작가가 여기에 동의함으로써 작가 리스트가 확정되었다. 즉 알랭 로브-그리예, 미셀 뷔토르, 나탈리 사로트, 클로드 시몽, 클로드 올리에, 로베르 팽제, 장 리카르두 등이다. 이들로 인해서 누보로망은 문학사에서 고유명사가 될 수 있었지만, 그들은 작가생활을 계속할수록 새로운 작품을 끊임없이 시도해야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이미 반세기 전에 초현실주의자에 의해 '후작 부인은 오후 5시에 외출하였다'와 같은 소설을 되풀이해서 쓸 수 없다고 선언한 이후 누보로망 작가들도 그 명제와 싸우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러한 누보로망의 정신은 현대소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소설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그래서 초기에는 그 전위적이고 전복적인 성격 때문에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전문 독자를 제외한 일반 독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기 시작하여 클로드 시몽이 노벨 문학상을 받은 뒤부터 현저하게 독자 감소현상에 직면한다. 누보로망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것은 그것이 이미 제도권에 들어감으로써 누보로망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소설적 반성을 주제로 다룬 작가를 든다면 이청준, 이인성, 최수철, 서정인 등을 꼽을 수 있지만, 누보로망이 고유명사라는 것을 상기하면 이들의 작품은 다른 이름으로 명명되어야 할 것이다.(김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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