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석의 욕설에 놀라고 화나고 상처받으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크게 놀라지도 화가 나지도 않습니다. 경솔하고 건방진 언행을 자주 보여왔기 때문에, 아 언젠가 이럴 거 같았다, 그런 느낌입니다.
그런데 오창석이 간혹 보이던 그 건방진 언행을 보며, 항상 떠올리게 되던 집단이 있습니다--기레기입니다. 왜 그들은 그런 건방짐과 오만함을 가지게 됐을까를 오래전부터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오창석을 보면 기레기가 겹쳐 보이던 때가 많았습니다. 왜일까요?
기자들, 적어도 정치부 기자들은 (그리고 오창석도) 직업과 직책상 그 직업에 있지 않은 사람보다 정치에 대한 정보가 더 많습니다. 다만, 그 정보를 남들이 가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더 중요한’ 정보인것은 아닙니다.
정보의 내용 그 자체만큼, 때로 정보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정보들을 연결하여 이해하고 큰 그림을 보고, 때로는 예측까지 하며 바른 행동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걸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 인문학적 소양입니다. 유시민씨가 자주 하는 게 있죠. 현 상황을 분석할 때 역사적으로 유사한 사례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전형적인 인문학적 소양의 활용이죠. 사회과학적 분석도 중요하지만, 정보의 조각들을 가지고 큰 그림을 그리는 데는 인문학적 소양—철학, 역사, 문학 등을 바탕으로 한 비판적 사고가 필수적입니다.
기레기들은 이걸 못합니다. 인문학적 소양을 못 갖췄으니 남들이 못 가진 정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착각을 하고, 그러니 자기들이 ‘남들보다 더 많이 안다,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태도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특권의식 선민의식에 가득 찬 기레기들이 생겨납니다. '너네가 뭘 아쟈'는 태도가 됩니다. 게다가, 직업상 그들의 말과 글이 여기저기 퍼지고 영향력이 있어 보이니 더 기고만장하게 됩니다. 이게 계속 발전하면, '중요한 문제를 당원 1인 1표제로 결정하면 안된다' 식의 논리가 됩니다.
오창석의 그간의 언행을 보면서, 얘는 기자가 됐으면 전형적인 기레기가 됐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의 욕설 사태를 보고 그다지 놀라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이럴 거 같더라 정도였습니다.
요즘 우리는 기레기들에게 쉽게 휘둘리지 않습니다.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기레기들은 사방천지에 있지만 그들 하나하나 이름도 대부분은 기억 못합니다. 다만, 시스템을 갖춰 언론개혁을 통해 깨부수면 된다고 믿습니다. 마찬가지로, 오창석으로 상징되는 친석계 패거리정치꾼들의 문제에 대해서도 분노하는 데‘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지 맙시다. 대신 큰 그림을 보고, 패거리정치가 민주당을, 나아가서 민주진영 전체를 파괴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들을 고민합시다.
그간 민주진영 전체를 위해 엄청난 노력과 공헌을 한 사람들을 멸칭으로 부르며 조롱하고 욕하는 자들, 자기 권한과 직책에 취해서 오만해지는 자들, 더럽게 배운 정치를 고쳐먹지 못하고 패거리질 갈라치기 선동질 하는 자들을 경계하고, 어떻게 당원과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이들을 막아내고 처단할지를 더 깊이 고민하는 데 우리 에너지를 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