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모영 묵상노트] 요한복음 6장과 신학의 만남18
요한복음 6장 61절-62절
이 말이 너희에게 걸림이 되느냐?
61 예수께서 스스로 제자들이 이 말씀에 대하여 수군거리는 줄 아시고 이르시되 이 말이 너희에게 걸림이 되느냐
62 그러면 너희는 인자가 이전에 있던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본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우리는 바로 앞에서 주님께서 하신 말씀에 대하여 따르는 많은 무리는 물론 제자들의 반응도 살폈다. 그 결과 많은 무리와 제자들이 주님께서 하신 말씀에 대하여 “이 말씀은 어렵도다”, “누가 들을 수 있느냐”라고 반문하며 수군거렸고, 이 모습을 보신 주님께서는 먼저 61절 후반 절에 “이 말이 너희에게 걸림이 되느냐?”(Τοῦτο ὑμᾶς σκανδαλίζει ?)라고 묻고 계신다. 그런데 여기 “걸림이 되느냐?”라는 σκανδαλίζει(skandalizei) 단어는 감정이 상하다, 불쾌하다, 거슬리다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 말이 너희에게 걸림이 되느냐?”는 말씀을 달리 표현하면 “불쾌하냐?” “화나게 했냐?”(KJB, NIV, Living Bible), 또는 너희의 생각에 “거슬리는가?”라는 물음이다. 참고로 마태복음에서는 이 말이 “죄를 짓게 하다”는 의미로도 종종 사용되었다(마 5:29-30, 18:7-9).
사실 많은 이들은 주님을 정치적 메시아로 보았기 때문에, 참된 복음을 말씀하심에도 불구하고 그 복음 앞에 선 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욕망을 앞세워 스스로 실망을 자초함은 물론, 주님의 말씀에 대하여 이처럼 수군거리며 걸림이 된 것이다. 바울 사도는 십자가에 달리신 메시아가 유대인들에게 “걸림”이 된다고 하였으며(고전 1:23), 62절은 인자의 승천 역시 걸림이 된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주님의 영화는 주님의 천상적 권위를 입증하는 것이며, 주님의 약함 속에서 십자가의 달림은 또한 주님의 능력 안에서 다시 일어나신 것이다(고전 15:43).
특히 62절의 말씀에 대해서는 몇 가지 해석이 있는데, (1) 예수님의 십자가에 못 박히심, 그리고 승천하실 때에 더욱 예수님을 저버리게 될 것이라는 것, (2) 예수님의 속죄에 대한 말씀이 피와 살로써 설명될 때에도 그들이 깨닫지 못했다면, 하물며 승천하셔서 그의 속죄를 영적으로 이루시며 나타내실 때에는 더욱 깨닫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 (3) 예수님께서 죽었다가 다시 사셔서 승천하실 때에는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 이유는 속죄 신앙의 효과는 주님의 승천 때에 확실히 성립되고야 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많은 무리들과 일부 제자들에게 있어서, 주님의 살과 피는 구원에 이르는 영원한 생명을 위한 양식이며, 이 살과 “피를 먹고 마심”(믿음)으로 인하여 주님과 함께 거한다(연합 및 교제)는 주님의 말씀은 걸림이 되었다. 말하자면 그들에게는 이 말씀이 이해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믿을 수 있는 믿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과정이야 어떠하든, 이들에게는 복음의 비밀이 열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가운데 이들에게 걸림이 된 것은, 주님의 말씀에 대하여 스스로 자신의 생각과 달라서 거슬릴 정도로 걸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 우리는 비록 여기 두 절만 살펴보았지만, 이 말씀 속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인지 좀 더 상고해보자. 비록 이들 무리와 제자들은 주님의 말씀에 대하여 걸림이 되어, 결국은 주님을 떠나고 마는 결과를 곧 볼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걸림이, 곧 이들이 복음 되신 주님을 떠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복음은 복음이며 진리는 진리인 것이다. 혹시 주님의 말씀 앞에서 내 생각과 다르기 때문에 거슬린다는 생각을 해 보지는 않았는지? 사실 진정한 복음은 때로는 달콤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섭게 우리의 죄를 지적하고 하나님의 심판을 드러내실 때에 혹 우리는 이 말씀이 걸림이 되는 것은 아닌지? 복음은 우리의 마음을 찢고 또 싸매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호세아 선지자가 말씀한 바와 같이, “오라 우리가 여호와께로 돌아가자 여호와께서 우리를 찢으셨으나 도로 낫게 하실 것이요 우리를 치셨으나 싸매 주실 것임이라”(호 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