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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다크토바코|작성시간26.05.04|조회수6,160 목록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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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mint | 작성시간 26.05.04 흥미를 단숨에 끄는 문장이네
  • 작성자윌리엄개쉑스피어 | 작성시간 26.05.04 나는 이 회사를 갈 때 자전거를 손 놓고 탄다.
    회사 도착하기 전에 내가 뒤졌으면 싶어서.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한강변 자전거 도로는 오전 여덟 시면 언제나 한산하다.
    아스팔트는 평평하고, 바람은 등을 밀어주고, 바퀴는 충실하게 굴러간다.
    나는 팔을 옆으로 늘어뜨린 채 눈을 가늘게 뜨고 강을 바라본다.
    죽어주지 않는 몸이 야속하다기보다는, 그냥 좀 — 웃기다. 이렇게 멀쩡하게 달리고 있는 내가.

    회사 이름은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즈’다. 이름에서 이미 모든 게 설명된다.
    나는 거기서 카피라이터로 일한다. 입사 전에는 그 단어가 꽤 그럴듯하게 들렸다.
    카피라이터. 뭔가를 쓰는 사람.
    하지만 실제로 내가 쓰는 것들은 이렇다.
    지금 바로 신청하세요. 한정 수량, 서두르세요. 당신의 삶이 달라집니다.
    나는 하루에 이런 문장을 열다섯 개쯤 만들고, 팀장은 그걸 보며 “좀 더 임팩트 있게”라고 말하고, 나는 다시 쓴다.
  • 답댓글 작성자윌리엄개쉑스피어 | 작성시간 26.05.04 오늘은 건강기능식품 배너 카피 마감이다.
    자전거가 천천히 멈춰 선다. 나는 핸들을 다시 잡고, 헬멧 끈을 조이고, 가방을 어깨에 맨다.
    회사 건물이 저 앞에 보인다. 유리 외벽에 아침 햇빛이 반사되어 번쩍인다. 나는 잠깐 그 빛을 바라보다가 — 핸드폰을 꺼낸다. 메모 앱을 연다.

    아무것도 쓰지 않는다.
    그냥 빈 화면을 본다. 흰 여백. 아무 말도 없는 공간.
    이 회사에 입사하기 전, 내가 쓰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름 없이 살다 간 것들에 대한 문장들.
    그 문장들이 지금도 어딘가에 있긴 할까. 내 안에. 먼지 속에 묻혀서.
  • 답댓글 작성자윌리엄개쉑스피어 | 작성시간 26.05.04
    “선배, 왔어요?”
    건물 입구에서 은지가 손을 흔든다. 밝고 성실하고 아직 눈이 살아있는 얼굴.
    “응.”
    나는 핸드폰을 집어넣고 자전거를 거치대에 건다. 자물쇠를 채우고, 계단을 오르고, 유리문을 밀고 들어간다.
    냉방이 세다. 언제나처럼.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켜면서 나는 생각한다. 내일은 손을 더 오래 놓아봐야겠다고. 남산 터널 지나기 전까지만. 그리고 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 그때는 그냥 점심에 제육볶음이나 먹어야겠다고.
    살아있는 몸은 배가 고프니까.
  • 답댓글 작성자Game of Thrones | 작성시간 26.05.04 윌리엄개쉑스피어 제육은 맛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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