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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식당 예절 어떻습니까?

작성자다산|작성시간13.07.23|조회수100 목록 댓글 0

당신의 식당 예절 어떻습니까?

 

정작 필요한 것을 학교에서 배우는 경우는 드물어서, 이를 테면 진짜 배우자를 고르는 법이나 가게에서 바가지 쓰지 않는 법 따위는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다. 코사인 탄젠트와 집합과 행렬은 정작 중요한 신용카드 할부 수수료 계산에는 써먹을 일도 없으며, 십 몇 년을 배운 영어도 배낭여행 중에 마음에 드는 영국 처녀를 꼬드기는 데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도 알 것이다.

 

당연하다. 뭔가 쓸모 있는 걸 가르치면 큰일 나는 줄 아는 데가 학교이기 때문이다. 한 끼 식사의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의 배분과 열량은 배우지만 정말로 중요한 식사 예절에 대해서는 가르쳐주지 않는다(요즘은 가르치는지 모르지만, 내 딸아이가 입을 벌리고 밥알을 씹는 걸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그런 건 가정교육이지, 학교에서 가르치는 게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다. 그렇지만, 갈비집이나 감자탕집에서 애들을 몰아넣고 따로 놀게 만든 놀이방이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에서 그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공항에서 남들이 보든 말든 큰소리로 떠들고 (심지어 옆에 줄을 서있는 유색인종들에게서 냄새가 난다고 불평하면서) 공항 직원에게 반말로 좋은 자리 내놓으라고 떠드는 어른들이 집에서 무슨 밥상머리 교육을 하겠는가.

 

하려고 해도 그들도 모르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우리들 몸에서는 마늘 냄새가 난다는 걸 잊어버리면 안 된다. 게다가 우리도 버젓한 ‘유색인종’이라는 것도 상기하자. 꼭 육이오만 상기하는 건 아니다.

 

얘기가 다른 데로 흘렀다. 어쨌든,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식당 예절과 식탁 예절은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식당 예절이라니까, 조금 헷갈릴 분도 있겠다. 그건 ‘남의 집에 갈 때 지켜야 할 예절’을 의미한다. 내 돈 내고 내 멋대로 굴어도 되는 건 룸살롱밖에 없다.

 

거기서 개차반으로 논다고 뭐랄 사람 없다. 그런데 식당도 남의 집이라는 걸 종종 잊는 것 같다. 우선 들어설 때부터 몹시 화가 나있는 분들이 많다. 이 집이 어떤 집인가, 관상을 보는 선을 넘어 아주 못마땅한 집달리 같은 표정을 짓는다. 엄숙한 것과 화가 난 듯한 것은 다르다.

 

좀 웃으면 좋겠지만, 그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주머니 속에 떡이라도 넣어둔 것처럼 양손을 푹 찌르고 화가 난 것처럼 보인다. 남의 집에 가서 화난 표정을 지을 때는 빚 받으러 갈 때 외에는 없지 않을까.

 

맛있는 음식 먹으러 와서 화를 낼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고는, 예약했느냐고 묻는 직원에게 무뚝뚝하거나 퉁명하게 말하는 것도 화가 난 듯한 상황의 연속이다. 그저 자기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 된다. 그런데, 두 눈을 마주치기는 고사하고 직원이 마치 없는 듯, 고개를 돌려 홀을 훑어본다.

 

위생점검 나온 공무원도 아닌데,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보이는데도 말이다. 뒤늦게 와서 일행을 찾는 사람들의 무례함도 기억해둘 만하다. 먼저 온 일행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안내를 받으면 되는데도, 직원을 휙 돌아서 홀로 직행한다.

 

어떤 경우는 룸까지 일일이 열어본다. 우리 식당이 룸살롱이 아니길 천만다행이다. 호텔에서 일하는 지인들은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안내해 주겠다는 직원도 무시한 채 온갖 룸들을 다 열어보고는 이렇게 멋쩍어하는 경우가 있었다.

 

“어? 여기 고구려 호텔 아니었어?”

 

손님들은 장차 밥값을 내거나 낼 예정이지만, 그렇다고 식당에 와서 직원들을 무시할 권리가 있는 건 아니다. 더구나 홀에서 그들 때문에 기분 나빠할 사람들도 결국은 손님들이다.

한국 사람들이 성질이 아주 급한 건 사실이다. 서양에서는 보통 음식이 서빙되는 간격을 7~12분 정도로 잡는다. 한국은 그랬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진다. 5분 이내에 요리가 당도해야 한다. 빨리 먹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절약한 10여 분의 시간은 정말로 가치 있는 것일까.

 

서버들은 숨을 헐떡이고, 요리사들도 요리의 완성도를 살필 정신도 없이 접시에 담기 바쁘다. 이유를 막론하고 ‘컴플레인’이 나오는 건 그다지 환영 받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질이 얼마나 급하냐 하면, 손을 들어 서버를 호출할 때 눈이 마주쳐서 간다는 의사 표시를 해도, 30초 안에 당도하지 않으면 다시 손을 들고 재촉을 한다. 식당은 다중이 이용한다. 어느 광고 문구처럼, ‘나는 소중하니까’이기 때문인 걸까. 당신이 소중한 건 다 알지만 다른 손님도 식당 쪽에서는 다 소중하다.

 

서빙을 하다 말고 달려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집요하게 재촉을 하는 건, 로마시대 황제나 룸살롱에서 밤의 황제 말고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빵을 포크로 찍어 먹거나(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는 돈 벌었으면 식탁 예절 공익광고 좀 해라. 한국의 아이들은 당신네 업소에서 처음 포크 나이프질을 배운다), 이탈리아 식당에서 저녁시간에 버터를 달라고 하는 건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

 

기술이나 소소한 예절은 모를 수도 있다. 손으로 스테이크를 찢어 먹는 원시인을 타박할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그러나 그가 식당 종업원에게 반말을 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사람들은 분명히 한마디 할 것이다.

 

“어이구, 못배워먹은 원시인 같으니라구!”

 

추신: 식당 여직원의 엉덩이를 쓰다듬고, 따로 만나자고 하는 분들, 식당 안에 폐쇄회로 화면이 있다는 것도 알아두시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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