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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시대 동인 소식

이광호 / ‘샤로수교회’ : 서울특별시

작성자스티그마|작성시간24.09.01|조회수48 목록 댓글 0

‘샤로수교회’ : 서울특별시

송영찬 목사님은 나와 동갑내기 친구로서 가장 존경하는 목회자 가운데 한 분이다. 나의 인생에 가장 중대한 영향을 끼친 몇 사람을 꼽는다면 당연히 송목사님이 포함되며 앞쪽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내가 지난 수십년간 신구약 성경 66권 전체를 주해하게 된 숨은 공로는 송목사님에게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맨처음 나에게 성경주해를 권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신 분이 송목사님이다. 나의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항상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송목사님은 오랜 기간 동안 합신교단의 언론지인 ‘기독교개혁신보’ 편집국장을 지냈다. 그가 재직할 당시 나는 종종 서울 종로에 있는 사무실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좋은 분들과 만나 교제를 나누곤 했다. 수년 전 그는 그 직책에서 물러나 은퇴한 후, 서울대학교 부근에서 소수의 성도들과 함께 ‘샤로수교회’라는 이름 아래 목회적 신앙생활을 하며 성도들을 지도해오고 있다.

이 교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몇 명의 목회자들이 느슨한 동역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담사역을 할 형편이 되지 않는 노승수, 최영철 목사께서 송목사님의 지원 아래 종종 공예배 설교를 하며 성도들과 말씀을 나누고 있다. 그들은 전통적인 개혁주의 신학을 고수하는 분들이다. 그 교회의 소식과 더불어 진행되어 가는 여러 과정들을 멀리서 지켜보며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오게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장로 직분자가 세워지지 않은 소수의 무리가 모이는 미조직 교회 역시 우주적인 보편교회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올바른 신학과 신앙이 사라진 교회라면 아무리 크고 화려해 보일지라도 참된 교회라 할 수 없다. 나아가 대중적 무리에 묻혀 정기적으로 예배당 건물을 출입하는 것 자체가 언약공동체에 속한 성도임을 보증하는 것이 아니다.

샤로수 교회가 명시적으로 받아들이는 벨직신앙고백서 제29항은, 참 교회의 세가지 표지를 언급하고 있다. 신실한 성도들은 당연히 그와 같은 교회에 속해 신앙인의 삶을 이어가게 된다. 설교자는 항상 ‘순수한 말씀을 선포’하고 모든 회원들은 기꺼이 그 내용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교회의 지체인 모든 형제들은 그와 더불어 ‘올바른 자세로 거룩한 성례’에 참여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성도들은 교회의 공적인 지도를 받으며, 그 가운데 ‘정당한 권징사역’이 진행되어 간다.

한편 목사 직분을 수행하던 성도가 담임사역을 내려놓고 은퇴하게 되면 변화된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새로운 교회적 분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이한 개별 공동체가 목회자 출신 고령(高齡)의 부부를 온전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한 평생 특정 교회의 목사로 섬기던 성도로서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목회 일선에서 물러나는 모든 목사들이 직면하게 될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목회자들이 은퇴하게 되면 갑자기 소속교회가 사라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마치 공중에 붕 뜬것 같은 상황이 되어버린다. 원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는 결코 발생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한국교회의 이런 어두운 현실 가운데 송영찬 목사님과 샤로수교회가 독특한 대안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왔다.

이와 같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내가 이번 주일(2024.9.1) 샤로수교회 공예배 설교자로 초청받았다. 교회로부터 하나님의 말씀을 공적으로 선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부여받게 된 것이다. 마침 하루 전날인 토요일 오후 집안 친척의 결혼식이 있어서 미리 서울에 도착해 그 이튿날 다가올 주일 공예배를 준비하게 되었다.

토요일 밤은 영종도가 마주보이는 서쪽 땅끝인 정서진(正西津)에 있는 숙소에서 보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지난 몇 개월 선교목사로 사역하는 동안 서울 광화문을 기준으로 한 정남진, 정동진, 정서진 나루터를 탐방하게 되었다. 다음에는 정북진인 중강진 앞록강 나루터에 가봐야겠다는 현실성없는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다. 평온한 밤을 보내며 샤로수 교회의 주일을 기대하는 마음이 커져갔다. 세상이 아무리 험악해져 간다고 할지라도 하나님을 진정으로 경외하는 이웃들이 있어 든든하다.

주일 아침이 되어 지하철을 이용하여 오전 11시 예배시간에 맞추어 샤로수교회 예배당에 도착했다. 이곳은 그 전에도 송목사님과 교제를 나누기 위해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었다. 예배를 보는 아담한 공간에 들어서자 아는 분들이 많이 보였다. 사모님, 노승수 목사님 가족, 이강숙 권사님, 김준오 형제, 성주 형제 부부도 오랜 만에 보게 되어 반가웠다. 그리고 처음보는 성도들도 눈에 익은듯한 느낌과 더불어 친근한 마음이 들었다.

샤로수교회는 전통적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에 근거한 예전을 따르고 있다. 공예배가 시작되자 모든 성도들이 공적인 기도와 고백과 더불어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며 찬송했다. 나는 설교자로서, 요한복음 14장 6절과 시편1편을 통해 이 땅에 살아가는 성도들의 본질적 삶에 연관된 내용을 중심으로 말씀을 전했다. 예수님은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신 하나님으로서 절대적인 존재이다. 제자들을 향해 자신이 유일한 ‘길’과 ‘진리’와 ‘생명’이라는 사실을 선포하신 것은 배타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즉 예수 그리스도 외에는 어느 누구도 그와같은 ‘길’과 ‘진리’와 ‘생명’이 될 수 없으며, 타락한 세상 가운데는 그것들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설교자인 나는 그 가운데 살아가는 성도들의 삶이 세상의 가치와 대척점에 놓여 있음을 강설했다. 축도와 송영으로 공예배를 마친 다음에는 공동의 식탁교제를 이어갔다. 이 권사님께서 특별히 마련한 푸짐한 식단과 더불어 게이샤 커피를 마시며 여러 성도들과 함께 따뜻한 교제의 시간을 가졌다. 이 교회가 주님의 재림 때까지 시대적 소명을 잘 감당해 가기 바란다. 신실한 믿음을 가진 송목사님을 비롯한 모든 지체들로부터 고마움과 더불어 큰 위로를 얻게 된다.

샤로수교회에서 값지고 좋은 시간을 보낸 후 아쉬운 마음으로 정서진(正西津)에 있는 숙소로 돌아왔다. 우주적 보편교회와 각 지역에 흩어져 존재하는 개체 교회들의 상호 관계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오늘 밤을 지나면 내일 아침 일찍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를 거쳐 키르기스스탄의 비슈케크로 떠나게 된다. 좋은 이웃과 감사한 주일을 보낸 오늘 밤 사랑의 주님을 기억하며 좋은 꿈을 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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