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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글판 2024년 봄편, 김선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작성자스티그마|작성시간24.03.05|조회수155 목록 댓글 0

광화문글판 2024년 봄편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 김선우 시집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문학과지성사, 2007

○ 이번 광화문글판 봄편은 김선우 시인의 시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에서 가져왔다.

 

○ 이번 문안은 오랜 노력으로 결실을 얻는 누군가를 지켜보며 진심으로 축하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시적 표현으로 담았다. 새 봄을 맞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격려를 전하기도 한다.

 

○ 김선우 시인은 1996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첫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이후 시와 소설을 가리지 않고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발견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인 김선우는 1970년생으로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고 강원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6년 계간지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대관령 옛길> 등 열 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2004년 제49회 <현대문학상>과 2007년 제9회 <천상병시상> 등을 수상했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는 2007년 세 번째 시집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문학과지성사)에 실린 동명의 시이다.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과 '도화 아래 잠들다'를 발표했던 그는 생태학적 상상력과 생명력을 잠재한 여성성이 만나는 새로운 여성시로 각광을 받았다. 문학평론가 신형철 씨는 "그녀의 시집은 아마도 자신이 꽃임을 잊어버린 이 시대의 슬픈 여성들에게 바쳐질 것"이라고 평했다.

2000년 첫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2002년 두번째 시집 '도화 아래 잠들다', 2012년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2016년 시집 '녹턴'을 펴냈다. 최근 2021년 8월 시집 '내 따스한 유령들'(창비)를 발간했다. 그의 여섯 번째 시집이다. 최승희의 삶을 다룬 '나는 춤이다'와 '캔들 플라워', '물의 연인들', '발원' 등 소설을 썼다. 그밖에 산문집 '물 밑에 달이 열릴 때', '김선우의 사물들' 등과 동화 '바리공주'를 발간했다.

 

○ 디자인은 아이가 화분을 소중하게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이다. 화분에서는 연둣빛 꽃줄기가 세상을 향해 조금씩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아이의 마음속에 있는 진심 어린 축하와 애정이 느껴지는 듯하다.

 

○ 교보생명 관계자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서로를 향한 따뜻한 관심과 응원"이라며 "생명력과 희망이 꿈틀대는 봄을 맞아 서로 격려하지는 의미에서 이번 문안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 김선우는 자연을 몸 밖의 외부로 인식하지 않는다. 자연은 그의 몸속에서 뭉클한 농도로 살아 꿈틀거리고 야생의 숨결을 토해낸다. 이러한 야생성은 그녀가 일상의 체험에서 빨아들여 그녀의 몸 속에서 새롭게 잉태된 또 하나의 우주가 되는 여성성의 신비로운 힘의 근원이 된다.

 

○ 그림도 노래의 선율도 수려한 이 짧은 시를 따라가면 시인은 세상의 미쳐 날뛰는 것을 보지 않고 다른 것을 본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마치 처음 보는 일처럼 꽃 피는 것을 놀라워하는 존재로서 말이다. 어떤 나무가 컴컴하고 허접한 쓰레기 같은 땅 한쪽 뿌리 깊은 곳에서부터 꽃 줄기를 거쳐 마침내 비바람 치는 공중으로 환하게 꽃을 밀어 올리는 것까지를 보는 것이다. 거기에 생명이 거듭나는 장면을 보는 "이다지도 떨리"는 마음은 있는 거고, 아울러 몸이 열리는 과정을 알고 있는 고통의 학습자가 있는 거다. 꽃 피는 일이란 꽃이 항상 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는 것도.

 

몸 하나는 협소한 것이 아니다.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 사랑에 쓸 수 있고, 그리고 기어코 그 사랑의 정념을 뒤집는 데까지 간다.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몸을 나누고 섞는 방식이라는 듯이 무명의 존재들이 '꽃의 몸'에서 겹쳐지는 바로 그 지점까지. 그리고 마음은 피는 꽃뿐만 아니라 다른, 피지 못한 꽃과 피어야 할 꽃까지 기억하는 것이다.

 

이 지지부진한 삶 밖으로 한 걸음이라도 내딛으려 치면 자, 여길 보세요. 이런 시간에도 내가 무엇에 어떤 고락에 뜨거워질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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