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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걷는 행복

작성자이수부|작성시간21.03.03|조회수19 목록 댓글 0

같이 걷는 행복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장날에 맞춰 늘 두 분이 손잡고 장에 가시는

행복 하나로 사신답니다.

햇살 곱게 다려 하늘 위에 올려 놓은 아침, 그날도 두분은 행복을

어깨 위에 걸쳐 놓고, 읍의 오일장 서는 곳으로 나들이를 나가십니다.

 

장터국밥 한 그릇에 시름을 들어 내고 깍뚜기 한 조각에 지난 설움을 씹어 넘기며,

저마다 곡절과 사연을 매달고.. 오고가는 사람들을 바라 보면서 지난 해 걸음을 잊고

사시나 봅니다. 해 걸음에 집을 행해 걸어 가시는 두 분은 낮에 뜬 달처럼 멀뚱 거리며

점점 멀어져 갑니다.

 

“뭐혀 빨리 걸어 그러다 똥구녕에 해 받치겠어 “

“ 뭐 그리 급해요? 영감!
숨차여 천천히 갑시다“

봄바람이 불어 줘서 인지 종종걸음으로 휑하니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투덜투덜 화를 내시는 할아버지,

 

“사람이 느려 터져서라무네,,, 이젠 같이 못 다니겠다“며
들으라는 듯 빨래 널고 있는 며느리에게 역정을 내 보이십니다

“아버님 그럼 먼저 식사 하세요 “라는 말에 안들은 척 애꿎은

장작 더미만 매 만지더니, 마지못해 “니 시애미 오면 같이 먹으련다“ 하신다.

 

길가에 흙먼지 먹고 자란이름 없는 들꽃이랑 얘기 하다
온것 처럼 한가한 얼굴로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할머니를 보며
다그치는 할아버지. "풀피리 꺾어 불어도 벌써 왔을
시간 인디 뭐 한다고 이제 오누?”

 

물 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는 할머니 손에는 막걸리 한 병과
고기 한 덩어리가 들려져 있었습니다.

걷는 것 하나만으로도 힘든 아내가 남편의 저녁상에 올릴
술과 고기를 사 오느라 늦은 걸 알고는 양손에 든 비닐봉지를
얼렁 건네 들고,

“이리 무거운걸 뭣하러 사 오누 혼자 걷는 것도 힘든 사람이... “

삐꺽 거리는 나룻배의 그림자인양 서있는 아내 눈을 마주 보지 못한채
뒤돌아 서며 애처러움에 겨운 한마디를 더 던집니다.

“뭐혀 며느리가 밥차려 났는디 배 안 고파? 얼렁 밥 먹어 “

서산마루 해 쉬 넘어간 자리에 빨간 노을이 펼쳐져 갈 때 상에는
막걸리 한 병과 잘 삶은 고기가 같이 놓여져 있습니다.

 

“영감 뭐해요 식사 하세요.“ 라는 말과 함께.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남편의 손엔,

하루 온종일 햇살에 잘 달여진
삼계탕이 들려져 있었습니다.

 

“아니,,,
그건 언제 끓였어요..진작 알았으면 고기를 안 사 왔을 건데 “
“이건 임자 꺼여..” 이젠 니 애미가 가면 갈수록 걷는게 힘들어 지나 보다며
할아버지가 장에 가기 전 뒤뜰에다 아내에게 먹일 삼계탕을 푹 삶고 있었기에,

그 국물 한 방울이 줄어들까 저어하며 빨리 가자며 할머니를 보챘든 할아버지 이십니다.

다리 하나를 툭 뜯어 내밀어 보이며 “임자 얼렁 먹고 힘내소...
힘내서 우리 죽는 날까지 같이 걸어서 장에 가야제..

 

"고맙슈,,,
영감 이것 먹고 잘 걸을 게요 “
“그려 달구 새끼 처럼 잘 따라오소,,,,허허”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저 같이 하는 행복 하나면 충분 하다며

우리처럼 사랑하는게 습관이 되어서 소중해진 사람!
그들을 부부라 부른다 말하고 있었습니다...

 

* 코 끝이 시큰해 집니다.
물질문명에 온통 범벅이되어 눈에 보이는게 모두 욕심뿐인 현실에서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진솔한 이야기!

오늘도 서로 사랑으로 아롱지는 멋진 날 되시기 바랍니다.

(받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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