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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시대 동인 소식

116만의 구독자 <셜록 현준이 K-바이블을 찾아오다> ②

작성자스티그마|작성시간24.01.10|조회수87 목록 댓글 0

116만의 구독자
<셜록 현준이 K-바이블을 찾아오다>

송길원 / 예수시대 동인, 하이패밀리 대표

중국 철학자 구양수(歐陽修)가 말했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로마 황제들이 그랬다. 달력에 자신들의 이름을 남기려고 무진장 노력했다. 하지만 율리우스(7월:Julius)와 아우구스투스(8월:Augustus)만이 성공하였다.
이름만이 아니다. 묘지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려고 애쓴다. 거의 발광수준이다. 로마 인근의 아피아 가도(Via Appia Antica)를 보라. 남쪽의 항구도시 브린디시까지 이어진 길은 무려 560km에 달한다. 도로 양편에 직육면체 석조물이 있다. 2~5미터 크기로 세워져 있다. 죽어서도 자기를 기억해 달라는 거다. 사는 것에 배고프고 힘없던 민초들은 이런 무덤을 만들 수 없었다. 평토장(平土葬)과 지하 공동묘지가 이들의 안식처가 된다.

베트남 전쟁은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무려 57,939명(후에 58,320으로 추가) 이나 되었다. 그러나 숫자는 역사의 연대기처럼 잘 기억되지 않는다. 무덤덤이다. 셜록 현준은 이 지점을 예리하게 포착해 낸다. 낮은 데서 높은 데로, 높은 데서 다시 낮아지는... 그 ‘수많은 희생을 공간적’으로 느끼게 한다는 거다. 그 수많은 희생 위에 내가 누리는 평화가 들숨 날숨으로 다가온다. 숨가파진다. 공간의 미학, 아니 신경건축학이 있다.

하이패밀리의 K-바이블은 옹벽에 세워졌다. 6770장의 스텐레스 강판에 150만 자의 성경이 새겨졌다. 성경이 새겨지면서 성경에 실명으로 등장하는 2930명의 이름이 또렷이 박힌다. 나는 안다. 사람을 모아 놓으면 삶이 되고 삶을 펼쳐 놓으면 사람이 된다는 것을. 베트남 메모리얼이나 K-바이블은 둘 다 삶과 죽음의 나침판이 되어 순례자들을 부르고 있다. 이 스피릿이 담긴 베트남 메모리얼이 60년대 대지예술(land art)의 대표작으로 피어났다. 반세기를 넘어 K-바이블은 21세기의 대지예술로 빛났다.
29세의 젊은 나이에 죽은 시인 기형도(1969-89)를 문학평론가 김현(1942-90)은 이렇게 기린다.
“그(기형도)의 육체는 그의 육체를 기억하는 사람의 머릿속에 환영처럼, 그림자처럼 존재한다. 실제로 없다는 점에서, 그의 육체는 부재이지만, 머릿속에 살아있다는 의미에서, 그의 육체는 현존이다. 말장난 같지만, 죽은 사람의 육체는 부재하는 현존이며, 현존하는 부재이다.
그러나 그의 육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다 사라져 없어져 버릴 때, 죽은 사람은 다시 죽는다.”
그러고 보니 파라오를 비롯해 수많은 영웅과 귀족들조차 ‘다시’ 죽어 사라졌지만 저들은 우리의 머릿속에 살아있다. 그들은 죽지 않았다. 나도 죽지 않을 것이다.
나의 이름을 새겨 기억해 주시는 주님이 계셔서다.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라.”(눅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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