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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것을 보라

작성자스티그마|작성시간22.12.06|조회수34 목록 댓글 0

더 큰 것을 보라

감기로 열흘 정도 앓다가 어제부터 몸이 회복되는 느낌이 듭니다.
감기를 앓고 나니, 어느 순간 선한목자교회 담임목사의 자리에서 내려와 있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내년 4월 연회에서 자원 은퇴하지만 지난 11월 마지막 주일, 담임목사로서의 마지막 설교를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안식월을 지내게 됩니다.

제 삶에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순간인데 감기를 앓느라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이것도 주님의 은혜라 여겨집니다.
마지막 설교하는 순간, 제가 너무 감정이 치우치지 않게 하셨던 것입니다.

은퇴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습니다.
무거운 짐이 벗겨진 듯 너무나 편안하고 또 자유롭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나아가야 할 목표는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런 느낌을 가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복음’을 온전히 받아들였을 때였습니다.
교회 안에 퍼진 거짓 소문으로 인하여 괴로워하다가, ‘나는 죽었습니다’ 고백하였을 때,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그 후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복음을 정말 믿기로 결단했던 날, 며칠 동안 이런 느낌이 계속되었습니다.
죽고 난 다음은 어떤 느낌일까요?
죽지 않고서는 도무지 알 수 없겠지만 ‘나는 죽고 예수로 산다’는 것을 정말 받아들이면 그 느낌을 조금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갈 2:20의 사도 바울의 마음일 것입니다.

은퇴한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급한 것이 무엇인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무엇인지, 진정 감사할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분별되어집니다.
죽음의 문을 건너갈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이 마음을 잘 지켜야 하겠습니다.

그동안 저는 은퇴하는 순간이 ‘예수님을 바라보는 제 믿음의 검증’의 시간이라 생각해 왔습니다. 감사하게도 마음의 흔들림 없이 은퇴 과정을 밟아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담임목사로서의 마지막 설교 날이 가까오면서 어쩔 수 없이 감정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지막 설교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되었습니다.
그 때, 고 김선도감독님께서 소천하셨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저와 저희 가정이 가장 어려웠을 때, 품어주셨던 큰 은인이셨기에 모든 일정을 뒤로 하고 달려갔습니다.
그렇게 토요일 고 김선도 감독님의 입관예배를 드리고 주일 선한목자교회에서 마지막 설교를 하고 다음 월요일 장례예배와 하관예배에 참여했습니다.
이처럼 제 마지막 설교 전 후로 고 김선도감독님의 장례식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담임목사 직에서의 은퇴는 아무 것도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죽는 순간이 진정 자신의 신앙을 검증하는 시간인 것입니다.

은퇴하면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제 사무실을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볼 수 없는 책들, 쓸데없이 쌓아둔 서류들, 원고들,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제 손으로 제 뒷정리를 할 수 있음이 감사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정리했으면 부끄러웠을 것입니다.
죽고 난 다음에는 다른 사람이 제 뒷 정리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은퇴하면서 언제 죽어도 뒤가 잘 정리된 삶을 살아야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지난 주간 월드컵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그러나 제겐 별 감동이 없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은퇴하는 시점에서 보니 월드컵은 크게 흥분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임종의 순간에 있는 사람에게 월드컵이 무슨 관심이겠습니까?

우리가 언제까지 아등바등 돈벌려 애를 쓰고 높아지려 경쟁하고 미워하고 싸우고 시기해야 하겠습니까? 우리에겐 더 크고 중요한 일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을 보면서 우는 여인들에게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눅 23:28) 하셨습니다.
실제로 예루살렘을 향한 엄청난 비극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깨닫지 못하고 예수님만 불쌍하다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에겐 더 큰 일이 있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것에 일희일비할 일이 아닙니다.
주님께 우리가 진정 울고 웃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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