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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문화순례] 책이 삶이 되는 모든 순간, 땡땡책협동조합과 함께!

작성자경아네|작성시간14.05.02|조회수46 목록 댓글 0

 

[문화순례]

책이 삶이 되는 모든 순간, 땡땡책협동조합과 함께!

 

두 독서 모임을 통해 본 땡땡책만의 특별한 책 읽기

 

 

 

“저희 모임에는 입회 조건이 있습니다.”

 

'땡땡책협동조합'에 대해 알아보면서 조합원이 운영하는 독서 모임 중 하나인 ‘논어 읽는 엄마’를 참관하고 싶어 전화했더니, 운영자인 오승주씨는 이렇게 말했다. “논어의 ‘논’자도 몰라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그에 충분히 부합하는 조건을 가진 덕에, 지난 2월 20일 오전 10시 반, 아이쿱자연드림생협 서울 중랑구 신내점 회의실에서 열린 이 모임에 참석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부터 격주 단위로 진행돼 6회째를 맞은 이 자리에는, 아이쿱의 공지를 통해 참여한 생협 조합원 ‘엄마’ 7명이 와 있었다.

 

“7명이 읽으면 7개의 시각으로 보여요”

 

오씨는 “2주간 무슨 일들 있으셨어요?”라는 질문부터 던졌다. 돌아가며 시어머니 다친 얘기, 딸아이 감기 걸린 얘기, 남편 수술한 얘기 등이 쏟아졌다. 그러는 중 오묘하게도 나름의 교훈이 도출된다. 건강이나 좋은 상황을 장담하는 말, 즉 ‘입찬소리’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수다만 떨다 끝난 모임은 물론 아니었다. 논어 중 ‘공야장’ 부분을 함께 읽는데 빙고와 비슷한 게임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습해 온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각자 ‘베스트’로 꼽는 구절을 읽으면, 그와 같은 구절을 꼽은 사람 수대로 점수를 매기는 식이다.

 

자공이 “남이 저에게 하기를 바라지 않는 것은 저도 남에게 하지 않겠다”고 하자 공자가 “그건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는 구절(子貢曰, “我不欲人之加諸我也 吾亦欲無加諸人” 子曰, “賜也 非爾所及也”)을 읽은 한 참석자는 이와 연결지어서 며칠 전 아는 사람에게 화를 내고 찜찜했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비슷한 경험들이 추가된다. 오씨는 그 구절의 앞뒤 맥락을 설명하긴 했지만 단일한 해석을 정답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이 모임에 대해 한 참석자는 “혼자 책을 읽으면 1개의 해석만 나오는데, 7명이 함께 읽으니 마치 카메라를 여러 대 놓고 찍듯이 다른 시각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삶의 가장 작은 이야기가 가진 힘

 

오씨는 “왜 엄마들하고 논어를 읽는가?”라는 질문에 “제가 제주도 출신인데, 성산포 앞바다를 보면 처음부터 높고 거세게 오는 파도보다 낮은 데서 시작한 파도의 힘이 훨씬 세다”는 답을 했다. 동양철학을 공부하는 그에게 ‘삶의 가장 작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가장 큰 도움이 된다는 뜻의 설명이었다.

 

“우리의 목표는 책은 미리 읽어오되 모임에서는 그걸 전제로 수다만 떠는 경지에 이르는 것입니다. 10회째쯤 되면 가능할 것 같아요!” 오씨의 밝은 전망 제시와 함께 모임은 마무리됐다.

같은 날 저녁 7시, 서울 성산동 ‘교육공동체 벗’ 공간 한 켠의 땡땡책협동조합 '아지트'에서는 또 다른 독서모임이 열렸다. ‘노동운동 책읽기’라는 주제의 모임으로, 이 날은 앞으로 어떤 책을 읽을지 정하기 위한 첫 자리였다.

 

‘논어읽는 엄마’ 모임이 조합원이 외부에 개설한 방계 모임이라면 이 모임은 땡땡책협동조합이 직접 주관하는 '기획 독서회'에 해당한다. 그러다보니 조합의 전유미, 기호철 두 상근자를 비롯해 초기부터 참여해 온 조합원들이 주를 이뤘다.

 

 

 

‘책’보다는 ‘삶’에 방점 찍힌 협동조합

 

그 중에 한 명, 이 날 처음 찾아온 ‘신입’이 있었다. “문 앞에서 두드릴까 말까 한참 망설였다”는 그는 최근 회사에 사표를 내고 시간 여유가 생겨서 참석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자 “여기는 사표 쓴 사람들 모이는 곳인가 봐요”라는 반응이 나왔다. 참석자 중 최근 직장을 그만둔 이가 둘이나 더 있기 때문이다.

그에 해당한다는 조합원은 “출판사에 다니며 노사 갈등을 경험했는데, 우리 사장님만 문제일까 하고 살펴보니 다른 데도 비슷했다”면서 “노동자를 대하는 고용주의 태도는 본질적으로 똑같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독서회의 주제를 '노동운동'으로 제안한 주인공이도 한데, “땡땡책협동조합이 아니었으면 이 주제를 제안할 엄두를 못 냈을 것 같다”면서 “같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이에 각자 일터에서 경험한 얘기들을 털어놓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노동운동에 대한 책 중 어떤 것을 읽고 싶은지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졌다.

