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글판 2024년 가을편
<자화상>
윤동주, 자화상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자화상 /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광화문글판이 가을을 맞아 응원을 전하는 메시지로 112번째 옷을 갈아입었다.
윤동주 시인의 시 '자화상' 일부 싯구다.
○ 윤 시인은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돼 1945년 2월 스물여덟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시대의 아픔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성찰한 민족 시인이자 서정 시인으로, 짧은 생애에도 '서시', '별 헤는 밤', '자화상' 등 여전히 심금을 울리는 작품들을 다수 남겼다.
○ 이번 문안은 “자기 성찰을 통해 희망을 노래한 윤동주 시인처럼, 고단한 현실에 처해 있더라도 더 나은 내일을 꿈꾸자는 의미를 담았다.” 또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를 갖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 광화문글판 가을편의 글씨체와 배경 등 디자인은 대학생 공모전을 통해 결정되었다.
이번 광화문글판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엔 331개의 작품이 출품돼 총 7점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 대상 수상자인 홍산하(추계예술대·21)씨는 “'자화상'에서 느껴지는 잔잔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형상화했다. 또 우물에 떨어진 낙엽이 만들어내는 물결은 문안이 사람들에게 위안으로 퍼져 나가는 모습을 의미한다.”고 디자인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 “광화문글판은 천마디 말보다 더 큰 힘이 있다”며 “광화문 광장을 오가는 많은 이들이게 위로와 위안을 안기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 이번 광화문글판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에는 총 331개의 작품이 출품돼 열띤 경쟁을 벌였다. 교보생명은 대학교수, 디자이너 등의 공정한 심사를 거쳐 대상, 우수상, 장려상 등 총 7점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 윤동주의 시 <자화상>을 보면 아무리 미워도 버릴 수 없는 나 자신을 떠올리게 된다.
우물 속의 사나이는 마치거울처럼 나의 결점과 약점을 적나라하게 비추어주지만, 동시에 그 사나이를 버릴 수 없는 이유는 그가 곧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갈등과 고민 속에서 자기 자신과 싸우게 된다.
때로는 미워하고, 때로는 이해하려 애쓰지만, 결국 그 사나이를 버릴 수는 없다.
그 사나이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이 결국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성장하는 길임을 깨닫게 된다.
윤동주의 <자화상>은 바로 그러한 우리 모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윤동주의 시 <자화상>은 한 사나이가 자신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의 미묘한 흐름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시는 단순한 자화상이 아닌, 자신을 투영하는 사나이의 모습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깊이 탐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가 살면서 종종 마주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감정들, 때로는 미움, 연민, 그리고 그리움까지, 이 모든 것이 얽혀 있는 모습이 참으로 현실적이고, 또한 마음을 깊게 울린다.
시의 시작에서 사나이는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간다.
이 장면은 마치 우리 인생에서 고독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순간을 상징하는 듯하다.
아무도 없는 외딴 곳, 그곳에서 자기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우물은 고요한 내면세계를 상징한다.
그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쳐지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다.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사나이가 있다.
이 사나이는 바로 자신이다.
그가 바라보는 우물 속 풍경은 곧 그의 내면을 비추고 있다.
여기서 나는 그가 우물 속 사나이를 바라보며 느꼈을 혼란과 갈등을 상상해보았다.
사나이는 자신을 보면서 미워지기도 하고, 가엾기도 하며, 그리워지기도 한다.
이 미묘한 감정 변화는 마치 거울 속 자신의 모습과 마주할 때, 우리가 종종 느끼는 복잡한 심정과 닮아 있다.
처음에는 미움이 느껴진다.
이는 아마도 우리가 자신의 부족한 점이나 약점을 직면했을 때, 그로 인해 느끼는 자괴감과 비슷한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미움이 연민으로 변하고, 다시금 돌아보게 되면 그리움으로 바뀐다. 이는 우리가 스스로를 미워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모순된 마음을 담고 있다.
이 사나이를 통해 윤동주는 인간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또한 사나이의 이러한 감정 변화는 인간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결같지 않음을 암시한다.
우리는 항상 변하고, 그에 따라 우리 자신을 보는 시각도 끊임없이 변한다.
미움, 연민, 그리움, 이 모든 감정이 얽히고설켜 결국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형성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우물 속 사나이를 추억처럼 존재하는 인물로 묘사한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는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며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가 과거의 자신을 회상할 때 느끼는 감정은 항상 혼재되어 있다.
그리움과 동시에 안타까움, 그리고 때로는 후회가 교차한다.
하지만 윤동주는 이 복잡한 감정을 단순한 문장 속에 담아내며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자화상>은 단순히 자신의 모습을 그려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이 시를 읽고 나면, 나 또한 가끔씩 우물 속을 들여다보며 내 안의 사나이와 마주하고 싶어진다.
그 사나이는 내가 미워하기도, 가엾게 여기기도, 그리고 그리워하기도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윤동주는 이 시를 통해 우리에게 자기 성찰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며, 우리 내면의 사나이와의 대화를 통해 성장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