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중(鳥類中) 최고의 덕목을 가지고 있다 하여, 묵객(墨客)의 시서화(詩書畵)의 단골 메뉴인 학(鶴)은, 수려(秀麗)한 모습과 생활습관으로 예로부터 군자(君子)의 벗으로 알려져 있고, 학 하면 첫 번째로 장수(長壽)를 떠올리게 되는데, 십장생(十長生) 중 사슴, 거북과 함께 동물 장수 베스트 3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선과 벗하는 영물인 ‘학’ ▶
특히, 십장생 식물대표 소나무와 함께 잘 그려지는데, 어떤 시서화에서 본 창송만고청(蒼松萬古靑)이요, 현학천년수(玄鶴千年壽)라는 시구(詩句)가 생각난다.
학은 또 아무 나무에 앉지 않고, 송백류(松柏類)나 매화등(梅花等) 고고(孤高)한 나무에만 앉아, 다른 잡조(雜鳥)들과 섞이지 않으려 하여 품위를 지킨다고 한다.
또한 학은 의(義)가 있어 배우자(配偶者)가 죽으면 재혼하지 않는다는데, 시서(時畵)에 쌍학(雙鶴) 그림이 많지만, 단학(單鶴)의 그림도 보이는 것은 학의 절개(節槪)를 상징(象徵)하는 것이다.
또한, 문(文)을 가지고 있기에, 옛 문반관료(文班官僚)의 관복(官服)에는, 당상관(當上官) 이상(以上)은 흉배쌍학(胸背雙鶴), 당상관 이하는 흉배단학(胸背單鶴)의 그림을 그려 넣었다. 무반(武班)은 물론 호랑이 그림이고---
민족의 대관산(大遦産) 고려청자에는, 학과 구름이 상감(象嵌)된 작품이 많은데, 대표적인 것으로 상감청자운학문(象嵌靑磁雲鶴紋) 매병(梅甁 위가 불룩한 자기 병)과, 주병(酒甁 아래가 불룩한 자기 병)을 TV프로 진품명품(珍品名品) 시간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 당상관 이상의 관복에 ‘흉배쌍학’
선비들이 즐기던 거문고는 학과 연관이 있는데, 왕산악이 처음 거문고를 만들어 연주(演奏)하자, 현학(玄鶴검은 학)이 와서 학무(鶴舞)를 추었고, 이에 악기 이름을 현금(玄琴)이라 하였는데,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거문고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군자들이 가장 즐긴다는 어란팔경(於蘭八景) 중, 第一이 노송무학(老松舞鶴)으로 되어 있으며, 군자들이 가장 꺼리는 살풍경 중에 분금자학(焚琴煮鶴)이 나오는데, 선비들의 벗 거문고를 태워서 학을 삶는다면, 정말 살풍경(殺風景) 중에 살풍경 일 것이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기타 살풍경을 소개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청천탁족 (淸泉濯足) 맑은 샘물에 발 씻는 짓.
화상건군 (花上乾裙) 꽃 위에 치마 말리는 짓.
배산기루 (背山起樓) 뒷산에 나무를 베고 집 짓는 짓.
송하갈도 (松下喝道) 높은 관료가 소나무 밑 지나며
길 비키라 소리치는 짓.
대화상다 (對花嘗茶) 아름다운 가인(佳人) 앞에서
술이 아니고 차만 마시는 짓. 거문고 ▶
화전충화 (花田衝火) 꽃 밭에 불 지르는 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