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모영 묵상노트] 요한복음 6장과 신학의 만남7
요한복음 6장 22절-25절
랍비여 언제 여기 오셨나이까?
22 이튿날 바다 건너편에 서 있던 무리가 배 한 척 외에 다른 배가 거기 없는 것과 또 어제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그 배에 오르지 아니하시고 제자들만 가는 것을 보았더니
23 (그러나 디베랴에서 배들이 주께서 축사하신 후 여럿이 떡 먹던 그 곳에 가까이 왔더라)
24 무리가 거기에 예수도 안 계시고 제자들도 없음을 보고 곧 배들을 타고 예수를 찾으러 가버나움으로 가서
25 바다 건너편에서 만나 랍비여 언제 여기 오셨나이까 하니
오병이어의 기적, 그리고 자연의 이치를 넘어서 물 위를 걸으신 예수님의 주님 되심이 우리가 바로 앞 절까지 살펴본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놀라운 사건과 주님의 주님 되심을 기술한 요한은 이제 무리들이 주님을 다시 찾아서 몰려오는 장면을 기록하고 있다.
22절은 오병이어의 기적이 있고 난 다음날에 떡 먹던 곳 반대편에 서 있던 무리들이 그곳에 배 한척밖에 거기 없는 것을 보았다. 이 배는 떡 먹던 곳에서 무리를 보내시며,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배를 타고 건너편 가버나움으로 가라고 한 배였기에, 아직도 무리들은 주님께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이루신 그곳에 계시리라 믿고 디베랴에서 이곳으로 다시 몰려 온 것이다. 그런데 24절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곳에 당도한 무리는 예수님은 물론 제자들도 없음을 보고, 다시 가버나움으로 배를 몰아 예수님을 찾아 나선 것이다. 참으로 열심이 특심하다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대단한 열정을 지닌 무리들이라 평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드디어 가버나움에서 주님을 만났다. 물론 주님께서 배를 타고 가시지 않은 것도 짐작을 하고 있었고, 분명히 이곳에 계실 것이 아니라 그 반대편 떡 먹던 곳에 계시리라 생각했지만 그들의 생각과 달리 어쨌든 이곳에서 그들이 그렇게 찾아 나섰던 주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주님을 만나면서, 그들에게서 나온 말이 바로 “랍비여 언제 여기 오셨나이까”(Ῥαββί, πότε ὧδε γέγονας ?)이다.
우리가 이 말을 단순히 읽으면, 마치 주님을 만나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아니 그렇게 인사를 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요한 사도가 이곳에서 이 말을 기록한 것은, 앞으로 전개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생명의 양식에 대한 무리들의 오해와 그 진실을 분명히 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도입부임을 깨달아야 한다. 즉, 무리들은 다음 우리가 볼 성경 구절에서 잘 드러나지만,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키신 주님을 임금으로 삼으면 먹을 것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지금 당하고 있는 로마의 지배로부터 해방을 하게 될 모세와 같은 선지자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들은 “선생님, 언제 여기까지 오셨나요”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사도 요한은 예수님은 단순히 육신의 양식인 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신 분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언제 여기 오셨나이까?”라는 질문에서 보듯이, 주님의 권능은 무리들이 생각하는 것을 훨씬 넘어, 하늘로부터 받은 것임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다. 이 말씀을 우리에게 적용해 본다면, 우리가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 “주님 언제 여기 오셨나이까?” “제가 매우 주님을 찾았습니다.” “왜냐하면 주님은 나의 필요를 모두 채워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나의 육신의 안위를 위하여 주님이 필요합니다.”
만약 우리가 주님을 만나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바로 이 정도라면, 지금 주님을 만나기 위하여 열심을 다하여 가버나움으로 온 무리와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결국 이 정도의 수준에서 주님을 바라게 되면, 우리는 이미 성경을 통해서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가장 초라하게, 무력하게 십자가에 달리시는 주님을 볼 때, 모두 실망하고 심지어 저주하며 간 그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지금, “랍비여 언제 여기 오셨나이까?” 이 말씀 앞에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