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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수요일 -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작성자빠드레 라파엘|작성시간22.03.03|조회수242 목록 댓글 0

+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재의 수요일 강론>

 

찬미예수님~ 오늘 온 가톨릭 교회는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는 사순시기를 시작합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머리에 재를 얹고, 단식을 하며, 그렇게 모은 재화를 어려운 이웃과 나누며 자선을 실천하게 되는데, 이 세 가지는 구약시대부터 내려온 대표적인 회개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온 교회가 회개의 삶에 동참하니, 평소 빼꼼이 열렸던 천국문이 사순시기가 되면 활짝 열린다고 믿기에, 진짜 열심한 구교 신자들은 자신의 마지막 때가 사순시기이기를 희망하곤 합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사순시기, 단순히 이마에 재를 얹는 것으로 끝나지 말고, 이 예식이 상징하는 회개가 삶 속에서 끊임없이 열매 맺게 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들의 그 삶의 열매는 먼저 우리 죄로 멍든 예수님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으며, 연옥영혼들을 위한 천국문을 여는 힘이될 수 있고, 또 교황님 말씀처럼, 전쟁의 불꽃을 끄는 은총의 장맛비를 뿌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를 기억하며, 우리 마음을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합시다.

 

유아세례자인 저는 중고등학교 시절 과학을 배우며, 신앙에 깊은 회의가 왔었습니다. 교회에서 분명 하느님이 인간을 흙에서 창조했다 배웠는데, 과학 선생님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창세기에 하느님이 아담을 만드시는 과정을 적고 있는데, 그럼 그 과정을 지켜보며 창세기를 쓴 사람은 누구인가 하는 고민이 시작된 겁니다. 신학자들은 그렇게 설명을 하지요. 창세기는 있는 그대로를 보고 옮긴 과학 다큐가 아니라 이스라엘 민족의 신앙고백을 담은 신앙의 책이다! 즉, 온 천하를 다 가진 것 같은 인간도 불과 백년을 살지 못하고 죽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며, 사람이 흙에서 왔구나, 멀쩡하게 살아 움직이던 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것을 보며, 숨을 불어 넣어주신 하느님이 계심을 고백한 것이다! 창세기는 창조과정에 대한 사실 전달이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진실, 그 믿음에 대한 고백이란 것이지요. 우리가 하느님께로부터 와서, 하느님께로 돌아간다는 우리 존재의 근원에 대한 답이었던 겁니다.

 

저는 이런 창세기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오늘 우리가 이마에 얹는 재의 의미도 새롭게 해석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늘을 펄펄 나는 연을 떠 올려 보도록 합시다. 그 연은 맘껏 하늘을 날아 다니지만, 실로 연결되어 있기에, 언젠가는 다시 연의 실을 잡고 있는 사람에게로 되돌아갑니다. 그렇지만, 어쩌다 실이 끊어진 연은 어디로 날아가 어디에 쑤서 박히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운명을 맞게 되지요. 우리가 재의 수요일에 이마에 재를 얹는 것! 이것은 바로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 그 실을 잡고 계신 분이 우리에게 실로 신호를 보내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제아무리 하느님과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제 멋대로 세상의 바람을 타며 살아가고 있지만, 마치 실이 없는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살아가곤 하지만, 실을 당겨 주시는 분의 손짓을 통해, 우리는 돌아갈 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실이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로구나! 그 실의 존재를 안다면, 아무리 유혹의 바람이 세도, 그 실이 끊어질 정도로 멀리 떠나가지 않도록,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하느님과 연결되어 있는 세상으로 날려진 연들 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이라는 하늘에서, 유혹이라는 바람이 너무 재밌어서 밑에 연결된 실의 존재를 잊고, 더 멀리 날아가 위태위태한 연처럼 말입니다. 오늘 재 얹는 예식을 통해, 그 실을 다시금 확인하는 날이 되고, 그 실을 당기시는 하느님의 손짓에 성실히 응답하며, 주님과 멀어진 거리를 조금 더 좁혀나갈 수 있는 사순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특별히 그 실이 끊어져 전쟁의 폭풍 속에서 곤두박질 치고 있는 연들에 대해 교황님이 걱정하셨습니다. 그 폭풍이 하루 빨리 멎을 수 있기를 희망하며, 우리의 기도와 자선, 단식을 또한 잘 봉헌하는 때가 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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