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는 맨날 잠만 자네."
수업 시간마다 엎드려 자는 학생.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의지가 없는 거야."
"요즘 애들은 너무 나약해."
하지만 어느 새벽,
그 학생을 몰래 따라간 담임 선생님은
끝내 골목길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매일 교실에서 자는 학생
서울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
2학년 5반 담임,
박서연 선생님은 요즘 한 학생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이름은 강태준.
조용했고,
친구도 많지 않았다.
문제는 늘 수업 시간에 잔다는 것이었다.
국어 시간에도,
영어 시간에도,
심지어 체육 시간 설명할 때도
태준은 꾸벅꾸벅 졸았다.
처음엔 단순히 피곤한 줄 알았다.
하지만 점점 심해졌다.
어느 날은 아예 책상에 엎드린 채
일어나지도 않았다.
결국 선생님이 화를 냈다.
"강태준!
너 도대체 밤에 뭐 하길래 맨날 자는 거야?"
교실이 조용해졌다.
태준은 천천히 일어나 작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게 끝이었다.
변명도 없었다.
오히려 그 모습이
서연 선생님을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며칠 뒤,
학부모 상담 연락을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집 전화도 받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었다.
태준은 또 졸고 있었다.
서연 선생님은 결국 크게 말했다.
"너 이럴 거면 학교 왜 다니니?"
순간,
태준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였다.
그날 밤,
서연 선생님은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다음 날 새벽,
직접 태준 집 근처로 가 보기로 했다.
'도대체 왜 저렇게 사는 걸까.'
새벽 4시 30분.
아직 어두운 골목이었다.
그런데 멀리서 누군가
무거운 상자를 들고 뛰어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온 순간,
서연 선생님은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강태준이었다.
얇은 패딩 하나만 입은 채,
우유 상자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하나, 둘...
아홉 집 남았다..."
거친 숨소리.
얼어붙은 손.
태준은 새벽 아파트 단지를 뛰어다니며
우유 배달을 하고 있었다.
서연 선생님은 몰래 뒤따라갔다.
배달이 끝난 건 아침 6시쯤이었다.
태준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를 사고,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선생님은 놀라서 따라갔다.
병실 안에는
마른 중년 여성이 누워 있었다.
태준 엄마였다.
태준은 조심스럽게 죽을 떠먹여 드렸다.
"엄마.
오늘은 좀 어때?"
엄마는 억지로 웃었다.
"우리 아들 학교 가야지...
피곤하겠다."
태준은 웃으며 말했다.
"안 피곤해.
나 체력 좋아."
하지만 그 얼굴은
누가 봐도 지쳐 있었다.
엄마가 잠든 뒤,
태준은 병실 복도 의자에 앉아
잠깐 눈을 붙였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서연 선생님 눈에서 눈물이 터졌다.
자기가 게으르다고 생각했던 학생이,
새벽마다 세상을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학교에서.
태준은 또 졸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서연 선생님은 조용히 자기 외투를 벗어
태준 어깨에 덮어 주었다.
아이들이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수업이 끝난 뒤,
선생님은 태준을 불렀다.
"...왜 말 안 했어."
태준은 잠시 멈칫했다.
"뭘요?"
"새벽에 우유 배달하는 거."
순간,
태준 얼굴이 굳었다.
"...죄송합니다."
또 그 말이었다.
서연 선생님은 울먹이며 말했다.
"그런 걸 왜 혼자 버티니."
태준은 한참 말이 없었다.
그리고 작게 말했다.
"...엄마 병원비 밀리면
치료 못 받으니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선생님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태준은 계속 말했다.
"아빠는 몇 년 전에 나갔고...
엄마 혼자 저 키우셨거든요."
"..."
"엄마는 제가 공부 잘해서
대학 가는 게 꿈이라는데...
전 그냥 엄마 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
서연 선생님은 결국 고개를 돌려 울었다.
그날 이후,
학교는 조용히 태준을 도왔다.
급식비 지원,
장학금,
병원 연계 지원까지.
하지만 태준은 끝까지
우유 배달을 그만두지 않았다.
"엄마 약값은 제가 벌어야 마음 편해요."
겨울이 끝나갈 무렵.
태준 엄마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장.
태준은 끝까지 울지 않았다.
그저 엄마 영정사진 앞에서
작게 말했다.
"엄마...
나 졸업할 때까지만 더 기다리지..."
그 순간,
장례식장에 있던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모두 울음을 터뜨렸다.
몇 년 후.
서연 선생님은 대학생이 된 태준에게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선생님.
저 이제 새벽에 안 일어나도 돼요.
근데 아직도 수업 시간만 되면 졸려요.
그때 선생님 외투 덮어 주셨던 거,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서연 선생님은 한참 동안
휴대폰을 붙잡고 울었다.
세상에는
게으른 사람이 아니라,
너무 일찍 철든 아이들이 있다.
우리는 가끔,
그 아이들의 피곤함을 함부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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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누군가를 바라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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