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모영 묵상노트] 요한복음 6장과 신학의 만남3/
요한복음 6장 8절-9절 그것이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되겠사옵나이까
8 제자 중 하나 곧 시몬 베드로의 형제 안드레가 예수께 여짜오되 9 여기 한 아이가 있어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있나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되겠사옵나이까
우리는 바로 앞에서 예수님께서 제자 빌립더러 “우리가 어디서 떡을 사서 이 사람들을 먹이겠는가?”라고 묻자, 이들 무리를 먹이기 위해서는 200데나리온, 지금의 돈으로 대략 환산을 해서 2천만 원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그가 한다. 빌립은 이렇게 이성적인 평가를 통하여 답변을 하는 반면, 여기 보는 안드레는 주님께서 “가서 보라”는 말씀(막 6:38)에 따라 아마 군중 속으로 달려가 누가 떡을 가졌는가를 살폈나보다. 그리고 어린 아이가 ‘보리떡 다섯 개’(πέντε ἄρτους κριθίνους)와 ‘물고기 두 마리’(δύο ὀψάρια)를 가지고 있다는 보고를 주님께 하였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보리떡은 가난한 사람들의 양식으로, 아이가 가져온 것으로 보아 그리 클 것 같지도 않고, 또한 물고기 역시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멸치(small fish) 정도의 것이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그런데 안드레는 이것을 주님께 보고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요한은 이 떡과 물고기의 출처를 ‘어린 아이’(παιδάριον)였다고 분명히 밝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안드레는 여기 우리가 제목으로 삼은 것과 같이, “그러나 그것이 이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되겠사옵나이까”라고 하여, 매우 절망적일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이 많은 무리를 먹일 수 있는 어떤 방안도 강구될 수 없다는 푸념을 늘어놓은 것처럼 여겨진다. 흔히 우리들이 하는 말로, “헤, 주님 아무리 찾아봐도 이것밖에 없으니, 헛빵(?)입니다.”라고 했을 것 같다.
그리고 여기 아이는 그의 점심을 안드레에게 선뜻 내어놓았는지, 아니면 제자들이 그냥 가져갔는지 성경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침묵을 하고 있지만, 어쨌든 4복음서 중 유일하게 요한복음에서만 이 오병이어(五餠二魚)를 제공한 자가 바로 어린 아이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요한은 왜 이렇게 어린 아이가 제공한 것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을까? 당시 어린 아이는 여자들과 함께 수(數)에도 들지 않는 어쩌면 하찮은 존재였을 것이다. 이처럼 당시 상황을 이해한다면, 요한이 어린 아이를 밝히고 있는 것은 의미가 분명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즉, 그것은 주님께서 이적(기적)을 베푸심에 대한 권능을 분명히 알리고, 더 나아가 주님의 주님 되심에 대한 복음의 진수를 분명히 밝히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앞으로 다 살펴보면 분명해지겠지만, 이 오병이어 사건을 살핌에 있어 제자들의 모습은 주님께서 생각하시는 것과는 매우 달랐다고 평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빌립은 물론 이거니와, 여기 안드레 역시 요한 사도가 앞으로 밝힐 복음의 진수와 달리,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주님의 권능은 빌립과 같이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니 그의 입에서는 “그러나 그것이 이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되겠사옵나이까”(ἀλλὰ ταῦτα τί ἐστιν εἰς τοσούτους ?)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ἀλλὰ)…. 우리는 종종 무엇에 대한 기대를 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는 “그러나”라는 말을 붙이곤 한다. 말 그대로 못 믿겠다는 것이며, 결과에 대한 회의감을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다. 이것은 믿음이 아닌 것이며, 주님은 제자들의 믿음 없음을 보시고 이것을 이 사건을 통하여 깨트리시고자 하신다. 그렇다면 우리는? 안드레의 “그러나”가 우리의 “그러나”로 이어지지는 않는가? “그러나” 대신에 “그럼에도”라는 말을 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