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장애인전도협회 사역
정용균 / 부장협사역목사
<2년 전에 한국장애인선교단체총연합회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소식지에 싣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2년이 지난 지금에 게재되었습니다. 그 소식지에 안 실려 <평등과 참여>에 게재하기도 했는데, 그것을 다시 여기에 옮겨 싣습니다. 제가 어떤 마음으로 사역을 감당하는지 담으려고 했습니다.>
Q1. 먼저, 부산장애인전도협회 설립 배경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1987년 8월에 지금은 돌아가신 김동식 목사가 한국장애인전도협회를 시작했는데, 장애인 선교에 관심을 가진 남동우 목사(현재 사랑의교회 장애인복지관 관장)가 부산에서 올라와 김동식 목사를 만나 서로가 가진 장애인 선교의 비전을 나누면서 1989년 9월에 부산장애인전도협회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남동우 목사와 이진욱 전도사를 거쳐 2012년 9월부터 지금까지 제가 부산장애인전도협회를 맡아서 섬기고 있습니다.
Q1-1. 부산장애인전도협회 설립 배경이 되는 성경 말씀이 있습니까?
아무래도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행1:8)고 하는 말씀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땅의 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하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땅끝은 어디인가요? 우리의 관심이 미치지 않는 곳, 우리의 사랑이 미치지 못하는 곳, 그곳이 지금 우리가 가야 할 ‘땅의 끝’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장애인은 이 시대의 땅끝이 될 수 있습니다. 흔히 하는 말이지만, 장애인은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복음 전파의 대상입니다. 요즘 제가 사역을 하면서 마음에 품게 되는 말씀은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12:15)고 하는 말씀입니다. 저는 이 말씀을 따라 사역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그 가운데 장애인들과 삶과 신앙을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그곳에 곧 하나님 나라가 임한다고 믿습니다.
Q2. 부산장애인전도협회에서는 어떠한 사역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특별히 중점이 되는 사역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따로 위탁(수탁)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으기보다는 찾아가는 사역을 합니다. 장애인을 찾아가 함께 교제하고, 상담하고, 기도하고, 예배합니다. 그리고 때마다 그들의 필요를 채우는 일을 합니다. 우리의 사역을 소개하며 가끔 제가 장애인과 먹고 노는 것이 우리의 일입니다, 말하곤 하는데, 그것은 우리 사역 중심에 교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중심으로 사역을 해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무엇보다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물론 캠프나 나들이 같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2년째 진행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평소 우리가 만나는 장애인이 150여 명 됩니다.
Q3. 부산장애인전도협회 사역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한 가지 들려주세요.
위에서 말씀을 드렸듯이, 우리는 평소에 장애인들을 찾아가 교제를 나눕니다. 그것이 주로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재경 씨(56세)가 생각납니다. 재경 씨는 온종일 누워 지내는 전신마비 장애인이었습니다. 부산에 내려와 가장 먼저 심방했던 곳이 아마 재경 씨 집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머니가 알려주는 대로 집을 찾아가다가 헤매던 일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때 재경 씨가 참 좋아했습니다. 오빠 같아 좋다고 했습니다. 말을 잘 들어 주어 좋다고 했습니다. 매일같이 전화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머니에게 야단도 자주 맞았지요, 저를 너무 귀찮게 한다고. 저는 괜찮으니 언제든 전화하라고 했고요. 재경 씨는 노래하는 것을 참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좋은날풍경의 박보영 씨와 함께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를 성냥갑 같은 재경 씨의 그 좁은 방에서 여러 차례 열었습니다. 재경 씨는 그 시간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지난해입니다. 김장김치 나눔을 하면서 재경 씨 집을 먼저 찾았는데, 재경 씨가 입원했다고 했습니다. 병문안을 하고 싶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이라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퇴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그의 집을 찾았습니다. 산소호흡기를 하고 힘겹게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참 초췌해 보였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그는 우리를 알아보고 눈빛으로 인사를 하였고, 그의 애창곡인 ‘죄짐 맡은 우리 구주’를 부르자고 하니 작은 소리로 따라 불렀습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는 그 다음 날 다시 입원을 하였고, 며칠 후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는 이 일을 통해 우리 사역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힘들고 어려워도 이 일을 계속하리라 다짐합니다.
Q4. 장애인 사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처음 부산 내려와 사역을 감당할 때에 한 장애인이 제게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외연이나 프로그램에 매이지 말고 장애인 선교의 본질을 붙들고 사역해주면 좋겠습니다.” 어떤 장애인은 이런 말도 했습니다. “한국교회는 속도와 효율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장애인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 교회가 이제 효율, 크기... 이런 것을 내려놓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장애인선교단체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이제 우리가 한 사람의 중요성을 깨달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누구는 복지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을 하지만, 저는 한 사람의 중요성을 알아 그 사람의 욕구와 필요가 무엇인지 그것에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저는 중요한 것은 크기가 아니라고 믿습니다. 언젠가 겨자씨 비유를 가지고 설교하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문제는 사이즈가 아닙니다. 크기가 아닙니다. 우람한 나무가 아니어도 그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이즈에 집착하는 순간,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본래의 뜻을 잃게 됩니다. 우람한 나무만이 그늘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푸성귀에 불과한 겨자풀도, 함께 숲을 이루면, 울창한 숲 못지않게 새들이 날아와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새들은 그것을 보고 찾아오는 것입니다.”
Q5. 부산장애인전도협회 기도제목은 무엇입니까?
어떤 형편에서도 주님께서 허락하신 사역을 성령의 능력과 지혜로 잘 감당해나가면 좋겠습니다. 그 속에서 장애인들과 복음의 귀한 교제를 이뤄나가면 좋겠습니다. 복음 안에서 그들을 아름답게 세워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장애인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1층이나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이사하면 좋겠습니다. 사무실이 2층에 있습니다. 장애인의 접근이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모순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올 수 있는 곳으로 이사를 하고 싶습니다.
부산장애인전도협회를 책임지고 사역하는 정용균 목사와 강미란 간사(제 아내입니다. 간사라고 명명했지만, 보수 없이 돕고 있습니다.)가 영육 간에 강건하여 장애인을 더욱 잘 섬겨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