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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야기

아들 곁으로

작성자경아네|작성시간19.01.08|조회수90 목록 댓글 0


아들 곁으로



나는 유치원 졸업을 앞둔 일곱 살 아들과 둘이 살았다.

일찍 이혼하고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살았다.

한데 아빠 될 준비가 부족해서였을까, 돌아보니 아이에게 상처만 주었다.


나  또한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일찍 이혼해 홀어머니 곁에서 외롭게 자랐다.

그래서 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그럼에도 내가 어린 시절 겪었던 외로움과 불안감을 아이에게 똑같이 주고 말았다.


이곳에 온 날 아침, 나는 구속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여느 때처럼 일어나 아이 유치원 보낼 준비를 하고 아침밥을 차려 주었다.

등원 버스 타러 가는 길에 왠지 마음이 이상했다.

긴 이별을 할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게  뽀뽀하고 버스에 올라 손 흔든 아이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그 후 지금까지 아이를 안아 주지 못했다.


이곳에 오자 눈앞이 캄캄했다.

머릿속엔 아이 생각뿐이었다.

지금은 어머니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

아빠가 인사도 없이 사라져 얼마나 불안했을까?

내 잘못으로 인해 뒤바뀐 환경.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힘들 것이다.


유치원 졸업식이 열렸으나 나는 아이 곁에 있어 주지 못했다.

홀로 참석한 어머니는 손자에게 말했다.

할머니가 깜빡하고 꽃을 못 사 왔어. 미안해.”


그러자 아이가 답했다.

“괜찮아. 추우니까 얼른 집에 가자.”


얼마나 쓸쓸했을까.

할머니 걱정까지 하는 아이 생각에 가슴이 무너졌다.

초등학교 입학식도 아이에겐 외로운 추억으로 남았다.


시간이 흘러 봄이 되자 아이가 어머니와 함께 접견을 왔다.

나는 면회 내내 창 너머에 있는 아이를 안아 줄 수도, 손잡아 줄 수도 없었다.

그저 눈물만 흘렸다.


나는 편지를 썼다.

“사랑하는 아들, 아빠가 이곳에 있어 깜짝 놀랐지?

우선 미안하다는 말부터 해야겠구나.

아빠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어서 벌을 받으러 왔어.

아빠 대신 사랑하는 할머니가 옆에 있잖아.

할머니 말 잘 듣고 씩씩하게 지내면 아빠 금방 갈 거야.

아빠가 보고 싶을 때는 기도하렴. 그럼 한결 괜찮아질 거야.

아빠는 늘 아들 마음속에 있어. 너는 소중하다는 걸 늘 기억하렴.”


아이는 면회 와서 울기만 했다.

가기 전에는 몇 번씩 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

나도 눈물 흘리며 자책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나는 평생 이 시간을 잊지 못하리라.’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나는 잘못을 인정하고 모든 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 그릇된 행동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이곳에 있는 시간이 내게 다시 주어진 기회라고 생각한다.

말투도 고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한 달에 한 번씩 면회 오는 아이가 여름 방학 땐 매주 찾아왔다.

한번은 아이가 물었다.

아빠, 여기서도 아이스크림 먹어요?”


내 생활이 궁금해서인지 아니면 더운 날씨에 걱정되어 물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이곳에 오면 안 된다는 것만큼은 알려 주고 싶어 말했다.


“여긴 슈퍼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못 먹는 힘든 곳이야.

아들은 아이스크림을 사러 슈퍼에 갈 수 있지만 여긴 그런 자유가 없어.

나쁜 마음으로 살면 행복을 누리지 못해.

그러니까 우리 아들도 친구들이랑 싸우거나 거짓말하지 말고

바른 마음으로 지내야 하는 거야.”


이제는 면회 때 아이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기도 한다.

하지만 돌아서면 여전히 슬프다.

아이는 매일같이 나를 생각하며 기도한단다.

나도 다짐했다.

다시는 아이와 이별하지 않겠노라고.

아이를 위해 이 시간을 성실히 보내는 것이 내 첫 번째 목표다.

오늘도 아들 곁으로 돌아가는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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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생각 사람들 - 새벽햇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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