 

오전과 오후, 두 독서모임의 공통점은, '책을 읽어내자'는 목표를 강조하기보다는 '책을 중심으로 삶의 이야기를 나누자'는 쪽이었다는 것이었다. 전유미씨는 “땡땡책은 ‘책’보다는 ‘삶’에 방점이 찍힌 협동조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책을 펴내는 출판사들을 ‘친구출판사’로 삼아 연대하고(조합원은 친구출판사의 책을 75% 가격에 살 수 있다), 좋은 책을 읽는 독서 모임을 열고, 뜻이 모이면 함께 책을 펴내기도 하는 등, 땡땡책의 모든 활동은 ‘책’을 키워드로 하지만 진짜 주제는 ‘삶’이라는 것이다. “책은 결국 우리 삶에 대한 것이잖아요?”

 

‘건강한 노동’으로 만들어야 진짜 ‘좋은 책’

 

 

 

조합의 정관 목표는 이렇게 정리돼 있다. “우리는 함께 책 읽기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고 이웃과 연대하며 자율과 자치를 추구하는 독서 공동체로, 건강한 노동으로 책을 만들고 합당한 방식으로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간다.”

 

‘건강한 노동’이라는 말이 들어간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책을 그 자체로만 보지 않고, 그 책을 만든 노동자와 그 삶까지 생각하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책을 내더라도 민주적 운영과 합당한 배분구조 등 ‘건강한 노동’을 담보하지 않으면 ‘친구출판사’로 삼지 않는다는 원칙도 가지고 있다.

 

“협동조합이 커져서 친구출판사의 운영에 도움이 되는 단계가 된다면, 친구출판사가 되고 싶은 출판사들이 스스로의 운영과 배분 구조를 자체 점검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요?”

 

 

2013년 4월 페이스북 그룹으로 시작돼 같은 해 8월 발기인 모임, 10월 창립총회를 가진 이 협동조합은 조합원 130여명, 친구출판사 15곳으로 착실히 커가고 있지만 스스로는 ‘실험 단계’로 규정한다.

 

개인적 행위로 인식되는 책읽기를 어떻게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행위로 바꿔갈 것인지, 창립 멤버들 스스로도 잘 몰랐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협동조합기본법이라는 틀이 잘 맞는지도 아직 결론내지 못 했다. 대표(이사장)를 뽑지 않았고 설립신고도 하지 않은 이유다.

 

피해갈 수 없는 또 다른 문제는, 아직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한 수익구조를 갖추지 못 했다는 것이다. 좋은 책을 안정적인 독자층과 만나게 해 주는 도서 직거래 사업을 구상 중이긴 한데 오는 3월 15일 조합원 총회가 지나 봐야 구체적인 그림이 나올 듯하다고.

 

책을 책답게 읽기, ‘다른 삶’은 가능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협동조합에는 남다른 동력이 있다. 소문을 듣고 제 발로 찾아와 가입하는 사람들, 전국 곳곳에서 26~27개의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조합원들, 소책자를 기획했는데 번듯한 책을 만들어 버릴 만큼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재능기부자들 등으로 인해 이 협동조합 소식을 전하는 SNS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이에 대해 전씨는 “그만큼 우리가 사람에, 만남에 굶주려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회사 다니기 위해 태어난 건 아닌데, 남들 흉내 내면서 살고 싶지 않은데, 굴레에서 빠져나오고 싶은데, 이런 생각은 있지만 혼자서는 뭘 할지 몰랐던 사람들이 책을 중심으로 모이고 있는 것이라고 봐요. 사람들을 만나고, 자기를 드러내고, 공통의 관심사를 같은 책을 읽으며 확인하고, 그 공감을 다른 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다르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인 거죠.”

 

‘노동운동 책읽기’ 첫 모임은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창비)를 시작으로 ‘나, 여성노동자’(그린비)와 ‘사라진 정치의 장소들’(천권의책)을 읽기로 의견이 모이면서 끝이 났다. “만만치 않은 책들”이라는 푸념도 있었지만 기대가 더 커 보였다. 이 모임을 통해 나누고픈 이야기, 듣고 싶은 이야기들이 잔뜩 있는 듯했다. 누구의 강요도 없이 스스로 모였으니 그럴 만도 한데, 그럼에도 여전히 익숙지 않은 풍경인 것도 사실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책으로 삶을 성찰하려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공부하기 위해, 일하고 성공하기 위해 할 수 없이 읽거나, 혹은 삶에서 도피하기 위한 책을 주로 읽는 보통 사람들에게 이 협동조합의 이야기는 유난히 낯설지 않을까.

 

그와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더 기대해 보고 싶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책을 책답게 읽는 일이 결국 우리의 삶을 다르게 해 줄 수 있다고, 땡땡책의 행보가 증명해 주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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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세원(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홍보팀장)

사진 / 이우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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