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은 원장을 떠나보내고> ②
송길원 /예수시대 동인, 청란교회 목사
슬픔에 깊이가 있듯 장례에는 길이가 있다. 한국의 장례는 2박 3일에 고정되어 있다. 어찌 장례가 2박 3일에 끝날 수 있을까? 땅에 시신을 묻는 순간 장례는 끝났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의 장례는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박상은장로의 장례가 그랬다. 이혜경권사가 보내온 편지다.
"지난 1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나 모르겠습니다.
주일 오후 예배드리고 남편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이 세상에 살면서 가장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베트남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구하고 다음 날 아침에 도착해서 영사관에서 서류 작성 후 여러 절차를 진행했고 사고 현장 답사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화장하고 서류 받고 유골함을 받아서 내가 걸치려고 가져갔던 스카프에 싸서 내 품에 안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세상에 와서 엄마 품에 안겼을 텐데 마지막에는 내 품에 안겨서 돌아가게 되는 과정이 긴 하루에 다 일어날 수가 있더라구요.
남들이 ‘꿀단지’처럼 보겠다며 조크했는데.... 사실 그는 ‘My honey’, 내겐 뺏기지 않고 계속 안고 싶은 꿀단지가 맞았어요. 생활습관의학회 회장으로 평소 건강 관리에 최선을 다한 남편이라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우리와 다르기에 남편을 홀연히 데려가셨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곳에서
건강하고 열정적으로 활동할 때
가장 아름다울 때
가장 온전할 때 마지막을 드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완전한 헌신은 자신의 마지막을 드리는 것이라고 하시고 아프간에서 순교하셨던 배형규 목사님의 주치의로서 남편도 선교지에서 그렇게 하나님께 갔습니다."
사람은 세 번 죽는다고 한다. 관속에 들어갈 때 그는 망자(亡者)가 된다. 이어 땅에 묻혀 고인(故人)이 된다. 마지막으로 기억 속에서 잊혀질 때 영원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 모두는 기억에서 그가 사라질 때까지 그를 떠올리고 그의 삶을 그리워할 것이다.
세상에는 ‘산 자 같으나 죽은 자’가 있고 ‘죽은 자인데도 살아있는 자’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고(故)’를 붙이지 못하고 여전히 ‘박상은장로’로 부르고 있다.
나는 지금도 그가 마지막 신었던 저 신발을 신고 가운을 걸친 채 청진기를 목에 걸고 나에게 다가올 것 같은 환상에 젖어들곤 한다.
※ 아직도 박상은이란 바보의사를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해 하이패밀리는 일주일간 장례식장을 그대로 존치하기로 했다. 그의 장례는 이래서 여전히 진행형이다. 국화꽃 전시 대신 메모리얼 테이블과 병풍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병원장례식장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