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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시대 동인 소식

서안 여행 (2024.5.6-13)

작성자스티그마|작성시간24.05.16|조회수38 목록 댓글 0

서안 여행 (2024.5.6-13)

이광호 / 예수시대 동인, 실로암교회 은퇴목사.

지난 20여년 동안 서안(西安)을 여러차례 방문했다. 세미나를 인도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었다. 그 기회를 통해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방문할 때마다 짬을 내어 수천 년간 내려온 역사적 흔적들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세미나중 비는 시간을 이용해 병마용과 시내의 대당불야성 거리, 대안탑, 소안탑, 곡강지, 비림(碑林) 부근을 거닐었다. 8세기 초엽 당나라 시대에 세워진 이슬람 사원 청진사(淸眞寺)와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인 경교와 도교를 비롯한 토속 종교적 형편을 살펴보는 기회도 가졌다.

어떤 경우에는 멀리 돈황(敦煌)을 방문하기도 하고 삼국지를 떠올리며 남쪽의 한중(漢中)을 찾아가기도 했다. 고려시대 한반도에 이슬람(회교)을 전파한 닝샤 회족 자치구의 인촨을 방문하기도 했다.

또한 청장(靑藏)열차가 개통된 후에는 해발 3,700미터가 넘는 티벳 라싸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때 티벳 불교의 특성을 가까이 접하며 현장공부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티벳은 여전히 저들의 고유 문자와 종족문화를 보존하고 있었다.

허드슨 테일러(Hudson Tailor)는 19세기 중반 이후 반세기 동안 중국 내륙 깊숙한 지역을 여행하며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했다. 성경을 가슴에 품고 진리를 위해 극심한 역경을 이겨낸 믿음의 선배들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났다. 안일한 삶에 익숙한 나의 모습을 반성적으로 되돌아보게 된다.

이번 여행길(2024.5.6-13)은 아내와 함께 해 여유가 있었다. 성내(城內)의 종루, 고루와 주변의 중앙 상업지구 및 여행자들의 거리를 기웃거리며 살펴보았다. 그리고 14세기 말 명나라 때 축성한 14km 정도의 거대한 성곽 위를 걸으며 옛정취를 느끼기도 했다.

병마용은 20년 전과 비교해 볼 때 주변환경이 많이 변해 있었다. 려산(驪山) 언저리 지하에 묻힌 다양한 석상들을 보며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추구한 진시황제(晋始皇帝)의 욕망과 그 신하들의 노예적 형편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시진핑의 고향 섬서성 푸핑을 지나 고원지대를 넘어 산시성과 경계를 이룬 황하 호구폭포(Hokou Fall)에 갔다. 산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를 밑에서 쳐다 보는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라 계곡 아래로 쏟아지는 거대한 물을 내려다 보는 특이한 경관이 새로웠다.

이번 서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화산(華山 2,155m) 등정이었다. 새벽 선생 부부와 우리 부부가 거의 다섯 시간을 산행하며 2천 미터가 넘는 서봉, 남봉, 동봉, 북봉을 차례로 오르내렸다. 십여년 전 겨울에 올랐던 삭막한 화산과 달리 울창한 나무숲들과 파란 하늘이, 산을 가득 메운 거대한 바위숲들과 함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연이은 감탄을 자아냈다. 눈아래 펼쳐진 광활한 관중평야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맨 마지막 코스인 북봉에 이르러서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후 며칠간 다리에 알이 배어 걸음을 절뚝이기도 했다.

지금껏 열번이 넘게 서안을 방문했는데 대개 겨울이었다. 그때마다 한두주간씩 머물면서 심한 오염으로 인해 하늘의 해를 거의 보지 못했다. 혹 본다고 해도 불그스레한 둥근 형체만 보였을 따름이다.

그런데 이번 봄에는 날씨가 매우 맑고 쾌청했다. 진령산맥이 그 위용을 드러내 보이며 긴 역사를 품은 매력적인 도시의 면모를 뽐내는듯 했다. 엄청난 속도로 변화해가는 서안에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평안한 마음으로 진리의 본질을 나눌 수 있는 때가 오기 바란다.

이번 방문길에 가까이 교제했던 옛 친구들을 많이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 갖가지 이유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떠난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신 소수의 후배들과 그 가족 및 여러 성도들을 만나 교제할 수 있어 감사했다.

주일 예배는 '생퉁교회'에서 말씀을 나누며 설교했다. 한국에서 공부한 로싱 목사가 봉사하고 있는 공동체이다. 어린 아기들이 많았으며, 그들은 장차 교회의 기둥이 될 소중한 자산이다. 교회가 아직 어리지만 내일과 미래의 소망을 보게 된다.

또한 다른 한 가정을 방문해 교제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 집 주인인 남편은 공직자였으며 부인 와이 교수는 내가 쓴 신구약 성경관련 여러 책들을 탐독하여 나를 특별히 만나보기를 원했다고 한다. 당시는 내가 쓴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를 읽고 있는 중이었다. 탁자 위에 놓인 책을 펼쳐 보이며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날 열명 미만의 작은 그룹에서 <중세교회와 예술사>에 관한 공부를 했다. 지상교회는 항상 인간들의 창의적 다양한 예술 작품들 가운데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미있는 좋은 교제를 나눈 후 와이 교수가 선물을 주었다. 국가급 서예가인 자매의 아버지가 나를 위해 특별히 쓴 <시편 24편 1절> 말씀이었다. 아버지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 진리를 사모하는 중국의 신실한 형제들을 보며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2024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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